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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헤르만 헤세 지음, 강민경 옮김 / 로만 / 2024년 2월
평점 :
싯다르타와 철학적인 면에서 헤르만 헤세가 불교신자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리스도인이었군요. 그의 종교와 신념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부친은 목사였고 어머니도 신학계 집안이었답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그리스도인이 되었지만 개신교 신학자들은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들이 가르칠 지식과 능력이 없어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하고 사람들이 스스로 깨달을 여지도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죠. 그리스도교가 역사에서 혐오와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티베트를 평화롭고 관용적인 나라로 변화시킨 것이 불교라고 생각해 불교의 믿음에 끌렸습니다.
헤세에게 탈무드, 그리스도교, 이슬랍교, 힌두교, 불교의 가르침은 모두 동일했어요. 기도, 명상같은 종교적 요소는 개인의 내면에만 효과가 있고 변화는 개인의 경험을 통해서만 일어난다는 것이었어요.
기존의 종교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많고 새로운 믿음의 근거를 갈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이 책의 글들은 수십년 전에 쓰여졌지만 마치 현시점을 이야기하는 듯해요. 제1차 세계 대전, 경제 대공황, 제2차 세계 대전 등 격변의 시기를 거친 사람들의 마음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불안정했습니다.
우리 삶은 좋았다가 나빠지고 굴곡지고 파괴되었다가 재건되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옷감과 같다고 해요. 사람이 삶의 의미를 찾지 않으면 개인의 삶은 이기심과 죽음 같은 공포에 사로잡혀 정신과나 정신분석에 의존하게 되지요. p. 49
종교적인 인간은 인간이 지구에 딸린 부수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두려움을 창조자가 목적에 맞게 사용한다는 믿음으로 도망치고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경외심을 품고 받아들여요. p. 120
폭력은 악이고 비폭력은 깨달은 이들의 유일한 길입니다. 지구는 절대 천국이 되지 않고 인류는 절대 신과 하나가 되지 않으며 속죄하지 못할 겁니다. 악한 이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이렇든 저렇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악한 이들에게 환호하거나 치를 떨면서 그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그는 악한 이들에 맞서는 건 부처, 소크라테스, 예수나 초기 그리스도교, 퀘이커교, 간디의 정신 같은 것이라고 했어요. p.202
이 책에는 그의 종교관과 신념이 담겨있어요. 그는 그리스도교에 인도의 사상과 종교, 중국 사상 등을 받아들였지만 종교 자체보다 사람을 믿는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바닥까지 드러난 전쟁을 겪으며 악이 득세해도 결국은 혼돈 속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본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결국 삶에는 의미가 있다는 말이 깊게 와 닿네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