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이웃
서수진 지음 / 읻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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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정한 이웃’에 대한 이야기였다. 호주의 무더운 홀리데이 주간. 그 일주일에 일어난 일들이 네 여성의 일상을 송두리 채 무너뜨렸다. 하지만 이웃들은 여전히 다정하기만 해서 이 일들이 정말 일어난 게 사실인지 꿈인지를 헷갈리게 만든다. 이건 적어짐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인걸까, 발생함으로 인해 적혀버린 사건인걸까. 

어느 날 사라져버린 남자 후이. 후이의 부재로 인해 이 빈자리는 의구심으로 가득차버렸다. 의구심은 의심이 되고 의심은 확신이 되어 벼락처럼 네 여성을 꿰뚫어버린 이야기. 너만 이 불행을 피해갈 수 있을까 했던 의문은 마지막 장이 되어서야 불행의 미소를 보여준다. 

끝이 되어 갈수록 당황스럽긴 했는데 이 모든 시작점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불행은 여성들에게 일어났다는 점이다. 남자들은 멋대로 살고, 멋대로 행복하고, 멋대로 살아나가기로 결정했는데 여성들에게는 그저 삶과 죽음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제멋대로 속이 쓰리다. 남자들이 좀 더 불행했으면 더 나락으로 지옥으로 쳐박혀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갈피를 잃어버렸다. 하여튼 중요한 부분은 다정하기는 지랄맞게 다정했고, 남을 생각하는 마음은 우주같아서 일어난 일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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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찰란 피크닉 오늘의 젊은 작가 45
오수완 지음 / 민음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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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찰 이라는 괴물이 있다. 아찰란 이라는 도시에 산다. 피라미드가 있고, 피크닉이 라는 대회가 있어 완주를 해야 피라미드 안에 들어갈 수 있다. 거창한 세계관은 아니다. 이해 가능한 세계 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7명의 아이들이다. 


언제 아찰이 될지 모르는 공포에 쫓기는 아이들. 아찰이 되지 않기 위해 아이들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한다. 피크닉은 최종 종평 점수를 내기 위한 마지막 경주다. 피크닉에서 아이들은 완주를 목표로 하는 선수다. 아이들은 경기를 시작하고 이제 방해물은 생각하기 나름이 된다. 


피크닉은 끝났다. 아이들은 손을 잡고 맞서 싸우며 완주했다. 세계를 보았고, 현실로 돌아갈 시점이다. 결국은.. 아이들이 진정한 주인공이었다고.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와 싸우고, 어른들과 싸우고.. 이제 아이들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시간이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용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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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자
실비아 플라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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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숙제를 끝낸 홀가분한 기분. 벨 자는 종 모양의 유리관을 뜻한다. 똑똑한 주인공 에스더 그린우드를 비롯해 작가인 실비아 플라스를 안에 가둔 벨 자. 정신병을 앓는 에스더의 삶이 비상식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를 치료하는 '충격요법'처럼. 이제는 에스더의 삶이 비정상적이지 않음을 안다. 뉴욕에서 마주한 현실들이 더 비정상적이었던 거다. 에스더는 부조리한 세상을 마주할 수 없었고 결국 도피하게 되었음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마주했음을 이제는 안다. 결말이 어떻든 간에 우리는 에스더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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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홀리 그라마치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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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없이 읽었는데 기대 이상의 수작 ! 다락방에 들어가면 남편이 끊임없이 바뀐다 ! 읽으면서 어떤 남편들이 나오는지 두근두근 기대되는 마음으로 읽었어요. 마음에 드는 남편도, 마음에 들지 않는 남편도 있었고. 중간에 로렌이 싱글로 살 때도 마음에 들었어요. 


최고의 남편을 가지고 싶어서 끊임없이 다락방으로 남편들을 올려보내고, 이전의 남편을 그리워하며 행적을 쫓는 로렌의 마음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이었고, 결말도 마음에 들었어요. 로렌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오랜만에 이런 소설을 재밌게 읽었어요. 500페이지 분량을 한 숨에 읽어내렸다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내린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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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뷰 -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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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가 배경이다.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든 도시에 어떤 것들이 죽어나갔는지 우리는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위에 사는 이들도 궁금해하거나 입에 올릴 일도 아니겠지. 물이 보이는 건물이 좋다더라, 다들. 그래서 한강을, 바다를 보고 싶어서 건물을 쌓아 올린댔지.


주인공의 결핍과 욕망을 구체적으로 구현해낸 것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굳이 '남자' 주인공이 진실과 대면하고자 하는 부분을 '여성'을 앞세워 해결하고자 하는 걸 꼬집고 싶어진다. 그리고 언제나 뒷받침 되는 '아내'의 모습을 (그 모습이 바람직 하지 않더라도) 그저 소비하는 것으로 끝낸 것 또한. 


재미있는 책이다. 능력있는 작가가 잘 쓰는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하지만 이 또렷한 인물들 중에서 결국 '남자' 주인공만이 진격해 과거 혹은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을 가진다는 게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래서 우리의 여성들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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