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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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평이 좋아 기대를 가졌다. 번뜩인다. 재미있다. 신선하다. 재치 넘치고 발랄하고 등등... 

차라리 그런 기대를 안했으면 좀 나았을까? 하긴 그래도 끝에 가선 책장을 넘기는 둥 마는둥 하게 되는건 마찬가지였을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분명 이 책에 대해 '새롭다'라며 별 다섯개를 주는데 주저하지 않겠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새롭다는 말에는 물론 공감한다. 

최소 새롭고 신선한데에는 90점이 아깝지 않다. 그런데 재미가 없다. 내용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지루하다는게 보면 졸리는 그런 내용을 볼때의 지루함이 아니라, 그냥 다음 내용이 궁금하지가 않다. 첫 작품 '퀴르발 남작의 성'은 작가가 대단히 의욕적으로 쓴 작품 같은데 나는 이런 구성이 좀 짜증났다. 처음엔 호오~ 하면서 넘겼지만 뒤로 넘길수록 뭐야, 어쩌라는 거야? 하다보니 이야기가 끝이었다. 

그 뒤 셜록 홈즈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시시했는데 개인의 기억속에 각인된 셜록홈즈라는게 물론 모두 다른 형상이겠지만, 중간에 에르큘 포와로의 일화같은게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셜록 홈즈와 달라서인지 역시 마찬가지로 몰입이 힘들었다. 그나마 친구간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나 마리아, 그래서 말이야 이 두가지 이야기를 괜찮게 보아 간신히 별 한개는 줄 수가 있었다. 

그냥 단순히 내 취향이 아니었을 뿐이다. 이 책은 예쁜 잔에 담겨있는 황금색의 그런데 마셔보면 김이 빠져서 맛이 없는 그런 생맥주같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논문인지 분석인지 나부랭이는 꼭 실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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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누구? 귀족 탐정 피터 윔지 1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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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에 재미를 주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다. 흔히 추리소설하면 잘 짜여진 사건을 따라가다 나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게 되는 그런 장면을 상상하게 되는데 사실 구성은 별로라도 추리소설의 점수를 후하게 주는 요소들은 더 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의 매력을 꼽는다면 

1. 가장 강력한 재미요소인 주인공 피터 윔지경. 그리고 파커와 번터등 주변인물.

2. 시체는 누구? 

3. 범인은 누구? 

이런 순서가 되겠다. 

즉 굳이 헉소리나는 기막힌 트릭이 없어도 김빠지는 책은 아니란말이다. 이 소설은 1923년에 쓰여졌다고 하는데, 당시 이 내용은 굉장히 무서웠을 것 같다. 시체가 놓여있는 상황과 범인의 악랄함이 쓰여진지 한참이 지난 지금 읽어도 꽤 섬뜩하다. 제목에 이 소설은 누구보다 왜, 어떻게에 더 치중한 소설이라고 했는데 사실 그것은 주인공 피터 윔지경의 사정이다. 사실 독자는 왜, 어떻게보다 책을 덮고 난 후에는 '누구'에 대해 더 기억에 남을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여타 추리소설처럼 마지막장에 탐정이 짜자잔~ 사실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왜냐하면 이건 이랬고 저건 저랬기 때문이지. 이 모든건 그에게 불우한 과거가 있었기 때문...다른 주변인들과 의심받던 사람들은 아하 그랬구나, 이후 범인은 잡혀가고 탐정은 또다른 길을 찾아 떠나며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조금씩 안개가 걷혀가다가, 100페이지 정도 전에 범인이 나와버린다. 이후 100페이지는 그 이후의 이야기다. 피터 윔지는 누가 범인인줄은 알았는데 어떻게 범행을 했는가 그리고 왜 그런일을 했을까에 대해 궁금해하고 이후 검거 전의 모습들이 나오는 점이 여타 추리소설과 조금 달랐다.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읽은 '장례식을 끝내고'가 너무 빨리 범인이 드러났다고 하면 이 소설은 너무 빨리 트릭이 드러났다. 읽은지 30페이지 정도에 나는 핵심 트릭을 대충 짐작하고 만 것이다. 범인을 알아버린 것과 트릭을 알아버린것중에 어떤게 더 나쁠까? 누가 묻는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대답할수 있는게 먼저 범인을 알아버린게 그나마 덜 지루하다. 트릭을 알아버린건 매우 김새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나 역시 피터 윔지처럼 '왜' 라는 궁금증이 생겨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고, 결과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범인은 윔지 경의 말대로 진짜 예술가면서 상상력이 있는 악마. 현실적이고 예술적인 마무리를 할 줄 아는 인간이다.  

쓰다보니 리뷰가 길어지는데 작가의 추리소설에 대한 생각이 보인 부분이 몇군데 보이는것도 재미있다. 윔지가 부인들에게 범인들의 입장에서 막을 일은 생각의 연결을 할 계기를 피하는 것이라고 한 말, 추리를 단순히 '게임'으로 치부해 버리려는 윔지경과 세상은 게임이 아니라는 파커의 견해차, 일주일전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대학생과의 장면등 소소한 재미가 있다. 

치열하고,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추리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여자 독자들에게 피터경은 분명 매혹적이다. (21c에도 사랑받을 차도남 캐릭터다) 이 책의 주인공은 고상하고 유머러스한데다 냉정하면서도 보호본능을 일으키니까. 아, 그런데다 돈도 많다. 

그러나 일본 추리소설 종류나 미스 마플의 수다류가 딱 질색은 독자들에게는 비추합니다.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다들 말이 너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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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을 끝내고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진용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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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가 좋아하는 요소들로 이루어진 추리소설이다. 언제나 그렇듯 저택은 너무 크고 웅장하고, 가족들은 너무 위험하다. 그리고 유언장과 비밀과 변호사와... 

웅장한 빅토리아풍의 앤더비홀, 실망적인 유언장, 개성있는 캐릭터들, 거기에 에르큘 포와로까지 총출동한 이 소설은 그러나 1+1=2라는 공식을 충분히 따르지 못했다.1+1=1.5밖에 되지 못한것이다. 범인이 사용한 트릭은 기막히지만 추리소설 좀 읽었다 하는 사람이라면 책의 1/3도 읽기전에 범인을 눈치챌것이다.   

아들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의혹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소설은 캐릭터들이 우르르 등장하는 가족들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매우 이상한 가족인데, 이상하면서도 현실적이라 마치 요즘에 나오는 드라마 속의 가족(막장 드라마!)을 보는듯하다. 캐릭터가 많으면서도 하나하나 살아있다. 초반의 짜임새에 비해 뒤로 갈수록 맥없어지는 느낌이 드는게, 작가가 이 소설을 쓰다가 무슨 바쁜 일이라도 생겼나? 하는 의문이 절로 들게한다. 분명 애거서 크리스타라면 더 복잡하고, 더 으스스하고, 더 세련되게 쓸 수 있었을텐데.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난잡하게 벌려놓은 후 갑자기 끝나버리는 형식이다. 물론 그래서 마지막에 사건이 해결될때의 쾌감이 더 크지만... 

포와로가 등장하긴 하지만 딱히 없어도 되겠다고 느껴질만큼 여기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너무 강한데다, 포와로는 객식구같은 존재라 특유의 캐릭터가 잘 살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불평을 가득하긴 했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답게 중박은 친다. 트릭을 일찍 발견해도 생생한 캐릭터들로 인해 중간에 책을 덮을 일은 없다. 한마디로 세심하지 못한 애거서 크리스티. 아니면 지나친 세심함으로 독자를 배려한것일까?  어찌되었건 발상과 구성요소는 좋았으나 세심함으로 재미를 놓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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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도 못 끓이는 자취생이 만드는 요리
김경미 외 지음 / 파프리카(교문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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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제목이다. 정말 잘 지었다. '라면도 못 끓이는 자취생이 만드는 요리!' 

이건 나잖아? 실제로 자취를 하면서 밥 해먹을 필요성과 내가 지금까지 할 수 있는 요리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생각할 사람은 주저없이 이 책을 집을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비추다. 인터넷으로 한번만 검색하면 수백개의 레시피가 나오는 지금 시대에 굳이 이 요리책을 구입한 요리 초보자들에게 이 책은 별 장점이 없다. 아니 장점이 없다기보다 단점이 더 많다는 말이 맞겠다. 

1. 먼저 저자가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이라 혼잡스럽다. 

맨 앞부분에 요리의 주인공을 소개하는 부분은 무슨 동아리 축제 전단을 보는것같다. 전공과 나이, 짤막한 후기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정도는 어느 책이나 당연한거지만 도대체 혈액형, 취미, 별자리, 노래방을 좋아하느니 이런걸 굳이 왜 기재했는지 알수가 없다. 백번 양보해서 그정도는 애교로 넘어간다해도, '본인의 추가 프로필 공개를 거부함' 이라던가, '아무런 자료를 받지 못했음' 이런 부분이 떡하니 소개부분에 써 있는것은 편집의 아쉬움이다.  

한 명이 한 파트씩(예를들어 한명은 안주, 한명은 반찬, 한명은 간식 이런식이다) 맡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그런식으로 한 종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요리가 소개된 점은 매우 좋다. 실제로 자취를 하다보면 밥과 반찬만 먹지 않고, 친구들과 술자리도 많고 주말이면 간식도 만들어 먹고 하는 일이 많아 여러 종류의 요리 레시피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도 편집의 안타까움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 친구들은 탕수육을 상당히 좋아하는지...비슷한 레시피가 무려 3군데에서 보이고 있다.  

a.안주파트: 물만두탕수 (레시피: 만두를 기름에 튀긴 후 미리 만들어둔 소스를 뿌린다) 

b.영화파트: 오징어탕수 (레시피: 오징어바를 기름에 튀긴 후 소스를 만들어 뿌린다) 

c.간식파트: 군만두탕수 (레시피: 만두를 기름에 튀긴 후 소스를 만들어 뿌린다) 

다른점이 있다면 모조리 소스의 조합이 다르다는것이다. 이걸 다양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2. 별로 실용적이지 않다. 

7명의 저자가 7개의 파트로 나누어 진행되는 방식은 다양한 종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좋으나, 모두 프로보다는 아마추어의 느낌이 물씬 나는 사람들이다보니 각 파트별 완성도의 갭이 크다. 괜찮은 파트에서는 여러 레시피를 활용했지만 아예 장난같은 파트도 있다. 어느 요리책이건 이상한 레시피 하나둘씩은 꼭 들어있기마련인데, 이 요리책은 다른 요리책의 'TIP'이나 'PLUS'같은 부분에 들어갈 음식이 하나의 메뉴로 당당하게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제목에 충실한다면 그야말로 요리 생 초짜를 위한 요리책이 되어야했다. 내가 이후 구입한 요리책은 밥 짓는법부터 시작한 책도 있었고, 스피드 요리부터 시작되는 요리책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 요리책은 시작부터 닭갈비며 '스파게티 미역탕'같은 기상천외한 퓨전음식이다. 맛을 떠나 앞부분만큼은 좀 쉽게 시작했으면 어땠을지 싶다. 

  

3. 음식 사진 

별로 할말이 없다. 내가 본 요리책중 이렇게 맛없게 음식사진을 찍은 요리책은 처음이다. 요새는 블로그만 봐도 침이 질질 흐르던데...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지만 어찌되었건 자취시절 구입하여, 몇년째 책장을 지켜온 요리책이다. 가끔 펼쳐보기도 하고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좋은 책은 아니다. 요새는 정말 좋은 요리책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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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0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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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관한 리뷰는 수없이 많고, 해설서까지 나온데다 심지어 대학에서 강의까지 한 책이니  나중에 내 아이가 학교에 다닐때가 되면 이 책은 교과서에 실려있을지도 모른다. 에코의 특징이나 텍스트의 분석등 이 책의 리뷰가 특히나 장황하고 어려운데는, 이 책 자체가 장황하고 어렵기때문일것이다.  

"으음. 이게 그렇게 유명한 책이야?어디 한번 볼까?"하는 마음으로 구입 후 역사 추리 운운하는 뒷 표지 설명을 읽고 댄브라운식의 휙휙 읽히는 소설을 기대했다간 당장 에코와 안녕이다. 차라리 그랬어야했는데..나는 이 책을 읽고 이후 에코의 거의 신봉자가 되었다. 뭐 팬이라고도 말할수 있겠지만, 읽는 내내 나는 평생 이런 책을 쓰지 못할거란 생각이 수십번도 더 들었기에, 나와는 뭐 다른세상의 인간이었다. 

맞다. 나와 별 세상에 사는 인간이 쓴것같은 책. 

내용은 분명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살인사건. 그러나 읽고 난 후 남는건 '장미의 이름이 뭐지?'라는 질문밖에 없다. 신과 배움 기타등등 생각할거리는 수십가지가 되는데 남는건 그거 하나.. 

그러다 일이년쯤지나 다시 읽으면 그제야 조금씩 가닥이 잡힌다. 도대체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살인사건에 수도사들의 이념전쟁이 왜 끼어든거지?했던 의문이 풀리면서, 생각해보니 마녀사냥이 행해지는건 21세기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심심하면 한번씩 터지는 일들이다. 그제야 '장미의 이름'이란 제목과 이 소설의 정체가 깨달아질 것. 추리소설을 가장한 으음.. 

에코 소설은 항상 그렇다. 읽을때마다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는 느낌이다. 읽는건 고통스럽겠지만 그래도 봐야한다. 중간에 포기하지 마시길! 이건 그래도 읽기 쉽게 쓰여졌으니까^^ 

아, 그리고 어디선가 읽은적이 있지만 정말 윌리엄과 연암은 볼수록 너무 닮았다. 연암이 코끼리를 설명하는 장면과 윌리엄이 당나귀를 묘사하는 장면이 너무 흡사하다는 그런 글이었는데....단순히 그 한 컷뿐만 아니라 캐릭터자체가 너무나 흡사하다. 만일 이 소설의 배경을 살짜쿵 우리나라로 옮겨온다면, 윌리엄 역은 단연코 연암이 맡게 될것이다ㅋㅋㅋ 높은 학식과 호기심, 뚜렷한 자신의 신념과 오픈마인드..그리고 위트. 연암이 주인공인 추리소설 하나 안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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