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란 책 제목이 너무나 호기심을 자극했다. 도대체 천 개씩이나 되는 태양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또 세상의 모든 딸들이 읽어야 할 바로 그 책이란 문구도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읽으면서 느낀 슬픔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다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은 그 순간 찾아온 그 슬픔과 아픔과 표현 불가능한 마음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읽어야 할 책이지만, 절대 세상의 모든 딸들이 몰랐으면, 겪지 말았으면 하는 고통스러운 슬픔이 담긴 책이였다. 내 딸에게도 읽게하고 푼 책이지만 마리암과 라일라가 아님을 감사하며 살라고 가르치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이란 전쟁과 가난, 이슬람 국가가 전부였다. 그리고, 한국인 선교인들의 피랍으로 한국에 대대적인 메스컴을 타면서 많은 관심과 이목이 쏠렸으나 피랍된 교인들이 풀려나고 잊혀진 나라였다. 30여년의 전쟁과 내란은 도시를 황폐하게 만들었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절망과 고통의 시간들을 던져주었다. 같은 여자가 딸을 사람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남자들은 여자를 길가의 돌이나 잡초만도 못하게 여긴다. 여자는 혼자서 거리를 돌아 다닐 수도 없으며, 여행을 할수도 없고, 직업을 가져서도 않된다. 일부다처제가 가능한 나라 아프가니스탄은 여럿명의 아내를 두고 어린 소녀를 탐낸다. 열다섯의 마리암을 40세가 넘은 늙은 남자에게 시집을 보내는 어리석은 부모들이 너무나도 당연시 여기는 모습들이 끔찍하다. 어린 소녀는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남편에게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고 구타와 학대를 당하면서 꿈도 잃고 의욕도, 감정도, 표현도 사라지고, 현실을 받아 들이고 숨죽여 살아간다. 이 책의 고통과 아픔의 두 여인의 삶은 다른 모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현실, 거리에 혼자 나왔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해야 했던 현실을 나는 험오스럽고, 가슴을 짖누르는 아픔을 느꼈다.
하라미(사생아)인 마리암과 자신보다 19살 어린 라일라의 우정은 전쟁의 폐허와 절망과 고통 속에 피어나 한 송이 꽃과 같으며, 찬란한 태양이었다. 마리암과 라일라의 남편을 마리암이 죽였을 때 드디어 내가 기다린 때가 왔다는 걸 느낄수 있었다. 처음부터 남편 라시드를 죽였으면하고 바랬다. 아니 차라리 거리에 나가 폭탄이나 총을 맞아 죽길 바랬다. 그는 그녀들의 고통의 근원이었다. 야비했으며, 여자를 업신 여겼고, 비성실 했으며, 잔인한 인간의 모습이였다. 마리암과 라일라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표본이라면 라시드는 잔혹한 아프가니스탄 남성의 표본이다. 남자들이 어디서 태어나는지 아프가니스탄 남자들은 잊은 것일까?! 어째서 연약하고 위대한 어머니란 존재들을 구타하고 업신 여기는지 그들의 잔혹함을 이해 할수가 없었다.
마리암의 선택 그것은 남편 라시드를 죽이고 라일라와 두 아이의 행복을 찾아주는 것이었다. 마리암은 하라미였고, 그래서 아버지에게 버림 받았지만 라일라를 만나 웃게 되고, 즐거움을 알게 되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마지막 순간에 마리암은 어쩌면 천개의 태양을 만난 것이 아닐까. 다른 신분의 두 여자가 같은 고통과 아픔을 겪으면서 싹튼 우정과 모정은 가슴 시리도록 슬프지만, 찬란한 아름다움이였다. 긴 고통 속에서도 태양은 계속 떠오르고 또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녀들을 한동안 잊을 수 없을 듯하다. 나는 지금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다. 그러나, 지금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기도 할 것이다. 모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태양이 떠 오르길, 찬란한 태양의 축복을 받고,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행복해지길 기도 할 것이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희망과 꿈과 용기였다. 그녀들에게 언제나 찬란한 태양이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