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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의 예정 - 불확실성 시대에 믿음의 거인들이 붙든 항구적인 확실성 ㅣ 세움클래식 9
한병수 지음 / 세움북스 / 2022년 5월
평점 :
거인들의 예정
예정론에 관한 체계적인 책이 드문 시기에
예정론에 대한 책이 나와서 관심이 많았다.
이 책은 한병수 교수가 그동안 학회지에 발표했던 글과
예정론에 대한 아티클을 번역하여 예정론의 역사적 흐름을 보여준다.
학회지의 글들이 이기에 논지가 명확하고 짧은 지면에 많은 내용들을
압축적으로 적었기에 책 한 권이지만 몇십 권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예정론이라는 거대한 신학적 이론을 다루기 위해서는
몇 권의 책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예정론을 다룰 때 필요한 저자와
주제들을 선별하여 책으로 엮었을 것이다.
저자는 스토아적 운명론를 극복하고 계시 의존적인 사색과
하나님 의존적인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성경이 말씀하신 것만을 가지고 예정론을 말해야 함을 주장한다.
예정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실체적 사역이기에
인간의 논리가 아닌 성경에서 계시로 보여주신 본문을
특히 에베소서와 로마서를 중심으로 주목한다.
그래서 역사 속의 인물들도 주장도 에베소서와 로마서 본문이 주를 이룬다.
예정은 기본적으로 하나님이 하시고자 하시는 뜻이 근거이다.
선택이든 유기든 모두가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졌음을 말한다.
교부시대의 아우구스티누스는 예정의 원인은 하나님의 의지이며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과 전적인 은혜를 강조하면서
어떤 이는 영원한 생명으로 어떤 이는 영원한 멸망으로 정한
이중 예정론을 확립한다.
다른 곳에서는 잠깐 언급하거나 아예 건너뛰는
중세시대 토마스 아퀴나스의 예정론을 말한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에베소서와 로마서 그리고 신학대전에서
성경과 교부들의 사상을 취사선택하여 중세시대의 맞는 예정론을 언급한다.
그는 타락 후 선택설을 주장하고 이중 예정론을 고수하면서
그의 사상은 중세와 종교개혁의 교리적 연속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종교개혁시대에는 루터 역시 로마서와 에베소서를 중심으로 이중예정론을 인정한다.
다만 예지를 하나님의 속성보다는 작정의 한 부분으로 간주한 점과 이중 예정 중에서 유기에 대한 이야기는 간략했고 대부분 선택에 강조점을 둔 것이 특징이었다.
칼빈은 저자가 할말이 제일 많았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예정과 기도로 한정 지어
예정론을 풀어갔다. 요한복음 17장 주석과 로마서 주석을 통해 성령론 안에서 기도와 예정은 대립과 모순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와 하나님의 주권 사이의 절묘한 조화와 균형에 대해 말한다.
그동안 저자는 인물들의 예정론을 살피면서 로마서와 에베소서를 중심의 주장이었으나
정통주의 시대의 폴라누스를 언급하면서 다른 본문에 대한 논의들도 일부 첨가했다.
예정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딤전 1:19, 히브리서 6:4-6의 이야기를 언급 하지만 그때의 믿음은 구원얻는 믿음이 아닌 교리적 차원의 믿음이라고 예정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폴라누스 역시 예정과 예지를 말하며 전택설적 입장에서 하나님이 예정의 원인임을 확고히 한다.
이후 도르트 신조를 살펴보면서 선택은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고 유기는 하나님의 정의를 나타냄을 유기론에 대한 항론파와 반항론파 사이의 주장과 논의를 풀어나간다. 결국 도르토신조의 유기론은 공포가 아닌 두렵고 떨림으로 회개하고 회복하는 것에 방점이 있음을 말한다.
정통주의 시대에 또 다른 인물인 윌리엄 트위스는 예정을 다룸에 있어 작정의 순서와 예정의 대상에 관심을 가지고 전택설적 관점을 주장하며 죄의 허락보다 선택이나 오기이 작정이 앞선 것을 증명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학자보다 더 폭넓게 고대부터 카톨릭과 알미니안의 의견까지 종합 분석한다.
또한 트위스가 신적인 의지의 주권적인 자유를 강조했다면 존 오웬은 하나님의 정의를 강조했다. 이때 오웬은 정의-의지-정의의 실행 순으로 이해하는데 이유는 소시니안 사상을 논박하기 위한 정의의 실행을 강조해야 했기에 트위스와 많은 부분 일치하면서도 강조점이 다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예정론이 한국의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 선교사들을 통해 어떻게 정착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신학적 입장이 형성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이 부분은 그동안 외국 서적 위주의 예정론에 대한 지식이 주를 이루었다면 한국 기독교역사에서 성서 번역사와 함께(예정에 관한 성경구절의 번역 비교)예정론의 정착과 형성에 많은 도움을 주는 아티클이다.
전체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대로 계시 의존적 사색에 충실하여 역사속의 예정론을 주장했던 주장 인물과 논쟁들을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나갔다. 물론 학술지 발제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깊이 있는 연구는 좋았지만 때론 좀 더 폭넓은 논의들을 알고 싶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예를 들면 예정론 하면 사람들은 먼저 이중 예정론을 말한 아우구스티누스 보다 칼빈을 떠올린다. 하지만 가장 많은 지면과 내용을 다룰 것을 기대했던 칼빈의 예정론은 기도론과 연관지어서 일부분만을 다루어서 아쉬웠다.
더 나아가 계시 의존적 사고를 바탕으로 쓰여졌으나 성경 본문을 주로 에베소서와 로마서 위주로 다룬 것도 아쉬움이 크다. 역사속의 저자들이 그 분명히 다른 본문도 다루었을 텐데 말이다. 잠깐 폴라누스에 글에만 히브리서와 디모데서가 언급됬지만 그도 충분하지 않았다. 칼빈 같은 경우는 계시록을 제외한 성경주석이 있으니 히브리서와 디모데서에 대한 주석을 참조하여서 비교 분석하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알미니안 그리고 나중에 웨슬리안 말하는 예정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비교 분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서적들은 주로 조직신학에서 신론이나 구원론에서 예정론에 대한 교리를 언급할 뿐이었으나 비록 제한된 아티클의 주제이지만 역사적으로 예정론에 대한 주장들을 한군데 모아서 엮은 저자의 수고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이 연구의 기반을 바탕으로 저자가 인물이 아닌 성경 본문별로 비교 분석하여 예정과 유기 그리고 자유의지 등등이 나오는 본문을 주석하면서 그 본문에 대한 해석이 인물마다 어떤지 시도해 본다면 어떨까?
예정론을 주장하는 인물과 예정론 맞은 편 지점에 서 있는 인물들로 균형 있게 말이다.
이 책은 장로교 목사들에게는 예정론의 역사를 학문적으로 알 수 있는 책이며
물론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나 같은 웨슬리안 목회자들에게는 예정론의 성경 신학적 근거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므로 어떤 신학적 입장에 속하든 목회자라면 좋은 구원론에 관한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