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질 때
투에고 지음 / 자화상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익숙해지기까지의 지난한 시간을 견뎌내는 것은 쉽지 않다. 능숙하게 해내고 싶다는 바람이 나를 좀 더 채근하고 조급하게 만든다.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었던 시간을 잘 버텨내면 이제 익숙하고 편한 시간들이 찾아온다. 어색하고 힘겨웠던 일들이 나의 것이 되었을 때, 되돌아 보면 별 것 아니었던 것들이 왜 이렇게 어렵기만 했는지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하게 된다. 하지만 익숙함은 곧 지루함을 불러오기도 한다. 간사한 사람 마음이 이제는 또 새롭고 재밌는 것을 해보고 싶다며 부추긴다. 그렇게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나의 시간이 채워진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주변 사람들도 차츰 감정의 온도가 비스름해진다. 무엇이 우리를 물들게 했는지는 모르나, 나쁘지만은 않다. 그만큼 깊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무뎌진다는 것>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저자는 팔로워의 공감과 지지를 받으며 감성 천재, 인생 교과서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번 책에는 SNS를 통해 일부 선공개한 글을 포함해 70여 편의 글이 담겨 있다. 혼자 있을 때 떠오른 수많은 영감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그렇게 적어나간 글로 나와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다는 저자는 그저 마음속에 묻어두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훨씬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나역시 저자의 마음에 공감한다. 내 생각과 글이 누군가에게 전해져 깊은 울림과 위로가 된다면 글쓰는 사람으로서 그것보다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점점 무서워지는 세상에 온기가 절실하다. 
이불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온기가 아닌,
서로 나눌 수 있는 따스함이. 

 

 

 

 

한편의 글이 그리 길진 않다. 게다가 참으로 담백하다. 에세이를 읽다 보면 가끔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있는 그대로의 생각이 아닌 한껏 꾸미고 꼬아놓은 글들은 저자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기도 한다. 공감하고 싶고 위로 받고 싶어 펼친 책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글이다. 게다가 내가 절절한 사랑과 연인과의 슬픈 이별을 느낄 나이가 아니라 그런지 온갖 로맨스와 사랑이야기, 연인이나 연애에 대한 글들은 이제 그닥 공감이 되지 않는다. 나도 한때 그랬지라는 씁쓸함을 느끼고 싶진 않으니까.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겐 친구나 선배로부터 솔직하게 조언을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저자가 보낸 시간과 살아온 삶에 대한 깊은 고민과 생각을 나역시 동일하게 느꼈었고 또 지금도 겪고 있는 과도기와 같은 시간에 큰 힘이 될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으로 사는 삶이 옳은지, 우울감에 취해 사는 삶이 옳은지 정답은 없다. 그렇기에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인을 나무라서는 안 된다. 나는 이 두 가지 감정을 필요한 만큼 받아들이려고 한다. 


 

 

 

격동의 10,20대를 지나 이제 안정기에 접어든 30대이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으로 여러가지 삶의 변화를 겪으며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인생 상담을 해온다면 잘 할 자신이 없다. 지나고 보면 힘들게 했던 많은 사건들이 지금은 피식 웃음이 날 정도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지금 그 현실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겐 그 무엇보다 힘겹고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꼰대처럼 사소한 고민이라 치부하며 무시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저 다 지나가니 참으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선뜻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주기가 어렵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조언을 해주기 위한 진심이 글 속에 담겨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에 대해 깨닫게 된 것들을 꾸밈없이 담고 있는 저자의 글이 그래서 사랑 받고 수많은 독자들이 고민상담을 요청하게 된다는 것을 나역시 책을 읽고는 수긍하게 되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행복이 뭐냐고 묻는다면,
너무 애쓰지 않는 일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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