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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을 끝내고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진용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평점 :
애거서 크리스티가 좋아하는 요소들로 이루어진 추리소설이다. 언제나 그렇듯 저택은 너무 크고 웅장하고, 가족들은 너무 위험하다. 그리고 유언장과 비밀과 변호사와...
웅장한 빅토리아풍의 앤더비홀, 실망적인 유언장, 개성있는 캐릭터들, 거기에 에르큘 포와로까지 총출동한 이 소설은 그러나 1+1=2라는 공식을 충분히 따르지 못했다.1+1=1.5밖에 되지 못한것이다. 범인이 사용한 트릭은 기막히지만 추리소설 좀 읽었다 하는 사람이라면 책의 1/3도 읽기전에 범인을 눈치챌것이다.
아들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의혹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소설은 캐릭터들이 우르르 등장하는 가족들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매우 이상한 가족인데, 이상하면서도 현실적이라 마치 요즘에 나오는 드라마 속의 가족(막장 드라마!)을 보는듯하다. 캐릭터가 많으면서도 하나하나 살아있다. 초반의 짜임새에 비해 뒤로 갈수록 맥없어지는 느낌이 드는게, 작가가 이 소설을 쓰다가 무슨 바쁜 일이라도 생겼나? 하는 의문이 절로 들게한다. 분명 애거서 크리스타라면 더 복잡하고, 더 으스스하고, 더 세련되게 쓸 수 있었을텐데.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난잡하게 벌려놓은 후 갑자기 끝나버리는 형식이다. 물론 그래서 마지막에 사건이 해결될때의 쾌감이 더 크지만...
포와로가 등장하긴 하지만 딱히 없어도 되겠다고 느껴질만큼 여기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너무 강한데다, 포와로는 객식구같은 존재라 특유의 캐릭터가 잘 살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불평을 가득하긴 했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답게 중박은 친다. 트릭을 일찍 발견해도 생생한 캐릭터들로 인해 중간에 책을 덮을 일은 없다. 한마디로 세심하지 못한 애거서 크리스티. 아니면 지나친 세심함으로 독자를 배려한것일까? 어찌되었건 발상과 구성요소는 좋았으나 세심함으로 재미를 놓친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