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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 다잉 다이어리 -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제니스 A.스프링 & 마이클 스프링 지음, 이순영 옮김 / 바롬웍스(=WINE BOOKS)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다름아닌 상담사 역할을 하는 이가 어디서 상담이라도 부탁할 처지에 놓였다.
아버지의 치매를 옆에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아니다, 직접 함께 겪게 되었다.
아버지는 함께 살고 싶어하지만, 상담가인 저자에게도 그건 힘들 노릇. 결국 요양
병동에 모시고 자주 방문을 드나들게 되는데, 웰 다잉 다이어리는 그러니까 치매를
겪는 아버지가 서서히 세상과, 그리고 자녀와 이별하게 되는 과정을 소란스럽게,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적나라하게 담아낸 일기장이다. 가끔은 당황도 하고
짜증도 나고 걱정도 하고 질투도 하고 두려움도 느끼고, 남의 일에는 제법 성숙하게
조언을 해줄 수 있지만 막상 자신의 일이 되고 처음 느끼는 일이면 누구나 수선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지게 된 것도 같다.
늙는다는 것의 의미, 와 함께 나란히 도서관에서 읽어가니 어쩐지 마음 속이 뻐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늙어간다는 것, 부모라는 것은 역시 우리 모두를 건드리는 주제인 듯하다.
늙는다는 것의 의미, 의 저자가 어머니자 나의 미래의 모습으로, 웰 다잉 다이어리의 부녀도
마치 나의 가족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아마도 두 글이 모두 절절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그 속내가 나에게도 또 깊이 와 닿은 모양이었다. 얄팍한, 기대하지도
않았던 두 책을 빼곡히 읽고 두 책에서 준 정서로 마음이 가득 찰랑거리고 있었을 때는
이래서 책을 읽는구나, 책에서 또 하나둘씩 배우고 치유받는구나 하는 기분까지 느꼈다면
조금은 과장된 표현이 될까.
죽어가거나 늙어간다는 건 결코 아름답거나 즐거운 과정은 아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겨라!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자연스럽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연습/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비단 나 자신의 노화나 죽음뿐 아니라 내게서 소중한 사람들의
떠나감도 그렇게 마치 춤을 추듯이, 보다 고요하게, 보다 한순간 한순간 충만하게 맞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어디 그렇게 되겠는가. 그럴 때는 또 추하게 실수와 소란
투성이의 모습을 보일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그래도 한순간이나마 이런 마음을 가져보는
것만으로도 연습이 되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