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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해부도감 - 전 세계 미식 탐험에서 발견한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ㅣ 해부도감 시리즈
줄리아 로스먼 지음, 김선아 옮김 / 더숲 / 2017년 10월
평점 :
한국제목도 그렇지만 영어제목이 살벌하다. ANAYOMY라니.. 백과사전마냥 딱딱한 제목과는 달리 표지의 일러스트가 참 멋지다고 처음 책을 받아본 순간 생각했다.
이 책의 머릿말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저자인 줄리아 로스먼의 음식에 대한 자세와 도전이 잘 담겨있다. 그녀의 음식에 대한 애정과 이 책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정말 음식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전달하려는 담담한 글들이 책에 대한 믿음을 더해준다.
그저 생각없이 책을 들고 한번 두루룩~! 넘겨본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랄것이다. 글보다 그림이 그것도 각종 음식과 그 도구에 관련된 투박하고도 섬세한 일러스트가 가득 차있다. 글이 하나도 없는데 먼가 꽉찬 지식이 담겨있는 것 같은 백과사전을 접할 때의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끔찍하진 않다. 오히려 두근거린다. 사람이 책에 질릴 때는 보통 지겹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데 이 책은 생소한 지식들로 가득하지만 전혀 지루해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흥미를 끄는 신선하고 신기한 내용들이 가득한 세계로 안내할 것만 같다. 무려 225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 가득 담긴 재밌는 그림과 흥미로운 음식의 소개, 그리고 톤 다운된 다채로운 색감때문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정독하지 말자.
총 9개의 챕터가 있는데 처음에는 한번 주욱 훑어보기를 권한다. 굳이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실 음식이라는 것이 맛있는 것을 먹는것이 최고의 가치인데 알고 먹으면 더 좋다 혹은 상식이 늘어난다,,정도인데 굳이 생소하고 어려운 단어들을 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려우면 그냥 그림만 쓱 훑어보고 넘어가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아 ~! 이런게 있구나 신기하다 정도가 반복되면서 음식이라는 것이 참 다양하고 그를 다루는 도구도 생각보다 많으며 내가 먹어보지 못한 것들이 이렇게나 있구나 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한 권을 대충 다 보면 다시 앞에서부터 궁금했던 내용들을 꼼꼼하게 한번 더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아는 음식의 민낯을 보고 놀랄 수도 있다.
최초의 당근이 페르시아에서 온 보라색 혹은 흰색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의 옥수수는 먹기 좋게 개량되어진 것이며 초밥먹을 때 나오는 간장은 생선 가장자리에 찍어 먹고 밥에는 찍는게 아니란다. 달걀은 오래될수록 물에 잘 뜰까 아니면 가라앉을까? (궁금하면 책을 읽어보거나 사실 검색해도 나오긴 한다.) 요즘 건강식으로 많이 찾는 올리브는 그냥 먹으면 쓰기에 소금물이나 잿물(헉..)에 담궈 절여먹는다고 한다. 매번 맥주를 마실 때마다 간혹 듣기는 했지만 라거와 에일의 차이는 온도와 뜨느냐 가라앉느냐로 이야기해주니 머리에 더 잘 들어온다. 아는 음식들에 대한 정보는 더 눈에,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온다. 놀랍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기도 하다.
새로운 지식에 현기증이 난다면 그냥 패스하면 된다.
굳이 어려운데 외우려고 꼼꼼하게 읽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사실 일러스트때문에 지겹지는 않지만 잘 모르는 지식들을 눈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 천천히 두고 여러번 읽으면 된다. 아님 그냥 넘겨도 된다. 먹고 맛있으면 되지..굳이 외울필요는 없다. 하지만 관심이 있고 알고 싶다면 그런 지식들을 찬찬히 한번 읽고 나중에 다시 보고 또 볼 수 있다. 그림이 있어 지겹지 않다는건 이 책의 장점이다. 그리고 사실 낯설어서 그렇지 굉장히 전문적인 내용을 상세하게 다루지 않는다. 이름들이 어려울 뿐. 맛표현에 대한 다채로운 표현들은 좀 어렵지만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았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나로서는 메뉴 설명에서 곧잘 보던 형용사들이 나와있어서 반가웠다. acerbic(신맛), gamy(고기냄새)라던지 rich(풍부한, 주로 버터가 많이 쓰인 맛을 표현할 때)라는 등의 용어들을 알아두면 다음 영어권의 나라를 여행할 때 음식 선택이 용이하지 않을까 싶다. 30개나 되는 포크의 이름이나 각국의 전통 오븐의 이름이나 원리 십여개가 넘는 샐러리의 종류, 밀, 조 보리들의 세분화까지는 굳이 궁금하지 않아서 눈으로 살짝 보고 패스했다. 관심이 있는 빵이나 디저트, 샌드위치와 케익의 다양한 종류에는 이름은 어려웠지만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워서 어느나라의 어떤 빵이나 케이크가 맛있을지 계속 찾아보고 들여다보게 된다. 이렇게 몇 번 보면 흥미있는 빵이나 케이크의 이름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범위를 넓혀보는 기회이다.
고기를 사랑하지만 아직도 목살과 갈비살, 안심과 채끝, 홍두깨살이 어디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 책 4챕터 고기요리 처음부터 소, 돼지 양의 각 부위 이름을 알려준다. 이번 주말에 먹은 차돌박이가 의외로 앞쪽에 위치함을 알았다. 파스타의 형태에 따라 20가지가 넘는 이름들이 소개되는데 한 6-7개 정도는 상식선에서 알아둘만 할 것같다. 스파게티와 마카로니만 알기에 요즘 레스토랑은 너무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내고 처음가는 우리를 무식한 사람마냥 당황하게 만들때도 있으니 말이다. 링귀니와 라자냐, 펜네, 푸실리 정도는 예전에 잠깐 외웠지만 다시 확인했다. 이버 기회에 제대로 익히면 더 좋을 것 같다. 젊은 여자들이라면 많이 접했을 크림치즈와 리코타 치즈, 파머치즈와 코티지 치즈가 어떤 것인지도 알려준다. 다양한 유제품편에서 요거트부터 리코타치즈까지 간단한 설명을 해주는데 이정도만 확인해도 좋겠다 싶은 내용들이다. 아메리카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아직도 카페라떼와 카페모카, 마키아토와 카페 콘 레체가 뭐가 다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대충은 알지만 이 책의 가이드를 보면서 다시 확인도 했고 몰랐던 커피의 종류도 상식차 알게 되었다. 차의 종류도 책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이렇게 다섯가지가 나온다. 잘 모르는 내용이 나올때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커피나 차의 가이드 설명을 보다보니 이 책은 정말 초보들에게 기본을 알려주고자 한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차의 종류만도 20가지가 넘는데 겨우 5가지라니. 그럼 다른 것들도 그렇게 자세히 전문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상식선까지의 내용이 간단히 소개된 책이 이 책이라면 의외로 내가 모르는 분야의 상식선을 이 책을 통해 어렵지 않게 넓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