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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손길 ㅣ 페르세포네 × 하데스 1
스칼릿 세인트클레어 지음, 최현지 옮김 / 해냄 / 2022년 9월
평점 :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했지만 제우스처럼 바람 피우지않고 잘 지냈죠 페르세포네가 그가 준 석류를 먹은 것도 그의 마음을 무시할 수 없어서였구요 둘 사이를 에로틱하게 해석한 이야기라니 기대되었어요

시작부분에서 약간의 혼란이 있었어요. 노트북, 휴대폰, 이어폰 등 현대 문물이 나와서 혹시 페르세포네가 차원이동으로 신들의 세계에 떨어지나 했죠. 배경이 특이하게 올림푸스의 신들과 인간이 공존하는 현대로 설정되었어요. 신들은 우리처럼 과학의 결과물을 누리고 있구요.
페르세포네는 데메테르 여신의 딸로, 엄격한 엄마의 규율때문에 남자친구 한 번 못사귄 모태솔로예요. 인간처럼 살아가던 그녀는 친구 렉사의 유혹에 처음으로 클럽 네버나이트에 가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한 남자와 눈이 마주칩니다. 둘의 첫만남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무척 로맨틱하게 표현했어요.
방금까지 살면서 보았던 가장 잘생긴 남자가 아도니스라고 생각했던가?
아니, 틀렸다.
그의 눈 색깔을 알 수는 없었지만 그 눈동자에 피부가 타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2미터가 훌쩍 넘는 키에, 새까만 머리카락부터 검은색 양복에 이르기까지 온통 어둠을 몸에 휘감은 듯했다. p. 33

네버나이트의 소유주인 하데스는 인간과 조건을 건 거래를 하고 인간이 실패하면 영혼을 가져가요. 페르세포네는 눈이 마주친 남자를 찾아가고 뒤늦게 그가 하데스란 걸 알게되요. 하데스의 손가락이 닿은 손목에 기묘한 표식이 나타나죠. 항의하러 간 그녀에게 하데스가 이상한 말을 합니다.
"계약이 이행되면 이 표식은 사라질 겁니다."
"그럼 당신이 원하는 조건은 뭔데요?"
"지하 세계에 생명을 불어넣어주십시오." p.73

페르세포네는 반강제로 지하 세계에서 6개월간 지내며 생명을 불어넣는 걸 돕기로 해요. 하데스는 그녀가 언제든 지하 세계로 올 수 있는 허가증을 주는 핑계로 이마에 키스해요. 그는 페르세포네를 지하의 정원으로 데려갑니다.
"환상입니다. 당신이 만들어내고자 했던 정원이 이것이라면, 그 정원은 이곳의 유일한 생명이 될 겁니다."
p.134

어둡고 매력적인 하데스와 화사하고 지적인 페르세포네의 정석적인 로맨스예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 속에서 하데스는 그다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지만 그는 제우스, 포세이돈의 형제이며 지하 세계를 다스리는 강한 신이죠.
이 책에선 하데스를 생생한 캐릭터로 묘사했어요. 신화 속에서는 납치되어 스톡홀름 신드롬에 걸린 페르세포네로 짧게 나타날 뿐이지만 여기선 주도적이고 자립적인 성격으로 나와요. 인간의 희생을 막기위해 하데스가 인간의 영혼을 걸고 도박하는 걸 방해하구요. 오르페우스를 동정해 그가 아내 에우리디케를 데려갈 수 있게 돕기도 해요. 이 내용은 신화 속에 있었던 듯도 해요.
현대를 배경으로 해서 묘사가 잘 이해되고 더 아슬아슬한 재미가 있어요. 밀당없이 무조건 직진하는 마초 타입 하데스가 좀 클래식한 느낌을 주네요. 한편으론 '나만 페르세포네라고 부를거야. 니들은 부르지마'를 의미하는 행동을 고집해서 귀여워요.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의 기사를 쓰는 부분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비슷하기도 하구요. 재밌어서 500페이지 가까이를 순식간에 읽었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