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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의 존재’로 이석원작가의 글을 접한지 벌써 오륙년이다. 처음에 그의 글을 읽을 때 왠지모르게 전해져오는 우울함과 무거운 느낌에 다른 책들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을 걸려 책을 읽었었다. 그래도 오래가는 여운에 작가에 대해 찾아보며 가수라는 직업에 놀라면서도 그의 감수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다음 책은 읽기 꺼려졌었는데 어느새 그의 장편소설 ‘실내인간’을 재미있게 읽고 또 새로운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손에 들게 되었다.
이 책은 여느 산문집과는 다르다. 요즘 많이 나오는 산문이나 에세이집처럼 이쁜 그림이나 사진도 없고 읽기 쉽고 공감되는 짧은 글들을 엮은 책들과는 다른 존재감을 나타낸다. 심플한 표지의 작가이름 밑에 써있는 것처럼 이야기산문집이다. 소설인 듯 산문인 듯 책 한권이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작가 ‘이석원’의 삶과 생각을 녹여낸다.
아는 사람이 주선한 소개팅에 나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짧은 머리에 홑꺼풀 눈을 좋아하는 이석원은 긴머리에 살짝 쌍꺼풀이 있는 정신과의사 김정희를 만나게 되고 편한 시간을 보낸다. 일회성 만남이라 생각했지만 얼마후 김정희의 연락으로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되고 연인인 듯 연인아닌 관계를 지속해나가게 된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이지만 그 속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작가로서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돈에 대해, 사랑의 설렘과 내려놓을 수 없는 자존심에 대해, 상처많은 여자의 마음에 대해... 작가 ‘이석원’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 마음에 대하여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또한 복잡다난한 심정 그대로 털어놓는듯한 글 속에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달픔과 아픔, 고뇌가 한 사람의 것이 아닌 모두가 느끼는 것임을 깨닫게한다.
어떤 사진이나 그림은 없지만 읽으면서 서점부터 수연산방, 오후의 홍차 등 머릿속에 글 속 풍경이 그려지는 듯했다. 또한 중간중간에 보라색으로 적혀진 짧은 글에 공감하며 읽노라면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너와 나의 마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느낌이 든다.
‘보통의 존재’때와는 달리 확실히 읽기 편해진 느낌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인생이 만나는 지점의 이야기를 참 솔직하면서도 인생을 관조하는 듯 공감되는 글들로 가득 채워놓았다. 가수로서 또한 작가로서의 삶을 선택한 이석원의 감성가득한 글들을 앞으로 더 많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