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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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였는지 그러께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땐 아마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을 듣고, 그 곡이 일명 ˝Tempest˝라 불린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인 듯 싶다. 어제 책장에서 이 책을 다시 꺼내어 펼쳐본 것은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고, 책제목이 템페스트에서 따온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참 나는 지독한 망각의 동물이다. 신세계의 야만인이 읊조린 단락이 내 기억속에는 전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평을 계속 써나가는 것도 사실 그러한 자각과 무관치 않다.

˝미랜더: 오, 놀랍구나! 훌륭한 사람들이 여기에 이렇게 많다니! 인간은 정말 아름답구나! 이런 분들이 존재하다니. 참, 찬란한 신세계로다!˝ (120쪽)

책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동생의 탐욕으로 대공의 자리를 빼앗기고 딸(미랜더)과 함께 추방된, 책을 사랑하고 마법을 아는 푸로스퍼러가 세월이 지난 후에 자신의 딸을 마법의 힘으로 자신의 섬에 표류하게 만든 나폴리 왕자와 결혼시키고 자신을 축출한 나폴리왕과 자신의 동생과도 화해한다는 해피엔딩 스토리다.

앞서의 미랜더의 대사를 역자인 이경식 교수는 이 극이 지닌 ˝생의 찬가˝적 성격을 표상하는 대표적인 부분으로 설명했던데, 나는 그 해석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외에 인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아온 미랜더가 단순히 수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접하고 자기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터져나온 탄식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셰익스피어의 다른 비극들과 달리 이야기가 밝아서 좋고 표지 사진도 예뻐서 긍정적인 맘이 들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나 예전부터 품어 왔던 한가지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있다. 신세계의 야만인도 그렇고, 여러 서양 고전에서도 그렇던데, 많은 사람들이 셰익스피어 극의 대사들은 자주 인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기억에 많이 남지 않은 단락을 그들은 그렇게 외우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들은 영문으로, 운문의 형식으로 직접 느껴서 그럴까? 그래서 내 자신 예전에 영문으로 읽기를 시도한 적도 있었으나 고어가 많아 쉽지도 않았었던 기억이 조금 남아있다. 여건이 된다면 다시 시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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