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류전윈 지음, 문현선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는 너무나 안타까운 한 여자의 인생이야기다. 처음에는 중국 산아 제한정책의 폐해에 대한 소설인줄 알았는데 그것은 처음의 작은 불씨였을 뿐이었다. 농촌에 사는 한 여인의 가짜이혼사건라는 개인사가 여러 명의 사람이 얼기설기 복잡하게 엮이고 우연과 실수의 연속으로 커져 결국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전대미문의 스토리가 완성되었다.

1자녀정책인 중국에서 둘째아이를 가진 리설련은 남편 진옥하와 위장이혼 후 아이를 낳고 다시 재혼하려하지만 이미 남편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 이에 리설련은 상황을 바로잡기위해 고소를 결심한다. 하지만 법원도 현장과 시장도 작은 일이라 생각하여 리설련의 고소를 들어주지 않고 결국 그녀는 수도 북경에 가서 고소하려한다. 하필 인민대회기간에 도착한 리설련은 우여곡절 끝에 인민대회장 앞까지 가게 되어 잡히지만 인민대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만다.

그 후 19년 동안 고소를 계속한 리설련. 20년째는 올해는 고소를 하지 않으려하지만 다시금 여러 사람의 등떠밈으로 인해 고소를 하게된다. 정말 리설련의 고소는 참깨가 수박이 되고 개미는 코끼리로 변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는데 참 씁쓸하고 안타까움의 연속이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20년을 고소하며 제대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힘들고 고되게 살아간 리설련의 애처로운 삶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첫 장을 시작으로 고소를 위해 이곳저곳 찾아다니는 리설련과 차례차례 고소로 인해 난감해하는 정부인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얼기설기 엮여 빠르게 전개되어 소설에 깊이 몰입하여 즐길 수 있었다. 또한 리설련의 심리상태와 함께 그 주변 사람들과 정부관료들의 나태한 일상, 중국의 집과 골목, 시장 등 중국의 단면을 꾸밈없이 사실적으로 기술하여 현실감있는 스토리를 구성한다.

정말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본 듯한 느낌이다. 중국의 산아제한정책이 한 여인에게 미친 영향력은 거대했다.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산아제한에 따른 사건을 접한 나로서는 이 소설이 결코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아 리설련의 삶이 더 현실감있게 다가온 듯하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리설련의 이야기는 서론이었다. 마지막 30페이지 본론이 남았다. 리설련의 선택으로 인해 원하지 않던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유머를 볼 수 있어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중국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잘 모르는 중국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이 소설은 중국이 직면한 사회문제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중국 주요 문학상을 모두 수상했고 장편소설로 4편의 영화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중국작가 중 한명으로 류전윈의 다음 책은 중국의 어떤 모습을 소재로 할지 참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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