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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의 비극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4
엘러리 퀸 지음, 이가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모험담류를 좋아하다 아르센뤼팽을 계기로 자연스레 추리소설로 갈아탔다. 뤼팽 홈즈 애거서 크리스티를 거쳐 브라운신부로 갔고, 이후 앨러리퀸으로 도달했다. X의 비극에 이어 Y의 비극을 읽었는데 나는 이 작품을 읽은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 혹 이 리뷰를 읽게 될 사람중 지나친 오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모르지만, 어쨌건 내가 지금까지 읽은 추리소설중 최고의 추리소설이다. 이 Y의 비극이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는 사실도 방금 알았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장을 덮었을때 바로 잠들수없었을 정도로 참 오랫만에 내게 흥분과 감동을 주었지만 잠시 자제하고 리뷰를 남긴다. 추리소설의 특징상 리뷰자체가 곧 스포일러가 되니 되도록이면 작품 내용에 대한것은 삼가고 몇가지만 남기려한다. 그래도 스포일러일지도 모른다.
1.도르리 레인
내가 Y의 비극에 대해 이렇게 감탄하게 된것은 순전히 작품 자체에 대한 존경과 찬탄이다. 즉 탐정에 대한 호감과는 상관없었다는 뜻이다. 내가 스무권이나 되는 뤼팽시리즈를 끝까지 읽을수 있었던것은 솔직히 내용 자체가 너무나 재미있어서라기보단 뤼팽 캐릭터 자체가 흥미로워서,라는 이유가 더 컸다. 시리즈중에는 분명 시시하거나 지루한 부분도 있었으니까.
도르리 레인은 사실 X의 비극때는 좀 재수없었다. 홈즈보다 뤼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개 그렇듯 이런 사색형 탐정은 애초에 매력을 가지기 힘들었고 또한 중간중간 과한 연극대사와 동료로 일하는 경찰들을 무시하는듯한 태도가 싫었기때문이다. Y때 역시 힘들게 수사하는 경찰에겐 힌트만 살짝 주면서 나중에 그야말로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모습은 여전히 재수없었지만, 확실히 정이 들었나보다. 전보단 덜 밉고 고유의 매력이 느껴지기까지 하다 ㅋ 이는 그야말로 묘사하듯이 나타내는데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앨러리퀸의 역할이 크다. 앨러리퀸은 설명과 묘사라는 단어를 정확히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인듯하다. Y의 비극에 빠져들수있는것은 생동감있는 캐릭터와 그 집의 공포깃든 분위기의 묘사...이 두 역할이 결정적이기때문이다. 그리고 또하나, 도르리 레인의 집은 정말 부럽다. 햄릿 장(다르게 번역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같은 집에 살려면 대체 얼마가 있어야할까..ㅋㅋ
하지만 결정적으로 탐정으로서의 캐릭터는 좀 약한듯. 지금까지의 내가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며 추리하는 탐정에 익숙해있어서일까?
2.애거서 크리스티
확실히 애거서 크리스티의 '비뚤어진 집'이 비교된다!
나는 이런 홈머더종류에 강한 공포를 느끼는지, 애거서크리스티 전집을 읽을때도 비뚤어진 집은 너무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내가 추리소설에 공포를 느낀다거나 하는 타입은 아닌데 어쩐지 그 소설은 싫었다. 다른 소설들은 다시한번 읽어도 그것만큼은 읽고 싶지 않은 기분...
비뚤어진 집은 그야말로 Y의 비극의 판박이이다. 하지만 거기에 있어서는 Y의 비극이 비뚤어진집보다 10여년정도 더 빨리 출판되었다는 사실만 알려두겠다.
또하나, 나만 그랬는지 모르지만 도르리 레인 시리즈를 읽으면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할리퀸 탐정이 떠오르는건 왜인지? 애거서 크리스티의 마이너급 탐정중 할리퀸. 그 역시 배우이고, 변장의 달인이며, 삶은 곧 연극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이름이 비슷해서 그런지 자꾸만 할리퀸이 떠올랐다.
3.완벽한 소설에의 아쉬움
이 소설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 완벽하다. 범인의 존재와 살인의 구성. 조연과 무엇보다 가장 박수치고싶은 상황에 대한 치밀함...
하지만 아쉬움은 바로 번역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소함으로, 바로 전 막장 번역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읽은 직후이기 때문에 실망할정도는 아니다. 아래 리뷰중 깔끔하지 못한 말투가 거슬린다는 리뷰가 있는데 사실 그건 원작자보다 번역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_-; 책 앞을 보니 번역자의 나이가 꽤 지긋하실듯한데 그래서일까?
결국은 매독이었다. 매리앰박사를 찾아가 이 집안에 깃든 이유를 알아내는 장면에도 나는 전혀 이해가 안갔으나...알고보니 매독이었다는 이야기. 그런데 매독이 유전이 되나?
이 소설이 무서운건 전기톱으로 살인하는 영화처럼 끔찍해서도, 무서운 방법으로 연쇄살인을 해서도 아니다. 왜 무서운지는 소설을 읽으면 알것이다. 이런 방법으로도 무서울수가 있다. 이 소설이 명작인 이유는 먼저 슬픈 추리소설이고, 탐정이 단순히 논리가 아닌 감각에 포커스를 맞춰 추리를 전개시키며(귀머거리 탐정에 장애를 가진 목격자라니!) 이후 범인이 밝혀져도 대다수의 독자들은 '아아 그렇구나~그런거였어!'하며 시원하게 공감하기보다는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추리소설 특유의 역할을 수행하기때문일것이다.
과연 그는 왜 마지막에 우유를 마셨을까? 범인이 밝혀져도 미스테리는 밝혀지지 않는 진정한 추리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