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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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잖이 실망을 했다. 일단 브람스 음악을 좋아하고, 오래전부터 책이름에 호감을 가졌었던 데다, 두께도 상당히 얇기에 머리도 식힐겸 몇일전 구입을 했었는데 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책 뒷표지에는 작가를 일컬어 ‘섬세한 심리 묘사의 대가‘로 적어 놓았던데, 이 책에서 그런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뭐랄까, 무기력과 주저함 또는 갈팡질팡함이랄까? 책 내용을 요약하자면 말이다.

동년배 여주인공이라 도입부에서는 나름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다 좀 이상하다 싶었고, 그래서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 싶었는데 결국 기대에 어긋나게 끝이 나고 말았다. 여성의 이야기라 남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정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려다가, 작가가 24살 때 쓴 작품이라는 해설을 보고서야 이 모든게 미숙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했다. 그 나이 때에 만 39세의 심리를 잘 읽어낼 수 있었을리 만무하지 않는가. 하기야 나 역시도 20대 때에는 과연 40대가 되면 숨은 잘 쉬어질까, 무슨 재미로 살까하고 생각을 했었으니까. 그러나 그 나이가 되니 별 감흥이 없다는 것, 스스로 큰 변화 없이 생활이 되더라는 것, 다만 책임에서 오는 제약이 좀 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20대에 40대 이야기를 썼으니 당연히 무기력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심지어 사디스트처럼 묘사하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상대방에 대한 책임의식도 없는 남자에게 그래도 내가 이제까지 기울인 노력이 있으니 계속 사랑해야 한다는 논리가 현 시대에 가당키나 한말인가?

˝그녀는 로제를 가리켜 그가 아니라 우리라고 말하게 되리라. 왜냐하면 그녀로서는 그들 두 사람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그들의 사랑을 위해 육 년 전부터 기울여 온 노력, 그 고통스러운 끊임없는 노력이 행복보다 더 소중해졌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바로 그 자존심이 그녀 안에서 시련을 양식으로 삼아,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로제를 자신의 주인으로 선택하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로제는 그녀에게서 언제나 빠져나갔다. 이 애매한 싸움이야말로 그녀의 존재 이유였다.˝ (139쪽)

그리고 같은 남자로서도 이해되지 않은 시덥잖은 그 마초적 인물을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에서 접하게 되다니 이건 뭐 심해도 너무 심했다.

˝그녀의 아파트에서는 모든 게 그런 식이었다. 그는 그 아파트의 신이자 주인이었다. 거기에는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었고, 애정으로 가득했고, 조용했다. 그럼에도 그는 밤중에 그곳에서 나올 때면 해방감을 느끼지 않았던가.˝ (144쪽)

거기에 본 책과는 상관없는 작가 찬양일색의 해설은 또 무엇인가. 동병상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해 심히 아쉽다. 뭔가 사춘기 소녀의 잡문에 속아 넘어간 느낌이랄까. 다행이 소비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했기에, 물리적 손실은 크지 않았던 데 스스로 위로 아닌 위로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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