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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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오랫만의 긴 산책길에서 문득 몇해전 걸었던 길이 생각났다. 특별한 곳도, 특별한 날도 아니었건만 그때 들었음직한 음악과 읽었음직한 책까지 함께 떠올랐다. 이처럼 평범한 바로 지금 이 순간도 훗날 언젠가는 가슴 저릴만큼 그리워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매사 얼마나 진지하게 살아나가야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서머싯 몸의 면도날을 읽자니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들을 앉혀놓고 옛이야기하는 정경이 연상되었다. 그만큼 따뜻하고 정겹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었다는 뜻이다.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문체와 글의 구성이 매우 맛깔스럽다고 할까? 달과 6펜스도 재밌게 본 기억이 있는 것을 보면, 작가의 글이 탁월한 것은 확실하다. 내친김에 인간의 굴레도 곧 읽어야겠다.

이제까지 저자 책은 두 권 읽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두 책 모두 갈 수 있었고 갈 수 있는 길이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실제 가지 않았고 또 가지 않는 길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는 점에서 비슷한 듯 하다. 하기야 모든 고전이 결국 그런 주제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오늘도 내가 읽는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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