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자신이 되어라 - 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박찬국 엮음 / 부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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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읽은 책이다. 요즘 들어 독서력이 늘어난 것인지 세월의 힘인지, 기존에 읽었던 많은 책들이 지금에 와서는 사뭇 다르게 다가옴을 많이 느낀다. 니체는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이고, 특히 박찬국 교수가 번역하거나 풀어주는 그의 사상이 가슴에 많이 와 닿았었기에 이 책 역시 예전에 일독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그 시점은 지금과 비슷하게도 삶이 의욕이 한껏 꺾여있을 때이지 않았나 싶다. 예전에 읽은 기억으로는 각각의 잠언이 낱알처럼 고유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느꼈던 것 같다. 지금에서야 전체적으로 종합되고 결국엔 큰틀에서 하나의 일관된 말이었음을 깨닫는다.

이 세상에서, 더 좁게는 개인의 인생에서 삶의 이유와 방향보다 더 가치있고 중요한 주제가 무엇있겠는가. 지식 또는 물질의 풍요를 확보하는 방식 등과 관련된 문제라고 해봤자 결국 실현 가능의 여부로 귀결될 사안이라면, 삶의 이유와 방향에 관한 문제란 나의 존속과 직결되는 주제이기 때문에 그 어떤 다른 사안에 비해 중대하고 시급한 것이다. 그런데 니체는 이 분야에 관해, 이 사안에 관해서만 진실하고 끝없이 몰두했던 대표적인 사상가가 아니었나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어른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인생의 황금기에는 두통과 만성적 불면증에 시달려 교수직도 버릴수 밖에 없었으며, 종래에는 45세 나이에 광증으로 삶까지 잃었던 그였기에 그럴수 밖에 없지 않았겠나.

일견 불행한 삶을 살았던 그의 말 속에서 그러나 나는 무한한 긍정과 무쇠처럼 단단한 강인함을 발견한다. 자신의 병까지 수긍하고 고양의 계기로 삼는 저 고귀함이란......

˝나의 병약함에 힘입은 바가 건강에 힘입은 것보다 훨씬 많지 않은가. 보다 높은 건강, 그 때문에 죽지 않는 한 오히려 강해지는 것 같은 건강을 나는 이 병약함에 힘입고 있는 것이다!˝(50쪽)

자신의 삶을 실재했던 범례로서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당대와 후세의 사람들에게 부과한 저 막중한 삶의 규율이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모든 일 하나하나가 행해지는 ‘너는 이것이 다시 한 번 또는 수 없이 계속 반복되기를 원하느냐?‘라는 질문은 가장 무거운 무게로 너의 행위 위에 놓이게 될 것이다. 아니면 이 최종적이요 영원한 인증과 봉인 그 이상의 어느 것도 원하지 않기 위해서 너는 너 자신과 인생을 사랑해야만 할 것인가?˝(246쪽)

다시 나는 내 삶과 그간의 고뇌를 되돌아본다. 과연 내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그 관점이라는 것이 내가 보는 나였던가 남이 보는 나였던가. 지금 느끼는 왜소함이란 내가 자초했던 것, 내가 느꼈던 것 이상은 아니지 않았나. 그만큼 내 자신 속 깊은 곳에서 생의 의지가, 힘에의 의지가 쇠퇴해가고 있었던 것이리라.

˝인간의 위대함을 나타내는 데에 있어서 내가 택한 방식은 운명애이다. 앞을 향해서도 뒤를 향해서도 모든 영원에 걸쳐서 하나도 변경을 요구하지 않는 일. 필연적으로 닥쳐오는 일을 은폐하지 않고 견딜 뿐 아니라 사랑하는 일.˝(249쪽)

영원회귀 사상에 영감을 주었던 실바플라나 호수가의 피라미드처럼 육중한 바위 앞에서 니체가 느꼈을 감정에 관한 박찬국 교수의 해석도 아름답다.

˝‘피라미드처럼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란 영원회귀의 운명을 의연하게 견디면서 자신의 강력한 힘을 즐기는 자의 불요불굴의 자세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 (영원회귀 사상은) 그것을 실존적으로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변화시킬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았을 경우 우리는 그 사상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된다.˝ (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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