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위의 삶 - 뇌종양 전문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실에서 마주한 죽음과 희망의 간극
라훌 잔디얼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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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발견 시점에 따라 치료방법과 생존율이 크게 차이납니다. 암 말기인 4기의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말하는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저자는 뇌종양 연구 분야의 선구자이자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입니다.  20여 년간 수많은 환자들을 수술하고 치료하며 깨달은 경험을 담은 회고록이다.  악성 암을 가진 환자들의 마지막 희망인 수술을 집도하고 수천 명의 삶을 연장했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를 수술하는 일이 옳을까에 대해 고민했어요. 이 책은 그가 끊임없는 고민에서 얻은 자신만의 답입니다.


외과 의사는 환자가 매달릴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이에요. 그 손과 기술로 환자의 운명을 구합니다. 수술 중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한다해도 예측을 벗어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어요. 위기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최상의 결과를 위해 손을 움직이는 건 쉽지 않지만 외과의사는 그걸 해내야합니다. p. 47



예전에는 환자의 생존을 위해 암 덩어리를 모두 도려냈지만 그 과정에서 신체 일부가 손상되기도 했어요. 갈수록 생존율 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유방암 수술 부위를 최소한으로 하는 방법이 그 예이지요.  그만큼 수술은 더 정교해지고 환자와의 소통도 중요해졌어요. p. 69



의사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수술 성공을 바랍니다. 어떤 경우에는 성공율이 너무 낮아 의사도 수술을 기피하고 싶어하지요. 저자는 제인이라는 환자에게 그녀가 사망 후 암 조직을 채취하는 수술을 해도 되겠냐고 물었어요. 환자가 사망해도 암 자체는 6시간을 생존해 그 암 조직을 채취하여 유방암 세포가 다른 장기에 침투하는 전이를 연구하기 위해서였어요. 제인은 동의했고 그녀의 몸에서 떼어낸 암 조직은 다른 전이암 환자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환자들은 암 진단을 받은 후 삶의 질을 우선시하게 되었다고 아쉬워했지만 그는 그들에게서 삶의 교훈을 얻었어요. 인생 대부분의 경험에 양면성이 있음을 가르쳐 주었구요. p.185



최근 우리나라에 연명치료 거부 신청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합니다. 존엄을 지키고 스스로 마지막을 맞는 방법을 결정하고 싶어하는 마음에 공감하지만 할 수 있는데까지 버티고 싸우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예요. 환자에겐 그 싸움을 함께 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의사입니다. 의대생 증원 발표로 혼란스러운 시기라 그런지 더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네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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