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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누구? ㅣ 귀족 탐정 피터 윔지 1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0년 10월
평점 :
추리소설에 재미를 주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다. 흔히 추리소설하면 잘 짜여진 사건을 따라가다 나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게 되는 그런 장면을 상상하게 되는데 사실 구성은 별로라도 추리소설의 점수를 후하게 주는 요소들은 더 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의 매력을 꼽는다면
1. 가장 강력한 재미요소인 주인공 피터 윔지경. 그리고 파커와 번터등 주변인물.
2. 시체는 누구?
3. 범인은 누구?
이런 순서가 되겠다.
즉 굳이 헉소리나는 기막힌 트릭이 없어도 김빠지는 책은 아니란말이다. 이 소설은 1923년에 쓰여졌다고 하는데, 당시 이 내용은 굉장히 무서웠을 것 같다. 시체가 놓여있는 상황과 범인의 악랄함이 쓰여진지 한참이 지난 지금 읽어도 꽤 섬뜩하다. 제목에 이 소설은 누구보다 왜, 어떻게에 더 치중한 소설이라고 했는데 사실 그것은 주인공 피터 윔지경의 사정이다. 사실 독자는 왜, 어떻게보다 책을 덮고 난 후에는 '누구'에 대해 더 기억에 남을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여타 추리소설처럼 마지막장에 탐정이 짜자잔~ 사실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왜냐하면 이건 이랬고 저건 저랬기 때문이지. 이 모든건 그에게 불우한 과거가 있었기 때문...다른 주변인들과 의심받던 사람들은 아하 그랬구나, 이후 범인은 잡혀가고 탐정은 또다른 길을 찾아 떠나며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조금씩 안개가 걷혀가다가, 100페이지 정도 전에 범인이 나와버린다. 이후 100페이지는 그 이후의 이야기다. 피터 윔지는 누가 범인인줄은 알았는데 어떻게 범행을 했는가 그리고 왜 그런일을 했을까에 대해 궁금해하고 이후 검거 전의 모습들이 나오는 점이 여타 추리소설과 조금 달랐다.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읽은 '장례식을 끝내고'가 너무 빨리 범인이 드러났다고 하면 이 소설은 너무 빨리 트릭이 드러났다. 읽은지 30페이지 정도에 나는 핵심 트릭을 대충 짐작하고 만 것이다. 범인을 알아버린 것과 트릭을 알아버린것중에 어떤게 더 나쁠까? 누가 묻는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대답할수 있는게 먼저 범인을 알아버린게 그나마 덜 지루하다. 트릭을 알아버린건 매우 김새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나 역시 피터 윔지처럼 '왜' 라는 궁금증이 생겨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고, 결과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범인은 윔지 경의 말대로 진짜 예술가면서 상상력이 있는 악마. 현실적이고 예술적인 마무리를 할 줄 아는 인간이다.
쓰다보니 리뷰가 길어지는데 작가의 추리소설에 대한 생각이 보인 부분이 몇군데 보이는것도 재미있다. 윔지가 부인들에게 범인들의 입장에서 막을 일은 생각의 연결을 할 계기를 피하는 것이라고 한 말, 추리를 단순히 '게임'으로 치부해 버리려는 윔지경과 세상은 게임이 아니라는 파커의 견해차, 일주일전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대학생과의 장면등 소소한 재미가 있다.
치열하고,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추리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여자 독자들에게 피터경은 분명 매혹적이다. (21c에도 사랑받을 차도남 캐릭터다) 이 책의 주인공은 고상하고 유머러스한데다 냉정하면서도 보호본능을 일으키니까. 아, 그런데다 돈도 많다.
그러나 일본 추리소설 종류나 미스 마플의 수다류가 딱 질색은 독자들에게는 비추합니다.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다들 말이 너무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