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 - 완결판
리처드 바크 지음, 공경희 옮김, 러셀 먼슨 사진 / 현문미디어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주가 반나절 먼저 시작된다. 일요일 오후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바람에 매주 휴일 아침 카페에서 맞이하던 평화에 균열이 생겼다. 다만 장소만 달라졌을 뿐 책과 함께 하는 하루는 여전히 유효한 점에 그나마 위로를 받는다.

갈매기의 꿈은 예전에 원서로 대충 훑어 보았었다. 분량이 적어서 영어 공부할겸해서 책장을 뒤적거렸을 뿐 그 당시에는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주 침대 옆 책꽃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이 책을 다시 펼쳐보기 시작했고 오늘 재차 읽어본 것은 한 지인의 뜻이 고맙고 또 그립기 때문이었다. 부연하자면 이 책은 올초 회사를 그만둔 팀장이 이별의 정으로 나에게 건내준, 말하자면 이별선물이었다. 점점 자신감도 희망도 없어지고 매일 매일 어둠을 향해 나아가는 이 시점에 속지 첫장에 손수 쓰신, 내게 마지막으로 하고자 했던 말씀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과장님, 책의 주인공 조나단 처럼 꿈을 찾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발견하는 행복한 회사 생활 되시길 기원합니다.˝

그분의 눈에는 내가 꿈을 잃고 방황하던 영혼으로 비춰졌던 것일까? 아니면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마지 못해 살아가는 빈궁한 처지로 보였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둘 다 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세번째 생각이 가장 나를 잘 표현하는 것이리라. 정말이지 꿈도 바래다 못해 잃어버렸고,삶 자체도 그리 행복하지 않다. 한 마디로 무기력. 계속 무기력만을 무한반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 삶에 매우 긴 시간, 즐거움과 고뇌의 적지 않은 원천인 이 회사생활에서 어느 사이 돈벌레로 화(化)해 있는 나를 발견할 뿐이다.

˝삶은 알지 못하며 알 수도 없는 것이지. 다만 우리가 이 세상에 나온 것은 할 수 있는 데까지 먹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36쪽)

그러면서도 나라는 사람은 남들만큼의 평범함에도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며 다시금 좌절을 반복한다. 남들은 같은 일이라도 몹시 수월하게 해내며, 비슷한 어려움이라도 잘 버텨내는 것 같은데, 왜 유독 나만 전전긍긍하며 의기저상해있는 것인가. 그러나 좀 더 냉정하게 직시한다면 세상사 모든 사람들에게 마찬가지로 힘들고, 자신만의 삶의 무게들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그럼에도 내가 느끼는 나의 삶의 무게는 유독 무거운 것 같다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 없다.

˝왜 그러니 존. 왜 그래. 여느 새들처럼 사는 게 왜 그리 어려운 게냐.˝ (15쪽)
˝실패의 무게가 훨씬 더 무겁게 다가왔다. 그 무게가 몸을 바다 밑바닥으로 끌어 내릴 만큼 무거워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기를 그는 간절히 바랐다. (...) 나는 한계를 많이 가지고 태어났어. (...) 이대로 만족하면서 살아야 해˝ (17, 22쪽)

최근 에리히 프롬의 책(나는 왜 무기력을 반복하는가)을 읽고 나서부터 정말 내가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보기 시작했다. 그 답을 찾기만 한다면 열과 성을 다 할 수 있을 듯도 싶은데, 조나단처럼 그것에 전력하고 완벽을 추구해볼 수도 있을 성 싶은데, 문제는 그 대상이 무엇인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대상이 팀장이 남겼던 말처럼 회사에서 찾아질 수 있는지도 매우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당분간은 그 말씀의 따듯함과 그 답을 얻었을 때 취해야 하는 방향과 방식만을 이 책에서 취하기로 한다.

˝각자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노력해서 완벽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55쪽)

˝천국은 장소가 아니고, 시간도 아니라네. 완벽한 것이 곧 천국이지˝ (...) 장소와 시간은 너무도 무의미하기 때문이야.˝(58, 70쪽)

˝그의 진정한 본성은 기록하지 않은 숫자처럼 완벽하게, 시공을 초월해 어디에서나 살고 있음을 아는 게 비법이었다.˝ (71쪽)

˝갈매기가 비행하는 것이 옳다는 것. 자유가 존재의 본성이라는 것. 그 자유를 막아서는 것은 무엇이든 무시해야 한다는 것. 그게 의식이든 미신이든 어떤 행태의 제약이든.˝ (9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