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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6일간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작년 가을 친구와 함께 산에 갔었다. 오랜만에 간 산이라 오르는 내내 헉헉거리며 힘들게 올라갔다 내려왔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왠지모르게 또 함께 가자며 약속했었다. 그렇게 힘들게 갔다왔지만 그 고통이 사라지기도 전에 다시 오를 산을 기대하게 하는 산의 매력. 일본소설‘8월의 6일간’은 그 산이 지닌 신비로운 매력을 방이나 카페에서 홀로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독자에게 유감없이 보여준다.
30대 후반 미혼의 규모있는 출판사의 부편집장인 주인공. 3년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동료의 권유로 등산을 시작한다. 성격에 맞지 않는 중간자의 입장과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던 그녀는 등산에 있어서도 단체보다는 혼자 오르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초보자에게도 무난한 산에서 시작했지만 차츰 등산의 매력에 빠진 그녀는 사진으로 보던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인 북알프스에 도전한다.
이 소설은 총 다섯 번의 다른 계절과 다른 일정의 산행을 소개하는데, 준비물을 하나하나 나열하고, 등산에 가져갈 책을 선택하는 등 산행 전 준비과정에서부터 등산에 대한 기대함을 듬뿍 느낄 수 있다. 등산전후의 온천욕과 산에서 먹는 도시락, 넓은 하늘과 산 위에서 바라보는 절경 등 짧게 표현할 수 없는 산이 주는 즐거움이 생생히 전달된다. 또한 혼자 산에 오르지만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따듯함을 느끼며 점점 마음에 인간에 대한 애정을 품게 된다. 일상에서 오는 답답함과 어려움의 순간들이 산을 통해 위로받고 타인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열게된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듬에 따라 그녀의 상황도 주변의 상황도 변화된다. 그녀는 편집장이 되고 어렸을 적부터 친구는 세상에 없다. 그리고 전남자친구의 소식.. 또 다른 심적 어려움이 닥쳐오지만 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 그녀를 치유한다. 험산 지형이나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몸상태 등 계획대로 되지않는 등산도 해냄의 성취감과 함께 다시 일상에서 열심히 살 용기를 준다. 또한 혼자 즐기던 등산이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게 되며 그녀의 삶을 더욱 다채로운 빛깔을 내게 된다.
산의 아름다우면서도 웅장함과 함께 주인공의 실감넘치는 등산모습은 일에 치여 산으로 떠나고싶으나 떠나지 못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대신해주고 있는듯하다. 작년 출간된 이래 3,40대 여성들에게 어떻게 절대적 지지를 받게됐는지 알듯하다. 소설 속 주인공을 따라 산을 오르내리며 지치기도 하고 고된 일상에 공감도 하면서 산행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을 함께 누리며 주인공과 함께 위로받는 느낌이다.
정말 산행의 매력이 듬뿍 담긴 책이다. 가을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가까운 산에 가서 이 책에서 들려주는 산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