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이은소 지음 / 새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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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이고 마음의 병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결국 몸의 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무리 좋은 약이며 첨단 의료 장비를 쓴다해도 자신의 마음속 근심, 걱정을 떨쳐낼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의학이 발달하고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어도 마음의 병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 행복할리가 없다. 하지만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내 마음에 병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아직도 조금은 낯설고 거리가 있는 것이 정신의학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이야기 하면 되돌아오는 사람들의 묘한 시선에 차마 얘기하지 못하고 끙끙 앓으며 병을 키우는 사례도 허다하다. 그러니 과거 조선시대의 사정이야 말해 무엇할까. 



그래, 그 심의. 병자의 마음을 고치는 의원. 의원이 병자를 돌보는 데 가장 우선시할 건 병자의 마음이고, 병을 낫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병자의 마음을 고치는 거지.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며 매년 1천여 편의 작품이 투고되는 국내 최고의 이야기 공모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의 2016년 우수상 수상작이다. ‘상상하고 쓰는 병’에 걸린 저자는 자신의 불치병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길 바라는 타고난 글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학드라마나 소설은 항상 인기가 좋다. 그래서 수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조선시대의 정신과의사라는 소재는 처음부터 신선하게 다가온다. 지금처럼 발달되지 않은 의학기술과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사회에서 ‘심병’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주인공인 유세풍은 앞길이 창창한 의관이었지만 자신의 침술이 잘못되어 병자를 죽이게 했다는 자책감에 더이상 침을 놓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시골 의원으로 가게 되며 계지한을 만나 심의로 거듭나게 되고, 그가 치료하는 많은 심병 환자들과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성장해나가는 세풍과 과부에서 여의원이 된 은우, 입은 걸걸하지만 어진 계의원과 저마다 힘든 과거와 사연을 가진 시골의원 가족들이 서로 돕고 서로 의지하며 신분과 재산에 상관없이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훈훈한 의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재미와 감동 두가지 모두 놓치지 않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우리 의원에 오는 아낙들이 왜 너를 찾아서 수다를 떨겠냐? 너 그네들이 한참 이야기하고 의원을 나갈 때 얼굴 봤냐? 올 때랑 달라. 십년 막힌 똥구녕을 뚫고 가는 얼굴이야. 너 때문이야. 네가 관심을 갖고 들어 주잖아. 네가 한 거, 그게 치료야. 그래서 현령 부인도, 아씨도 낫게 한 거야.

 

 

세풍을 찾아 오는 병자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기구하다.  오줌싸개 서자, 치매 걸린 화냥년, 우울증 수절과부, 알코올 중독 광대, 귀신 들린 병신, 결벽증 소녀, 히스테리 비구니, 불감증 고시생까지 참으로 다양하기도 하다. 하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사회적 약자이고 천하다고 칭해지는 자들이다.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나라가 아닌 계의원이다. 돈도 받지 않고 진료를 보고 약을 주는 이곳은 그래서 언제나 병자들로 인산인해다. 세풍은 한때 입신양면을 꿈꾸던 사람이었지만 계의원에서 심의로 일하며 많은 병자들을 만나고 모든 병의 근원이 마음에 있으며, 심의는 기술만으로는 고칠 수 없는 병자의 마음에 관심을 두고 돌보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으며 변하고 성장하게 된다.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서도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며 참고 참다 병이 나는 많은 병자들에게 조용히 그들의 마음속 말들을 들어주고 당당하게 자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하라고 이야기 한다. 



세풍에게 훌훌 털어놓고 나니 눈물이 흘렀다. 자주 흘리던 눈물이었는데 그 순간의 눈물은 전과 달랐다. 그 눈물에 온 마음과 온 몸이 젖는 듯하였다. 메말라 버린 땅에 단비가 스며드는 듯하였다. 은우는 그때 제 마음이 나았다고 생각했다.


 

 

엄연히 신분제도가 존재하고 차별을 당연시 여기던 조선시대의 심병을 앓고 있는 병자들의 사연은 우릴 분노하게 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때의 차별과 약자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부당한 처우들이 지금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우리를 섬뜩하게 만든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여성에 대한 차별,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폭행등 지금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변한 것 없는 지금의 사회가 씁쓸하기도 하다. 유세풍이 시대를 앞서가는 심의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었듯 우리 사회에도 좋은 의사분들은 많다. 하지만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아직도 차갑기만 하다.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나아질 수 있는 병을 혼자 끙끙 앓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편견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좀 더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 생각하고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준 소설이지만 사실 그 무엇보다 재밌고 유쾌한 캐릭터들과 대비되는 그들의 가슴 아픈 사연, 그리고 그것을 서로 포용하며 이겨내고 행복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따뜻함이 있어 다양한 생각과 감상을 가질 수 있었던 책이었다. 게다가 단순한 허구가 아닌 동의보감, 황제내경, 한의학 대사전등 실제 한의학 지식에 기반을 둔 증상과 처방은 사실성을 높여 주고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들도 함께 등장해 훨씬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차별은 엄연히 존재하지만 그 부당함을 참고 인내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이겨내고 자신의 권리를 선택하고 행복을 찾을 자격은 그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 당연한 그 사실을 긴 시간 차별과 편견이라는 굴레 속에서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게 된다. 



세풍은 광현과 작별하며 생각했다. 병자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 병자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단 한 사람. 그가 바로 의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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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없이 살자
김하원 지음 / 자화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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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면 으레 아이가 생길 것이고 부모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결혼한 부부에게 아이가 없으면 꼭 한마디씩 한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많은 사람들에게 참견 한마디씩 듣는것이 기쁘지는 않을 것이다. 저출산 시대 운운하며 훈수 두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모 프로그램에 나온 작사가 김이나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 대해 국가의 숫자를 위해 아이를 낳을 순 없는 것 아니냐며 똑부러지게 말하고 아이를 안 낳아도 왜 안 낳았냐고 질문 받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에 비록 난 아이를 낳았지만 깊이 공감했었다. 각자의 행복이란 다 다르고 존중받아야 함에도 우린 너무나 보편적인 가치만을 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있었다면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안타까움, 신랑과 점점 멀어질 것 같다는 불안이 공존했다. 그러나 아이는 핑계였다. 둘의 관계가 불안정하고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가 생길 리 만무했고 설령 생긴다 하더라도 언젠간 터질 수 있는 화산처럼 불안한 가정이 될 게 분명했다.


 

그래서 비자발적인 딩크족이 된 저자가 받았을 스트레스가 어느정도였을지 짐작이 간다. 남편과의 성격 차이와 소심한 성향으로 인해 스트레스성 어지럼증과 불안장애가 생겼고, 원하던 아이도 생기지 않았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지만 자궁의 이상으로 결국 임신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저자는 힘든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왜 불행이 자기에게만 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남편과의 관계는 점점 더 악화되어 갔다. 사소한 말다툼에도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가 버리며 대화를 차단해버리고 사사건건 지적하며 잔소리하는 남편과의 관계도 아이가 없어서 그런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둘의 관계 개선을 위해 남편이 던진 비장의 카드는 세계 여행. 그러나 저질체력에 비행공포증이 있는 그녀에게 세계 여행이란 낭만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1년의 여행 끝에 10년 간의 결혼 생활을 재정비하고 돌아왔을 때 저자는 세계 여행이 고통스러운 훈련이자 성장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세계일주라는 단어가 주는 피상적 의미는 나에겐 먹고 노는 행위의 확장일 뿐이었다. 해를 넘기고 또 넘긴 지금 그것은 또다른 형태의 삶이었다. 희로애락이 있었고, 배움이 있었고 깊이가 있었다.


 

 

30개국 120여개 도시를 여행 하는 여정이 결코 쉽지는 않다. 열악한 교통편과 말도 안돼게 누추한 숙소, 고산병에 납치될 위험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여행 초반엔 남편 때문에 이 고생을 한다며 투정도 많이 부리고 저질 체력탓에 힘들때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행에 익숙해지고 일상에서 한발 물러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서 저자는 점점 부부 관계 악화의 본질이 아이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남편에게 의지하고 남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흔들리고 상처받으면서도 더 많은 애정을 받기 위해 정작 스스로를 무시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느끼며 진정한 부부란 무엇인지, 부부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름 부족함 없는 삶을 살면서도 외롭고 힘들어했던 지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며 스스로에게 미안해 할 수 밖에 없었다. 



나의 불안은 어디서 온 걸까? 내 마음속에 진짜로 두려운 게 무엇일까? 성장기 시절 친구들에게 받았던 상처, 부모와의 관계, 우연히라도 목격한 사고의 기억, 신랑과의 불화, 다양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분명히 원인이 있을 것이고 개선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긴 시간 여행을 하며 저자는 차츰 남편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며 마음이 편해졌고 자연스럽게 남편에 대한 생각과 삶을 대하는 가치관도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부부에게 아이가 있었다면 훨씬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챙기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지 못하는데 아이가 있다해서 끈끈한 유대감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내 삶의 방식을 고집하며 거기에 상대방을 끼워 맞추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만을 줄 뿐이다.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각자의 생활을 가지며 여유가 생기면 그간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남편에게 기대고 의지하려 했던 생각을 버리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 보다 도움을 주는 삶이 훨씬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기댈 수 있도록 더 단단해 지는 것을 저자는 세계여행을 통해 깨달았다. 다른 부부에겐 당연히 주어지는 것 같았던 평범함이 자신에게만 주어지지 않아 절망하고 원망하던 시간을 지나, 비록 아이는 없지만 자신을 위한 더 많은 시간과 자유를 가지게 된 것이 더 좋고 나쁘다는 것을 판단할 순 없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받아들일 마음가짐만 있다면 어떤 선택이든 스스로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사막에도 길은 있다. 어디로 향해 있는지 정확하게 몰라도 그 길의 끝에는 결과가 있을 것이다. 어떤 길은 사막을 질러 푸른 생물과 오아시스에 닿았을 갓이고, 어떤 길은 척박한 사막의 중간에서 없어지기도 하며, 끊어진 길을 희미하게 이어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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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질 때
투에고 지음 / 자화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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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기까지의 지난한 시간을 견뎌내는 것은 쉽지 않다. 능숙하게 해내고 싶다는 바람이 나를 좀 더 채근하고 조급하게 만든다.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었던 시간을 잘 버텨내면 이제 익숙하고 편한 시간들이 찾아온다. 어색하고 힘겨웠던 일들이 나의 것이 되었을 때, 되돌아 보면 별 것 아니었던 것들이 왜 이렇게 어렵기만 했는지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하게 된다. 하지만 익숙함은 곧 지루함을 불러오기도 한다. 간사한 사람 마음이 이제는 또 새롭고 재밌는 것을 해보고 싶다며 부추긴다. 그렇게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나의 시간이 채워진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주변 사람들도 차츰 감정의 온도가 비스름해진다. 무엇이 우리를 물들게 했는지는 모르나, 나쁘지만은 않다. 그만큼 깊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무뎌진다는 것>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저자는 팔로워의 공감과 지지를 받으며 감성 천재, 인생 교과서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번 책에는 SNS를 통해 일부 선공개한 글을 포함해 70여 편의 글이 담겨 있다. 혼자 있을 때 떠오른 수많은 영감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그렇게 적어나간 글로 나와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다는 저자는 그저 마음속에 묻어두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훨씬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나역시 저자의 마음에 공감한다. 내 생각과 글이 누군가에게 전해져 깊은 울림과 위로가 된다면 글쓰는 사람으로서 그것보다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점점 무서워지는 세상에 온기가 절실하다. 
이불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온기가 아닌,
서로 나눌 수 있는 따스함이. 

 

 

 

 

한편의 글이 그리 길진 않다. 게다가 참으로 담백하다. 에세이를 읽다 보면 가끔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있는 그대로의 생각이 아닌 한껏 꾸미고 꼬아놓은 글들은 저자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기도 한다. 공감하고 싶고 위로 받고 싶어 펼친 책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글이다. 게다가 내가 절절한 사랑과 연인과의 슬픈 이별을 느낄 나이가 아니라 그런지 온갖 로맨스와 사랑이야기, 연인이나 연애에 대한 글들은 이제 그닥 공감이 되지 않는다. 나도 한때 그랬지라는 씁쓸함을 느끼고 싶진 않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겐 친구나 선배로부터 솔직하게 조언을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저자가 보낸 시간과 살아온 삶에 대한 깊은 고민과 생각을 나역시 동일하게 느꼈었고 또 지금도 겪고 있는 과도기와 같은 시간에 큰 힘이 될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으로 사는 삶이 옳은지, 우울감에 취해 사는 삶이 옳은지 정답은 없다. 그렇기에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인을 나무라서는 안 된다. 나는 이 두 가지 감정을 필요한 만큼 받아들이려고 한다. 


 

 

 

격동의 10,20대를 지나 이제 안정기에 접어든 30대이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으로 여러가지 삶의 변화를 겪으며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인생 상담을 해온다면 잘 할 자신이 없다. 지나고 보면 힘들게 했던 많은 사건들이 지금은 피식 웃음이 날 정도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지금 그 현실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겐 그 무엇보다 힘겹고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꼰대처럼 사소한 고민이라 치부하며 무시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저 다 지나가니 참으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선뜻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주기가 어렵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조언을 해주기 위한 진심이 글 속에 담겨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에 대해 깨닫게 된 것들을 꾸밈없이 담고 있는 저자의 글이 그래서 사랑 받고 수많은 독자들이 고민상담을 요청하게 된다는 것을 나역시 책을 읽고는 수긍하게 되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행복이 뭐냐고 묻는다면,
너무 애쓰지 않는 일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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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1 :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조선왕조실록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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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역사는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선 연도별 사건들과 왕의 이름이며 업적을 줄줄 외워야 했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외운 지식들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남아 있을 리가 없다.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 지나간 과거의 일들을 왜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할 틈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역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스타 강사의 야무진 강의로 다가오는 역사는 너무나 재밌었다.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해되고 궁금해지는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왜 우리의 역사를 잊지 말고 공부해야 하는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그런 나에게 찾아온 <조선왕조실록>은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책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역자학사로서 사료에 대한 철저하고 세심한 고증, 대중과 호흡하는 집필가로서의 본능적인 감각과 날카로운 문체로 한국사에 숨겨져 있고 뒤틀려 있는 가장 비밀한 부분을 건드려 온, 역사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 왔기에 수많은 조선왕조실록 책들 속에서도 유독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학습과 지식 전달 위주가 아닌 시대정신을 읽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진정한 역사서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10년간의 구상과 5년간의 집필이라는 긴 시간과 그의 끈질긴 노력이 담긴 방대하고 빛나는 우리의 기록 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이 그의 손 끝에서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되었다. 


총 10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의 1권은 조선을 창업한 태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변방의 무장인 이성계가 어떻게 조선을 건국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편년체로 쓰여 있어 현장의 생동감이 그대로 살아있고 이해하기도 훨씬 쉽다. 이 책은 조선 건국전 망가져가는 고려 말기부터 이성계가 어떻게 세력을 확대해 나가는지 조선 건국의 뿌리부터 시작한다. 자신보다 일곱살이나 어린 정도전을 스승으로 삼아 그 유명한 위화도 회군으로 고려 왕씨 왕조를 마감시킬 기틀을 마련하고 토지개혁을 구상하며 들판 백성들의 민심을 얻으며 조선을 창업하는 천명을 받게 된다. 하지만 힘들게 올라간 왕의 자리를 그리 오래 누리진 못한다. 자신이 만든 나라에 7년의 왕좌를 지키지만 그 왕좌를 내주는 과정은 비극적이다. 아들 이방원의 왕자의 난으로 아버지인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며 원치 않는 왕위계승을 하게 된다. 한 나라를 만든 왕이지만 자신의 집안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 결국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고 증오를 품게 되는 이성계의 말년은 참으로 고통스러웠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니 모든 게 새롭게 보였다. 가난한 사람들의 눈, 농민과 천민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달랐다. 구가세족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신음하는 사람들의 세상, 그 세상이 정도전의 눈에 들어왔다. 

 

 

 

 

조선왕조실록은 대신들은 물론 후왕도 볼 수 없게 되어있다. 그렇기에 가감없이, 국왕이 꺼려할 내용까지 모두 세세하게 기록된 방대한 자료이다. 조선의 선비들이 후대에 진실을 전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며 지켜온 소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웠던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은 참으로 딱딱하고 지루했다. 단순히 그 왕이 이루었던 업적을 간략하게 표로 보고 외우기만 했으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조선이 세워지던 그 당시의 상황들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같은 생생함을 느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읽어나갈 수 있어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 책을 읽다보면 그 장면장면이 머릿속에 사극처럼 그려지는데 KBS에서 했던 사극 ‘정도전’을 참 재밌게 봤던지라 글과 드라마 속 장면이 계속 오버랩되며 생동감 있게 조선왕조실록을 읽을 수 있었다. 그저 외우기만 할땐 어렵기만 하던 연표도 책을 모두 읽은 뒤 마지막에 슥 훑어보니 머릿속에 일목요연하게 저절로 정리가 되어 유용했다. 그와함께 왜 우리가 역사를 알고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과거를 돌아보는 목적은 미래의 길을 찾고자 함이다. 역사를 통해 지금 우리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 그 답을 찾는 것이다. 지나온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가 조선왕조실록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태조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혁명적 토지 개혁을 단행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랑과 고려를 멸망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 짊어질 수 있는 극도의 증오를 동시에 받으면서 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가는 저승에는 함께 이 왕국을 만들었으나 먼저 왕국을 떠난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래는 언제나 그랬듯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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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8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너무나 무더운 여름, 불어오는 바람마저 후덥한 폭염을 피해 하나둘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즐거움이 가득한 8월. 샘터 8월호의 표지는 싱그러운 초록이와 올망졸망 예쁜 꽃들을 파는 노점상의 모습으로 채워져 있다. 무더위에 풀과 꽃마저 지쳐가는 여름이지만 그래도 샘터속에 담겨 있을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들은 언제나 활기차고 싱그럽기를 바라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K-POP의 열기는 가요를 듣지 않는 나에게도 느껴질 정도로 대단하다. 미국시장에서도 인정 받는 우리 음악의 히스토리를 연구하고 알리는 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씨의 인터뷰는 우리 가요계의 흐름과 알지 못했던 과거의 이야기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방대한 수집품과 대중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더위에 입맛도 없는 요즘, 시원한 여름김치 하나면 밥 한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 같다. 파프리카가 들어간 열무김치라니 더 상큼하게 먹을 수 있을듯 하다. 열무김치에 보리밥 슥슥 비벼 한입 먹으면 도망간 입맛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누군가를 위한 정성과 마음이 담긴다면 그 어떤 보약보다 좋은 약이 되지 않을까.  

 

너무나 소중한 여름휴가에 그저 놀러가는 것이 아닌 뭔가 뜻깊은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는게 쉬운건 아니다. 힘든 가족을 위해 휴가를 반납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시간을 나누는 의미 있는 여름휴가를 보낸 따뜻한 사연들은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요즘 가성비가 좋은 상품이나 음식들이 인기다. 무조건 비싼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했던 옛날과는 달리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하지만 가성비만을 중요시하다보면 많은 편법과 음식의 진짜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없고 가격만을 중요시하게 될수도 있다.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먹는 사람의 기쁨을 모두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음식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주고 싶지만 그 중에서도 아이들에게 시련이 닥쳤을때 이겨내는 힘을 주고 싶다. 그 힘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커진다는 생각이 든다. 장난감, 비싼옷 이런거 말고 아이들에게 ‘시간의 점’을 만나게 해주는 것. 그 무엇보다 큰 선물이라는 것을 느낀다. 
 

 

요즘 여성들에겐 그저 마른 몸매보단 건강미가 돋보이는 몸매가 더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 대표주자가 바로 이번호에 만난 유승옥이 아닐까. 눈에 보이는 신체 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건강한 다이어트를 추구하기에 많은 여성들에게 워너비 몸매의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은 다이어트의 계절인데 모든 여성들이 나를 위한 건강하고 올바른 다이어트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도시에선 지하철이 훨씬 가깝고 다른 지방을 갈땐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경우가 많으니 기차를 탈 일이 거의 없다. 어린시절엔 먼길을 기차로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기찻길들이 사라지거나 관광지로 변하게 된 경우가 많아졌다. 이번에 소개된 경춘선숲길은 방치된 기찻길을 주민휴게공간과 관광지로 조성한 좋은 예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도 가까운데 날이 좀 선선해지면 산책삼아 아이들과 가보고 싶다. 
 

 

요즘 푸드트럭은 단순한 음식노점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창업 아이템으로 많이 활용되는데 가게를 내는 것 보다 비용과 리스크면에서 훨씬 접근하기가 쉬워 젊은 사장님들의 개성 넘치는 푸드트럭이 인기다. 이번호에 소개된 오마이팟도 태국의 팟타이가 주메뉴인 인기 많은 트럭이라고 한다. 메뉴도 다양해진 푸드트럭이 청년들에게 좀 더 많은 창업의 기회와 일자리로 연결되길 바란다. 
 

 

 

더운 여름, 시원한 카페에서 책을 읽는 시간은 그 자체로 힐링이다. 바캉스가 아닌 북캉스를 떠나고 싶다면 이번호에서 소개된 북카페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간다면 더없이 시원한 휴가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책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보내는 휴가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바깥을 나가는 것도 힘든 폭염이 지속되는 요즘, 시원한 집에서 샘터속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를 읽으며 떠나는 휴가같은 시간이 다시금 한 주를 시작하게 해주는 원동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힘들지만 그럼에도 이겨내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나와 다를바 없는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나역시 다시 힘을 낼 용기를 가득 담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post.naver.com/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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