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하루
신준모 지음, 김진희 그림 / 프롬북스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http://blog.naver.com/yyn0521/209736435

 

 

리뷰어 요청을 받고서 읽게 된 '어떤 하루'. 저자 신준모는 페이스북의 유명인사로 매주 2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읽고 공유를 한다고 한다. 글을 쓰기 전 시작했던 사업에서 억대 연봉자의 대열에 올랐지만, 실패를 겪고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해나갔고, 그 글을 통해 '신준모 성공연구소'를 통해 글을 올리며, 멘토로서 상담을 원하는 사람에게 상담을 해주거나 강연을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사실 처음 '어떤 하루'라는 책을 펼쳐서 읽을 때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나는 다만 느릴 뿐이다>와 같은 정말 소소한, 일상스러움이 묻어나는 에세이집인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제목도 그러했고, 표지도 발랄하면서, 따뜻한 색감의 주황색 표지였고, 그 안의 일러스트 그림들도 당연히 그러리라 싶었기 때문에. 가끔 그런 부드러운 이야기도 나왔지만, 대부분은 성공, 도전, 사람과의 관계, 변화 등의 이야기가 더 많았다. 그래서 읽으면서 생각난 책이 바로 <아프니까 청춘이다>였다. 이 책은 그 책의 핵심적인 부분만을 추려 만든 페이스북 버전이었다. 화제의 도서였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이 책도 어쩌면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책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추려 만든 탓인지 문어체보다 구어체의 표현이 많이 있었고, 영화나 드라마에 나왔던 대사들이 있다는 점.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태릉선수촌>의 대사도 있어서 반갑기도 했고, 드라마에서 봤을 때랑 글로만 접했을 때의 느낌이 또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이 책에서 좋았던 부분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삼촌의 이야기, 부유했던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에서 가정형편이 기울어감에 따라 가족들에게 일어났던 변화가 사실적이라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마지막 부분 즈음에 저자가 출판사에 투고를 하러 갔을 때쯤 벌어졌던 일화에 대해서 쓴 글. 자신의 글을 책으로 엮고 싶어 출판사를 직접 찾아갔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출판사에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기 때문에 출간을 할 수 없다고 퇴짜를 맞았다는 이야기였다. 출판사에 일하는 나는 그 부분에서 더 많은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종종 원고 투고 전화를 받기도 하고, 직접 찾아오신 분들을 만나기도 했었는데, 사실 출간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출판사 사람들도 난감하다. 어쨌든 저자는 여러 출판사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원고의 부족한 점을 들으며 출간하게 되었으니, 그 부분에서 끈기와 노력을 인정한다.

 

 

현재 이 책은 온라인 서점 yes24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1위를 기록중이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책들 중에서 이 책이 그만큼의 인기를 얻는 것은 분명, 글의 깊이, 책의 차별성을 떠나 그만큼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켜 가지고 싶게 만들었다는 거겠다 싶다. 게다가 SNS글을 엮었다는 게 시대를 잘 반영했다는 생각도 들고. 페이스북 글을 엮었기 때문에 가볍게 읽고 싶을 때 슥- 읽기 좋은 글이고, 힘들 때 다시 의지를 다지고 으쌰! 할 수 있는 글이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몇몇 부분의 띄어쓰기, 오타가 좀 많았다. 처음에 어라? 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나중엔 그냥 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글의 내용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는데, ㅜㅜ직업병인지 이런 게 눈에 보였다. 또 책의 장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었는데 그 나눔의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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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는 용기 - 실존적 정신분석학자 이승욱의 ‘서툰 삶 직면하기’
이승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http://blog.naver.com/yyn0521/209684829

 

심리학에 대해 쓴 어떤 글을 보고서 '맞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던 중, <포기하는 용기>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관심가는 책이 생기니 바로 온라인 서점 책소개를 읽다가 더더욱 이 책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특히나 '불안'과 '타인의 시선', '욕망'하는 것에 대해 다룬 파트를 보고나서. 친구와 같이 들렀던 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하고서 이제서야 완독! 읽으면 읽을수록 명쾌하고, 사람의 무의식(마음)이 얼마나 치밀하고 깊은지, 그리고 유아기 때의 가족과의 관계가 얼마나 인격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알게되었다.

 

심리학을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관심이 많아서 종종 읽곤 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감하는 폭도 넓어지는 기분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책을 통해 받아들였던 것보다 사회에 나와 더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지금 이 책을 보니 더 와닿는 부분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설명을 보더라도 예전에는 '그런가보다'하는 게 많았다면 지금은 '진짜 그래'라는 느낌.

대학 다닐 때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라캉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무슨 말장난 같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 다시금 접한 그 말이 이제는 공감이 간다. 순수하게 내 욕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과연 진짜 내가 원했던 것인지 남들이 좋다하고, 원한다 하니까 욕망하게 된 것인지. 책속에서는 남들이 원하는 욕망이 아니라, 실제 자신이 원하는 진짜 욕망이라면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 허탈감이 느껴지는 경우는 없단다. 허탈감이 느껴지고, 무기력할 경우는 본래 자신의 욕망이 아닐 수도 있다고.

 

그리고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사람이 태어나서 최초로 인식하는 사람은 내가 아닌 타인이라는 것. 아기가 태어나서 가장 처음하는 말이 '나'가 아니라 '엄마', '아빠'가 처음인 것처럼. 그래서 사람은 가장 처음 인식한 사람이 자신이 아닌 타인이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타인의 인정에 목마를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그 인정이 정서적으로 유아기 때부터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 그 결핍이 성인으로 성장을 한 후에도 계속해서 영향이 온다. 의존, 애착, 집착, 우울 등의 형태로. 그리고 '존재는 응시에 의해 조각된다'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읽으면서 '나의 욕망'에 대해서 들여다보게 되었고, 여러 사례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속에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가끔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어 '그때의 나는 그래서 그런 행동을 했구나'라고 내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8살의 5번의 연애 실패를 경험한 사례자의 이야기에서 흡사 추리소설을 보는 듯하기도. 사례자 본인도 파악하지 못한 자신의 의존적인 무의식적인 행동을 간파하는 대목이 끝인가보다 싶었는데 반전처럼 다가왔다.

 

전체적인 심리학 사례와 저자의 조목조목 친절한 설명은 심리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팟캐스트를 듣지 않아 잘 몰랐지만, 공공상담소라는 팟캐스트도 운영한다니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다만 책에서는 <포기하는 용기>를 얘기하지만, 진정 훌훌 털어버리고 '포기'를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내 안에는 강력한 속물성이 내재되어 있으니까.

 

p.222

'the moment of truth'라는 영어 표현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진실의 순간'이죠. 하지만 올바른 뜻은 '위기의 순간'이라고 합니다. 깊은 지혜가 녹아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경험한 수많은 '위기의 순간'이 사실은 얼마나 엄청난 '진실의 순간'이었습니까? 무언가 덮여 있었던 것이 파열되어 그 밑에 있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지요.

 

p.247

타인의 눈빛은 일종의 거울이 되어 우리를 비춥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볼 수 없으니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눈빛이 곧 나 자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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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 남자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당신에게, 개정판
남인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날봄's 한줄평 : '남자는 왜?'라는 물음에서 실마리를 안겨주다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라는 단호한 책제목이 먼저 시선을 끌었다. 이 책을 집어들기 전에 친구와 '남자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에 대한 긴 얘기를 했었기 때문인지 더 그랬다. 힐끗 제목만 보고선 '이런 성향의 남자에겐 이렇게 행동하라!'라거나 '남자들은 이런 여자에게 마음을 준다'와 같이 설명하는 보통의 연애지침서인가 싶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연애보다는 남자라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남자사용설명서에 가까웠다. 즉, 남자들조차 모르는 남자들의 문제와 감추어진 약한 모습을 심리적으로 분석하고, 그 이유와 이왕 남자들과 함께하기로 결정한 여자들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가에 설명을 곁들인 책이다. 

이 책은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로 공전의 히트를 쳤던 남인숙 작가가 글을 썼다. 그때 이 작가의 글이 가볍고, 위트 있어 쉽게 읽히면서도 그 언저리에 묵직한 메세지를 던지는 것이 좋았었는데, 이 책으로 만난 작가는 여전히 독자들을 위해 쉽게 글을 쓰되 다루고 있는 내용은 한층 더 깊어진 느낌이었다.

'여자보다 더 거절을 두려워하는 남자들', '알고 보면 여자보다 불쌍한 남자들', '남자를 이해하는 단 하나의 코드, 남자다움', '남자, 유리 큐브에 스스로를 가두다' 등등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남자는 그동안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회로부터 '남성성'을 강요받아 왔고, 그래서 나약하며, 그래서 보듬어주어야 할 존재라는 것. 남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울고 싶을 때 울 수 없었고,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살아온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의 감정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남자는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곤 한다는 것이다.

보통 연애를 하다가 이별을 하면 주위 사람들이 '나쁜 남자네'하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나쁜 남자라기보다 못난 남자였을 가능성이 더 많단다. 특별히 나쁜 의도를 품고서가 아니라 여자 앞에서 강해보이고 싶은, 그래야만 상처입지 않고 자신의 남성성이 보장받아 안정을 취할 수 있는 나약한 이들이 남자라는 것. 그래서 이 책의 결론은 어쨌거나 남자가 필요하고, 그들과 잘 지내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들의 자존심인 남성성을 긍정하라는 것. 예를 들면 남자친구가 자신을 위해서 마음에 안 드는 선물을 골랐을지라도, 마음에 든 듯이 좋게 "대단한 남자네!"라고 치켜세워주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별로 어렵지 않고, 때로는 유치해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남자들에겐 자신의 남성성이 안전하다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준단다. 가끔 어떤 칼럼들을 통해서 사소한 칭찬에도 남자들은 좋아한다라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바탕에 이러한 남성 심리가 숨어 있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저 책을 읽은 독자임에도, 괜한 오지랖으로 작가가 걱정이 되었다. 이 책을 남자들이 본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부터, 작가의 부군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렇게 대놓고 낱낱이 밝혀도 괜찮은 건가?까지. 그만큼 이 책은 적나라했고, 그만큼 도움이 되었다. 결국 세상의 반은 남자고, 그들과 함께 잘 지내기 위해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 필요한데, 그 노력의 첫걸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못난 남자들을 대처하기 위해선 특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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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별아이 료마의 시간
신보 히로시 지음, 노인향 옮김 / 지식너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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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http://blog.naver.com/yyn0521/208908176
 
 
 

문어별 아이 료마의 시간은 자폐증과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료마에게 쓰는 아빠의 기록이다. '문어별 아이'라는 특이한 제목 탓에 무슨 이야긴가 싶었는데, '문어별 아이'는 아빠가 아들 료마를 일컫는 사랑스러운 표현이다. 이를 테면 정신적으로 패닉과 발작이 일어날 때 아이는 곧잘 연체동물인 문어처럼 흐느적거리곤 하는데 거기에서 아이를 '문어별'에서 왔다고 표현한 것이다. 때로는 료마는 '바위별 아이'가 되기도 한다. '바위별 아이'는 료마가 '문어별 아이'일 때와는 달리 가만히 꼼짝 않고 버티는 때 나타나는 아이를 말한다.
 
자폐아인 아들을 두기 전까진 자폐아는 그저 방에 처박혀 말이 없는 아이 정도로만 생각했었다는 아빠, 신보 히로시. 그래서 3살 때 알게된 아이의 증상에 '언젠간 꼭 낫게 하고 말거야'라는 결심을 했었다고. 하지만 자폐증은 평생 치료가 불가한 병이라는 걸 끊임없는 공부 후에 깨닫고는, 아이를 자신의 속도와 방향에 맞추기 위해 다그치기 보다는, 아이의 느린 속도에 맞추어 기다려주기로 한다. 그리고 아빠와 아들의 행복한 시간은 흐르게 된다. 그 행복한 시간을 료마의 아빠는 홈페이지에 <산들바람 편지>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 과정은 행복만 있질 않았다. 아이의 시도 때도 없는 갑작스러운 패닉은 엄마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것이 그리고 낫는다는 희망도 가질 수 없었다. 또한 료마와는 평생 정상적인 기본 대화를 할 수 없었고, 가장 윗집에 살던 이 가족에게 발작이 일어나 쿵쿵-거리며 이웃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다. 주변의 싸늘한 시선과 마주하는 시선이 많았고, 게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패닉은 료마 스스로를 해치는 자해행동으로 이어졌다. 결국 료마의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한다. 그러지 않고선 엄마마저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선의 방향으로.
 
그 뒤로 이웃사람들의 항의와 가족을 위한 가장 좋은 선택으로, 료마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곳으로 거처를 옮긴다.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에게 료마는 때로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손자였지만,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장애를 인정해주지 않는 차가운 시선에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 곁에서 세상을 살아간다. 료마의 아빠는 말한다. 아들 덕분에 가치관이 변했고, 세상에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료마의 존재로, 아빠는 얼굴도 몰랐던 사람들의 응원에 힘을 얻기도 하며, 스스로 자원봉사를 통해 또 다른 사랑을 주위에 베풀기도 했다. 그리고 그 행복의 기록은 한국이라는 나라에까지 전해졌다.
 
평범하진 않지만 사랑스러운 아들 료마를 바라보는 아빠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문어별 아이 료마의 시간>. 이 책에는 료마가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살 때까지의 성장 기록이 오롯이 있다. 이 책에는 그들의 행복했던 한때를 담은 사진들이 함께 담겨 있고, 아들에게 전하는 시도 있으며, 아빠에게 힘이 되어준 일본 각지의 사람들에게 온 글도 실려 있다. 아이를 갖지 않은 나조차도 이렇게 감동스러운데, 부모라면 얼마나 감동스러울까 싶다. 또, 료마와 같은 아이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겐 더욱더. 읽는 동안, 순수한 아이와 아빠의 모습에 한없이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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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전수찬 지음 / 창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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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yyn0521/208093446

 

 

인터파크를 통해 전달받은 이번에 전달받은 책은 전수찬 작가의 '수치'. 개인적으로 한국소설의 특유의 음울함(주인공이 시니컬하거나, 고통에 허우적대거나, 혹은 후회로 점철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건에 집중하기보다는 주인공의 감정과 관념에 빠져서 심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도, 돌아돌아 이해하게 만드는 스타일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표지도 그렇고 '수치'라는 제목도 그렇고 내가 선호하지 않는 스타일의 소설이 나왔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꼭 읽고 싶은 마음이 아닌, 읽어야 되기에 읽기 시작한 이 소설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소설로 재미를 느낄 만한 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평소 내가 생각하고 있던 한국소설의 관념주의보다는 사건의 전개와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 것 같아 좋았다. 보통 한국소설엔 평론가의 설명이 실리곤 하는데, 소설 자체도 평론가의 설명도 너무 심오할 때가 많다. 소설을 읽는 것은, 시간의 짬을 내어 바쁜 와중에 즐거움을 느끼고자 하는 거 아닌가? 오히려 읽고 나면 더 피곤해지는 건 목적을 상실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면에서 '수치'는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고, 한국소설에 대한 편견도 살짝 깨부순 책이었다. 주인공 이원길(나)를 내세워 이야기를 진행시켜 가는데, 이원길은 탈북자다. 꽤 비중있게 나오는 그의 친구 '영남'도 탈북자다. 그리고 같이 세상에 존재했었지만, 죽음을 택한 '동백' 역시 탈북자였다. 그들은 모두 북한에서 가족과 함께 탈출했지만, 자신만 살아남아 남한에 내려왔다는 공통적인 수치심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동백은 결국 죽기 전 가족들의 행방을 찾았고, 가족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노란색 물감을 뒤집어쓰고선 자살을 해버린다. 제3자에겐 난해한 죽음일 뿐이었지만, 그에겐 자신의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조롱거리가 된 슬픈 죽음이었다. 그 죽음의 이면을 알고 있는 영남과 원길은 그 죽음으로부터 자신들의 고통, 수치심을 안고서 계속 삶을 유지해나간다. 

 

영남은 그럼에도 살아가기 위해 혼자 강원도로 이사를 떠나버리고, 불면증에 시달리던 원길도 자신의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뒤에 영남의 권유로 강원도로 잠깐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올림픽 유치의 이권을 둘러싼 마을 노인들, 협회, 시위자들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자그마한 이익을 얻기 위해 진실은 필요없는 사람들. 이 이야기가 현실에서 충분히 벌어질 만하고, 이미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공감하는 한편, 씁쓸한 마음으로 읽었다. 개인적으로 탈북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탈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은 '받아들이면서 내치는' 차가운 나라구나 싶어 안타까웠다. '빨갱이들은 물러가라'라는 현수막을 보고 눈물 흘리는 원길의 딸. 본의 아니게 이 땅에 사는 탈북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안기고 있었을까. 길지 않은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수치'. 한국소설에는 관심이 없어, 전수찬 작가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소설이었지만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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