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별아이 료마의 시간
신보 히로시 지음, 노인향 옮김 / 지식너머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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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별 아이 료마의 시간은 자폐증과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료마에게 쓰는 아빠의 기록이다. '문어별 아이'라는 특이한 제목 탓에 무슨 이야긴가 싶었는데, '문어별 아이'는 아빠가 아들 료마를 일컫는 사랑스러운 표현이다. 이를 테면 정신적으로 패닉과 발작이 일어날 때 아이는 곧잘 연체동물인 문어처럼 흐느적거리곤 하는데 거기에서 아이를 '문어별'에서 왔다고 표현한 것이다. 때로는 료마는 '바위별 아이'가 되기도 한다. '바위별 아이'는 료마가 '문어별 아이'일 때와는 달리 가만히 꼼짝 않고 버티는 때 나타나는 아이를 말한다.
 
자폐아인 아들을 두기 전까진 자폐아는 그저 방에 처박혀 말이 없는 아이 정도로만 생각했었다는 아빠, 신보 히로시. 그래서 3살 때 알게된 아이의 증상에 '언젠간 꼭 낫게 하고 말거야'라는 결심을 했었다고. 하지만 자폐증은 평생 치료가 불가한 병이라는 걸 끊임없는 공부 후에 깨닫고는, 아이를 자신의 속도와 방향에 맞추기 위해 다그치기 보다는, 아이의 느린 속도에 맞추어 기다려주기로 한다. 그리고 아빠와 아들의 행복한 시간은 흐르게 된다. 그 행복한 시간을 료마의 아빠는 홈페이지에 <산들바람 편지>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 과정은 행복만 있질 않았다. 아이의 시도 때도 없는 갑작스러운 패닉은 엄마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것이 그리고 낫는다는 희망도 가질 수 없었다. 또한 료마와는 평생 정상적인 기본 대화를 할 수 없었고, 가장 윗집에 살던 이 가족에게 발작이 일어나 쿵쿵-거리며 이웃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다. 주변의 싸늘한 시선과 마주하는 시선이 많았고, 게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패닉은 료마 스스로를 해치는 자해행동으로 이어졌다. 결국 료마의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한다. 그러지 않고선 엄마마저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선의 방향으로.
 
그 뒤로 이웃사람들의 항의와 가족을 위한 가장 좋은 선택으로, 료마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곳으로 거처를 옮긴다.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에게 료마는 때로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손자였지만,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장애를 인정해주지 않는 차가운 시선에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 곁에서 세상을 살아간다. 료마의 아빠는 말한다. 아들 덕분에 가치관이 변했고, 세상에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료마의 존재로, 아빠는 얼굴도 몰랐던 사람들의 응원에 힘을 얻기도 하며, 스스로 자원봉사를 통해 또 다른 사랑을 주위에 베풀기도 했다. 그리고 그 행복의 기록은 한국이라는 나라에까지 전해졌다.
 
평범하진 않지만 사랑스러운 아들 료마를 바라보는 아빠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문어별 아이 료마의 시간>. 이 책에는 료마가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살 때까지의 성장 기록이 오롯이 있다. 이 책에는 그들의 행복했던 한때를 담은 사진들이 함께 담겨 있고, 아들에게 전하는 시도 있으며, 아빠에게 힘이 되어준 일본 각지의 사람들에게 온 글도 실려 있다. 아이를 갖지 않은 나조차도 이렇게 감동스러운데, 부모라면 얼마나 감동스러울까 싶다. 또, 료마와 같은 아이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겐 더욱더. 읽는 동안, 순수한 아이와 아빠의 모습에 한없이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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