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유물에 있다 - 고고학자, 시공을 넘어 인연을 발굴하는 사람들 아우름 27
강인욱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고학자하면 많은 사람들이 인디아나 존스의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보물을 찾아 엄청난 모험을 하는 멋진 탐험가 같은 모습. 오래된 무덤속에 가득한 금은보화와 그것을 노리는 자들을 향한 저주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래서 고고학자는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며 여행하는 매력적인 직업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역시 생소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분야이기도 하기에 고고학자들이 정확히 무엇을 위해, 어떤식으로 일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부드러운 붓으로 모래 한알한알을 털어내며 섬세하고도 조심스러운 작업을 하는 고고학자들이 멋있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작은 토기조각 하나, 금조각 하나로도 수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것도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분명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지금 현재와 미래를 중요시 여기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공부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현재 또한 무의미하게 느껴지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와 역사는 그저 편하게 글로, 그림으로 남겨져 모든 것이 기록되어져 있는 것이 아니기에 끊임없이 과거의 행적을 좇아 분석하는 고고학자들은 꼭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저는 고고학이란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 살던 사람들의 모습을 유물을 통해 밝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유물과 유적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고 썼던 사람들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저자는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시아 북방 지역 고고학을 전공하여 매년 러시아,몽골,중국등을 다니며 조사하고 세계 여러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는 고고학자이다. 저자에겐 너무나 재밌고 흥미로운 고고학이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고고학은 멀기만 한 존재다. 특히나 어려운 용어들이 난무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책들이 많기에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그로인해 고고학에 대해 더욱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을 집필하고자 했다. 사실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유물들을 배경지식없이 접하게 된다면 우린 그것들이 소중한 유물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못할지도 모른다. 흙으로 빚어진 부서진 토기조각이나 뼛조각으로 알아낼 수 있는것이 무엇일지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유물들은 무덤에 있기 마련이고 미라나 오래된 유골을 보면 으스스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사소한 유물 하나가 우리를 과거와 이어 주는 거대한 인연의 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고고학자들은 흙 한 줌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알타이 구석기 시대의 동굴 유적에서 발견 된 어린아이의 자그마한 이빨 한개에서 호모 알타이엔시스라는 새로운 인류를 발견하기도 하고 티베트에서 발견된 불상 하나가 나치들의 순수 혈통이라는 선전도구에 쓰이며 그 의미가 퇴색되기도 한다. 칼자루 끝의 작은 청동장식에서 최초의 스키 부대를 발견하기도 하고 동물의 어깨뼈를 그슬러 뼈가 갈라지는 모양을 보고 길흉을 점치며 그위에 글자를 써놓은 복골을 통해 샤먼의 풍습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에겐 사소해 보이는 유물엔 우리가 생각지 못한 수많은 인생들이 담겨 있고 파편만 남은 유물을 매개로 과거와 인연을 잇는 학문이 바로 고고학이다. 그렇기에 고고학은 역사에 대한 탐구와 끈기가 필요하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유물이란 화려한 금관이나 웅장한 기념물이지만 고고학자들에겐 외관보다 그속에 숨겨진  것들을 관찰하며 얻게 되는 치밀하고도 사실적인 과거 사람들의 삶이 더 중요하다. 그 유물들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인연의 끈이 되고 그로인해 앞날을 모색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고고학은 형식이라는 틀을 가지고 사소한 유물의 변화를 통해 수천 년을 두고 이어지는 인간 세상의 흐름을 찾아 나선다. 찬란한 황금에 혹하지 않고 사소한 토기의 조그마한 변화에서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고고학은 소박하지만 인간을 생각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가 없었다면 현재도 없고 미래 또한 존재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인류의 과거를 찾고 또 그로인해 현재와 미래에 대한 답을 제시하게 되는 고고학이란 학문이 굉장히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보던 스펙터클한 모험은 비록 없을지라도 그보다 더 큰 가치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고학이 그렇게 쉽기만 한 학문은 아니다. 척박한 발굴 현장과 끝없이 이어지는 반복되는 작업과 단시간에 끝나지 않고 긴 시간동안 이루어지는 많은 연구들은 강인한 체력 못지않게 끈기와 집념 또한 필요한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무한한 애정이 없다면 고고학을 전공하고 평생의 직업으로 가지기엔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기술이 발전하고 많은 직업들이 로봇으로 대체되는 시기가 온다고 하지만 고고학만큼은 로봇으로는 절대 대체될 수 없는 분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현대 과학이 진화한다고 해도 흙 속에서 자기 손으로 유물 한 조각을 찾아내는 기쁨, 그리고 그 순간 고고학자가 느끼는 과거와의 소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고고학은 계속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고고학이란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학문이었지만 사실 고고학만큼 우리 인간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되는 학문도 없는 것 같다. 내가 쓰고 있는 사소한 물건 하나가 몇천년뒤에 발견되어 소중한 유물로 후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뜻깊고 기쁜 일일까. 하지만 그런 유물을 위조하고 침략을 정당화 하기 위한 도구로 쓰는 몇몇 사례들을 보면 인간이란 참으로 이기적이고 욕심과 탐욕에 눈이 먼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물이 가진 본래의 의미와 가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소중히 발굴하고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의 진실은 이렇듯 화려한 황금이 아니라 사소해 보이는 토기 한 조각 한 조각에 숨어 있다. 진실은 유물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견이 전부다 - 인생이 만든 광고, 광고로 배운 인생 아우름 29
권덕형 지음 / 샘터사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분야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만큼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능력이지만 특히나 중요시 되는 분야가 광고가 아닐까. 짧은 시간동안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선 독특한 아이디어와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감성까지 두루 필요하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드는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비록 직접적인 광고를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경영학과에 다니며 들었던 광고론수업에서 참여했던 광고 공모전을 준비했던 경험으로 비추어 보자면 아마 그 갑절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기에 힘든 직업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광고의 매력이란 무궁무진해서 잘 만들어진 광고 한편은 오랜시간동안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히곤 한다. 그 어떤 긴 영화보다도 훨씬 큰 감동과 재미, 또는 깊은 공감을 일으키기도 하니 그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의 고통 또한 상상이 간다. 그렇기에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 무엇보다 일상 생활의 사소한 것 하나도 세심히 관찰하고 하나의 편협한 시각이 아닌 모든것을 다양하게 보는 시선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중요하기에 광고를 ‘발견의 예술’이라고 칭하는 것이 아닐까. 



광고는 ‘발견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남들도 잘 알고 있는 것, 이미 밝혀진 사실을 전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광고가 될 수 없다. 반면이 제품 속에서 아직 발견되지 못한 장점들을 찾고 알린다면 소비자는 ‘뉴스’를 접하는 셈이 된다. ‘뉴스’는 제품을 다시 보게 하고, 마음을 움직인다. 이렇게 ‘발견’을 담아야 광고가 제 일을 하게 된다. 


 

 

 

 

저자는 21년 차 광고인으로 그의 손을 거쳐간 광고들은 수없이 많다. 이름만 들어도 무슨 광고인지 기억날만큼 유명한 것들도 많아 그가 광고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는 것이 짐작된다. 그는 특히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있다는 믿음으로 일상 속 작은 일들에서 새로움의 씨앗을 수집한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면 작은 것도 크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스쳐 지나가던 것들을 길게,오래,눈여겨 보는 것은 피곤하고 신경쓰이는 일이다.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매우 인간적인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발견을 잘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진 않는다. 광고의 매력이 발견에 있고 광고만이 아닌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발견이라는 그는 광고를 만드는 법이나 잘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아닌 한편의 광고가 담고 있는 의미와 그 광고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책속에 가득 담았다. 짧은 광고 한편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이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며 단순히 광고의 내용이나 기법만으로 채워진 책보다 훨씬 더 광고가 알리고자 하는 의미들이 잘 전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짧은 광고에서 인생의 진리를 찾을 수 있고 인생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기에 잘 만들어진 멋진 광고는 소설이나 시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하나의 문학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공익광고를 통해 이웃과의 나눔이나 죽음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고 비록 물건을 팔기 위한 상업적 광고일지라도 세상을 살아가는 고단함이나 자신의 존재 이유, 비대칭적인 사회의 모순을 느낄 수도 있다. 광고에는 정말 우리의 인생살이가 골고루 녹아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삶에서 그런 많은 것들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정확히 알아보고 캐치해 낼 수 있는 능력이 광고에서는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광고 뿐만이 아니라 회사에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나 가게의 상호명처럼 짧지만 가장 먼저 우리의 눈길을 잡을 수 있는 제목의 중요성과 그런 제목을 잘 지을 수 있는 방법들이 함께 써져 있다. 실제 그 내용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우선 면접자든 고객이든 독특하고 궁금증을 유발할 참신한 제목이 있어야 수많은 경쟁자들 중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내게 담긴 것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멋진 제목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좋은 광고는 공감을 부르는 광고다. 그리고 공감이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너와 나의 마음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발견은, 마냥 행복하거나 정의롭거나 달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프고 못되고 쓴 것들이 우리의 솔직한 모습이라면 그것을 긍정하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모든일에 각자의 창의성과 열린 가치관이 필요한 시대지만 아직도 우리의 생각과 말들을 꽁꽁 숨겨놓고 진실을 담으려 노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진실과 사람들에 대한 진심을 담지 않은 광고는 분명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화려하기만 한 광고는 우리에게 감동이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기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되지 못하고 금방 사라져버리고 만다. 수많은 광고인들의 끝없는 야근과 원형탈모가 생길 정도로 받는 극강의 스트레스 끝에 탄생된 광고 한편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끝없이 고민하고 그 속에 우리들의 일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광고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또는 생각 해 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을 끝없이 관찰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작업이 분명 쉽지 않고 힘들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 또는 깊은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결과물로 영원히 기억되고 회자된다는 건 노력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생각도 든다. 광고인이 아니더라도 우리 역시 일상 생활에서도 작은것 하나도 세심히 관찰하고 눈여겨 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다. 



부디 나의 광고가 귀 기울이지 않고 스쳐 지나갈 정도로 미천한 크리에이티브가 아니기를. 좀 더 진지하게 귀 기울이게 하는 호소력 있는 광고이기를. 정신 번쩍 들게 해서 좀 더 안전하고 행복한 정신을 가능케 하는 절절한 외침이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이 잘 풀리는 철학적 사고술 - 니체가 알려주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법 아우름 28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의 큰 고초를 누구나 한번씩은 겪을 것이다.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방법이야 모두가 다르겠지만 어쨋든 아무런 사건 없이 인생이 그저 행복하게 술술 풀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아도 아무리 부자일지라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고,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언제나 불행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스스로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조언해 주지만, 내 마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원론적인 물음부터 시작하게 된다면 답을 찾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이렇듯 눈에 보이는 상황이나 물질만으로는 우리의 삶을 정의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어떠한 것들이 분명 우리의 인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해서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에겐 철학이라는 학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철학이라는 것이 인생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역시 철학이 어렵고 낯설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철학자들이 남긴 책을 읽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그들이 남긴 한문장이나 짧은 글귀에서 큰 인생의 울림을 느끼는 순간이 많다. 실질적인 나의 지금 상황을 해결해 주진 못한다하더라도 그 상황을 바라보고 대하는 내 생각과 가치관을 새롭게 바꿔주고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해주는, 어찌보면 때가 끼고 흙이 묻은 나의 삶을 정화의 과정을 거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어떻게든 자주 철학책들을 접하고자 노력하기에 인생이 잘 풀린다는 이 책의 제목은 특히 더 많은 기대를 하게했던 것 같다. 



철학은 이미 지성만이 떠안은 게 아닐 것이다. 지성보다는 풍부한 감성이 새로이 철학을 짊어질 필요가 있다. 사실만을, 즉 물적인 것만을 생각한다면 과학이 있기 때문이다. 철학은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인간적인 것, 결국 언어를 초월한 것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지성 아닌 감성과 통찰을 근본에 둔 학문 같은 것이다. 


 

 

 

저자는 어린시절부터 책을 좋아하여 많은 작가들의 책을 읽고 니체,괴테,토마스 만,단테,도스토옙스키등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접하며 특히 니체에 큰 감명을 받아 종교와 철학에 관한 많은 책을 집필했다. 그런 작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철학적 생각과 관심이 그대로 담긴 책이 바로 <인생이 잘 풀리는 철학적 사고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많은 철학자들의 말과 글이 담겨있지만 한 챕터를 니체로 잡을만큼 그를 사로잡은 것이 니체의 철학이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답을 하는 과정과 그간 우리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관념이나  가치를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준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시하고 또 끝없이 좇고 있는 성공이나 세속적인 가치판단들이 사실은 하나의 관습이나 풍습에 지나지 않으며 그런것들을 욕망하며 살다보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 수 밖에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떤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성공,실패,승리,부등의 가치들을 정답이라 생각하며 타인과 비교하고 개개인의 일상을 평가하고 점수 매기며 점점 행복한 삶과는 멀어지고 마는 것이다. 억지로 일하고 끝없이 이해하고 판단하려 하며 깨달음을 얻고자 고군분투하지만 저자는 그 어떤 종교나 말, 지식도 한 사람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일에서 즐거움을 얻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몸과 마음으로 이 세상을 알아가려 노력하고 자신을 특별하다 여기지 않으면 이 세상 모든것이 하찮게 여겨지지 않고 존귀한 존재가 된다. 어떤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강인함을 가지지 못하면 언제나 후회하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분명 스스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기에 진짜 인생이고, 그 고통을 견디거나 극복할 때 비로소 인생을 살아가는 맛이 있다. 고난이 없다면 인간은 절대 강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인생은 고정관념을 배우고 익히는 시간이 아니다. 내 방식으로 살아가는 시간이고 장소이다. 세상의 흔해빠진 고정관념에 물들어 버리면 나는 사라진다. 그것은 내 안에 나이 든 타인이 수없이 담겨 있는 것에 다름없다. 그런 사람에게 개성 같은 것은 없다. 


 

사실 책은 굉장히 얇고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짧은 글도 몇번을 다시 읽게 되거나 가끔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저자가 이야기하는 행복한 삶의 모습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항상 옳다고 생각하던 것들임에도 힘든 상황이나 현실이 닥치면 그런 생각들은 가장 먼저 삭제되버리곤 한다. 그 무엇보다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자기 자신이 행한 결과물이라는 말이 특히 와닿았다. 현실은 이상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고 엉망이 되버린 현실도 누군가가 훼방을 놓아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현실에 참가하여 만든 것임에도 우린 끝없이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며 질책하고 탓하는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곤 한다. 게다가 큰 선택의 순간에는 언제나 우물쭈물하며 선택을 미루고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기를 마냥 기다리며 인생을 허비한다. 나역시 항상 힘든 상황에선 선택을 회피하고 또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부단히도 애를 썼던 순간이 많다. 하지만 그 상황에선 그것이 최선이라 여기며 스스로 합리화하기에 사실 알고 있었고 진부하다는 생각에 기억 저편으로 밀어내버린 생각들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시간이 분명 필요하다. 그런 가치관의 정화를 시킬 수 있는 것이 이 책과 같은 철학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는 분명 좋았던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님에도 우린 언제나 바람직한 인생의 모습을 정해놓고 그것에 맞추고 억지로 끼워넣으려 애쓰며 스스로를 힘들게 하곤 한다. 힘들고 괴로웠던 일들도 삶의 일부분이고 그 모든 시간을 가지는 것이 인생임에도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하나의 잣대를 세워 좇아가는 잘못을 반복한다. 그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쉬워 보임에도 우리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기에, 어렵게 느껴지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철학책을 우리가 읽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이란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비탄하는 것도 아니다. 강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20주년 특별 기념판) - 개정증보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인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년 최저시급은 오르고 심지어 올해는 작년보다 16.4%나 올랐다는데 우리가 체감하는 경제는 차갑기만 하다. 무섭게 치솟는 물가와는 대조적으로 월급은 더디게 오르기만 하고 매번 적자를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가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밖에 없다. 지긋지긋한 회사도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카드값에 공과금을 생각하면 끝까지 붙어 있을 수 밖에 없다. 챗바퀴 돌듯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올 수 밖에 없기에 그 굴레를 벗어나고 싶지만 두려움이 앞선다. 돈에 얽매여 사는 삶을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새 돈을 위해 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 자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중산층을 벗어나 부자의 길로 가길 원하지만,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될 수 있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나역시 나름 저축도 꾸준히 하고 가계부를 쓰며 지출을 줄이려 노력하지만 사실 그런 수동적인 자세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엔 금융지식도 또 자신도 없다. 무엇보다 그나마 모아 둔 돈을 잃을까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태로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따끔하고도 정신이 번쩍 들 수 있는 충고와 조언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돈에 대한 훈련을 받지 못한 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일반적인 공식을 이용해 삶을 이끌어 나간다.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고, 지나친 세금을 내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정보가 필요하다. 


 

사실 ‘부자아빠 가난한아빠’는 재태크 분야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되었지만 그 명성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년이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읽히고 또 지금도 많은 공감과 깨달음을 주는 것을 보면 그 당시 책이 출간되었을 때 사람들이 받았을 충격이 이해가 가는바다.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에겐 두 아버지가 있었다. 교육을 많이 받았지만 가난한 아버지와 비록 정규교육을 모두 받진 못했지만 부자인 아버지다. 그는 특히 부자 아버지로부터 부자가 될 수 있는 가치관과 금융지식을 어린시절부터 익히게 되었다. 그로인해 꽤 젊은 나이에 부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고 그가 직접 배우고 경험하고 이룬 것들을 토대로 돈에 대한 자신의 사고방식과 노하우를 이 책으로 집필했다. 집은 자산이 아니며 좋은 일자리와 장기적인 저축이나 안전한 투자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은 그당시 많은 논란이 되었지만 실제로 금융위기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겪으며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부자가 되는 법은 사실 우리가 대부분 인지할 수 있을법한 어렵지 않은 것들이다. 돈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돈이 나를 위해 일할 수 있게 하라는 돈의 지배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 돈을 잃는 것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는 것, 그 위험을 이겨내고 관리하지 못한다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 실제 현실의 세계에선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용감한 사람이 앞서 나간다는 것. 하지만 그런 돈에 대한 지식을 어렸을때부터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으며 그것을 인식하고 자라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산이 아닌 부채를 떠안고 살아간다. 수입은 임금밖에 없으니 엄청난 양의 세금을 내야 하고 또 빚을 내어 집을 사고 차를 사며 그것을 갚기 위해 또 일할 수 밖에 없는 새앙쥐 레이스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돈에 대한 훈련을 받지 못한 우리는 그로인해 우리보다 더 영리한 돈에게 치이고 만다. 돈을 잃는 것이 두려워 투자를 하지 못하고 훈련을 받지 못했기에 투자란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그런 이유로 엄청난 기회가 찾아 와도 그것을 놓치고 만다. 그렇기에 우리는 돈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하는 것이고 돈의 원리에 대해 알게 되면 돈을 통제할 수 있고 부를 쌓을 수 있는 것이다. 돈에 대한 좋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돈의 지배를 당하지 않고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과 중산층은 너무나도 자주 돈의 지배를 받는다.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열심히 일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가 있는지 자문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일터로 나갈 때마다 자기 발에 대고 총을 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에 오히려 돈의 지배를 당하고 만다. 
 


 

 

나름 지출을 계획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저축도 꾸준히 했지만 항상 더 나은 결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현상유지에 급급하고 마이너스가 아님에 만족하며 지냈던 날들이 참으로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투자했던 사례들을 보다보면 굉장히 대담하고 충동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어렬을적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쌓아왔던 지식들이 한데 모아져 엄청난 시너지를 이룬것이라는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돈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교육하고 인식시켜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열심히 밤낮없이 일해 회사에서 승진을 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 연봉을 올리는 것이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돈이 스스로 나를 위해 일하게 하고 자신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안정된 삶을 영유할 수 있는 것, 진정한 부자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해준다. 사실 출판된지 20년이나 된 책이기에 그 간극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시대와는 상관없이 경제에 대한, 돈에 대한 인식 자체를 변화할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들이기에 지금 읽어도 많은 것을 공감하고 새롭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진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내가 속한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의미 없는 노력만을 계속한다면 더 큰 세상은 인식하지 못한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돈의 지배를 받는 중산층으로 살 것이냐, 돈을 통제하고 스스로 부를 창출하는 부자로 살 것이냐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 나는 금융지식은 밑바닥 수준이지만 이 책을 기점으로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 가족의 경제를 다시금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 행복한 부자의 삶을 목표로 지식을 쌓아가야 겠다는 것을 다짐해 본다. 



돈은 힘의 한 형태다. 하지만 그보다 강력한 것은 돈에 관한 지식이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지만, 돈의 작용 원리에 관한 지식만 있으면 돈을 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를 쌓을 수 있다. 긍정적인 사고만으로는 충분치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에서 돈의 작용 원리에 대해 전혀 배우지 못하고, 그래서 평생을 돈을 위해 일하는 데 바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급 며느리 - 난 정말 이상한 여자와 결혼한 걸까?
선호빈 지음 / 믹스커피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시댁복 많은 며느리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결혼한지 이제 7년, 이때까지 고부갈등이란 것을 겪어 본 적이 없다. 우리 시어머니는 여장부 스타일로 딸2,아들2 4명의 자녀를 키워내고 시누이 7명(후덜덜)에 제일 첫째 외아들이자 장남의 아내로 모진 시집살이를 하셨다. 대부분의 시어머니들이 며느리시절 겪은 시집살이를 자신의 며느리에게 똑같이 겪게 하는 것을 보면 나는 분명 힘든 시집살이를 해야 하는 것이 맞겠으나 우리 어머니는 소위 옛날사람이심에도 굉장히 깨어 있는 사고를 하시는 분이다. 결혼한 자녀들을 독립된 각자의 가정으로 인식하시고 집착하지 않으신다. 가장 많은 갈등이 되는 제사는 명절을 제외하면 3번을 치르지만 항상 며느리들에게 참석하라는 얘기는 한번을 안 하신다. 우리에게 제사를 물려 받더라도 간소하게 합쳐서 지내고 물려받지 않으면 본인에서 끝내자며 쿨하게 얘기하신다. 명절에도 가장 문제가 되는 친정에 가는 시간은 당일 아침 차례를 지내고 식사를 하고나면 설겆이도 시키지 않으신채 얼른 가라고 먼저 말해주신다. 시댁 식구들 모두와 함께하는 카톡방에서 항상 대화를 나누고 소식을 전하곤 하는 우리 시댁의 이야기를 듣는 대부분의 며느리들은 부러움의 탄성을 자아내곤 한다. 


나역시 결혼 전에는 시댁이라는 곳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친정엄마 역시 시집살이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기에 어렸을적부터 지켜보고 느꼈던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항상 부정적인 감정으로 남아있게 된 것 같다. 특히나 요즘은 부모와 자식간의 세대 격차가 너무나 크기에 훨씬 더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겪고 있지 않다고 해서 무시하고 외면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항상 느끼고 있었다. 분명 어딘가에서 힘들어하고 고통받고 있는 같은 며느리들의 이야기에 나는 다행이라며 위안 삼으며 넘기기엔 너무나 많은 고통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보편적인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매너를 묻고 있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에서는 보통 그것이 적용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왜 고부관계만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을까? 나는 왜 이런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았을까?

 

 

이 책은 다큐멘터리 영화 <B급 며느리>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기 집안의 갈등관계를 영화로 제작할 생각을 하다니 그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집안의 균열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것은 꺼려하곤 하는데 그는 그것을 유머와 함께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전형적인 며느리로서의 삶을 살아온 가부장적 가정의 시어머니와 자기 생각과 주관이 뚜렷한 며느리 김진영의 만남은 어찌보면 순탄할 수가 없는 조합이다. 내 할아버지도 아니고 남편 할아버지의 제사에 왜 참여해야 하는지 이의를 제기하고 며느리는 손님이라며 시부모님들이 자신을 어려워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고부관계에서 당연시 여겨지는 것들을 당돌하게 거절하는 그녀를 고지식한 시부모님들이 좋게 봐줄 수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왜 싸우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끝임없이 회피하기만 하는 남편인 저자로 인해 그 갈등은 더더욱 악화되어 간다. 특히 손자가 태어나며 고부관계는 점점 더 나빠지고 결국 며느리는 시댁에 가지 않겠다며 선언한다. 철저한 자신의 주관에 따라 싫은건 싫다고 얘기하며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일도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 돌직구 며느리와 60여년의 시간동안 습득한 기준과 통념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그것을 며느리에게 강요하는 시어머니. 첨예한 둘 사이의 갈등을 마주하는 수많은 며느리와 시어머니들은 과연 누구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을까?



나는 감독으로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구성했다. 하지만 ‘며느리’라는 부조리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의 잔폭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국에서 여자,며느리,아내,어머니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잔인한 것인 줄은 몰랐다. 마음이 아팠다. 


 

 

 

 

사실 처음엔 며느리의 핵사이다와 같은 시원한 발언들에 그간 수없이 접했던 고부갈등의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언제나 가족 구성원중 최하위의 입장에 놓여있지만 시부모님께 싫다는 말 한번 못해보고 끙끙 앓고만 있는 수많은 며느리들에게 그녀의 모습은 잔다르크처럼 비춰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 그간 며느리들이 항상 약자의 입장에서 강압적으로 강요되어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시대착오적인 관습들을 탈피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 반대로 시어머니의 입장 또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자식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살아왔지만 그런 자식에게서 거절당하는 기분을 받는 다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선 너무나 괴로운 일일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이때까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많은 것들이 부정당하는 것 역시 자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분명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부딪힌다면 서로가 일정 부분 양보하고 맞출것은 맞춰가며 살아야 하겠지만 너무 서로의 입장만을 고수하며 지낸다면 분명 절대 함께 어울러질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이 책의 며느리인 김진영도 시부모님의 모든 것을 깨부수고 바꿀 수는 없었다. 하지만 크진 않아도 작은 변화를 이끌어 내고 서로간의 선을 넘지 않는 정도만으로도 어느정도의 평화를 유지하게 되었기에 그래도 자신과 상대방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원래 그런 것이고 다들 그렇게 하니 너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도 안돼는 논리로 많은 것을 강요하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허약한 논리를 언제까지나 참아내고 견뎌낼 사람은 없다. “싫어요”라는 이 한마디는 어찌보면 굉장히 건방져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인간으로서 가지는 자신의 권리와 존중을 지키는 한마디가 될 수도 있다. 그저 회피하고 외면하기만 한다면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며느리들의 고통이 대물림되지 않으려면 힘들어 하는 여성인 며느리, 시어머니 스스로도, 또 그저 옆에서 관망하기만 하는 남성인 남편,시아버지도 모두다 함께 인식의 변화를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조만간 영화도 꼭 챙겨 봐야 될 것 같다.




가부장 질서는 무쇠처럼 견고해 보인다. 하지만 그 기반은 종잇장처럼 허약하다. 어른들의 헐렁한 조언들이 그 증거다. 나와 진영이는 영화 상영 후 객석에서 보았던 여성들의 눈물이 대물림되지 않기를 바란다. 진영이는 그냥 대충 참고 넘어가라는 나에게 말했다. “오빠는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하면서 나를 다시 그렇게 만들고 있어. 나는 거부할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