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며칠간 이른 새벽 고향 한적한 바닷가에 차를 몰고온다. 명목은 책을 보려는 것인데, 실질은 생각정리만 하고 있다. 차창밖 풍경을 보니, 문득 무진기행이 생각난다. 찬양일색의 평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내 기억으로는 사춘기병에 걸린 중년의 일탈기로 정리되어 있다. 작가가 말년에 풍찬노숙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웠던 생각도 조금했던 것 같다. 나도 노년이 되면 바닷가에 소박한 집 한 채 지어 살았으면 싶다고 했더니, 그러다 우울증 걸린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 사람아, 콘크리트 숲에서 그간 살다보니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우울증에 걸린 나라오. 더 이상 나빠질 게 어디 있겠는가. 여하튼 토지 1권을 조금 더 읽고 고향집으로 다시 돌아 가야겠다. 연휴가 조금 더 남았는데, 약간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이 참을 수 없는 조급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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