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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없이 살자
김하원 지음 / 자화상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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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면 으레 아이가 생길 것이고 부모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결혼한 부부에게 아이가 없으면 꼭 한마디씩 한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많은 사람들에게 참견 한마디씩 듣는것이 기쁘지는 않을 것이다. 저출산 시대 운운하며 훈수 두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모 프로그램에 나온 작사가 김이나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 대해 국가의 숫자를 위해 아이를 낳을 순 없는 것 아니냐며 똑부러지게 말하고 아이를 안 낳아도 왜 안 낳았냐고 질문 받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에 비록 난 아이를 낳았지만 깊이 공감했었다. 각자의 행복이란 다 다르고 존중받아야 함에도 우린 너무나 보편적인 가치만을 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있었다면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안타까움, 신랑과 점점 멀어질 것 같다는 불안이 공존했다. 그러나 아이는 핑계였다. 둘의 관계가 불안정하고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가 생길 리 만무했고 설령 생긴다 하더라도 언젠간 터질 수 있는 화산처럼 불안한 가정이 될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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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비자발적인 딩크족이 된 저자가 받았을 스트레스가 어느정도였을지 짐작이 간다. 남편과의 성격 차이와 소심한 성향으로 인해 스트레스성 어지럼증과 불안장애가 생겼고, 원하던 아이도 생기지 않았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지만 자궁의 이상으로 결국 임신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저자는 힘든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왜 불행이 자기에게만 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남편과의 관계는 점점 더 악화되어 갔다. 사소한 말다툼에도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가 버리며 대화를 차단해버리고 사사건건 지적하며 잔소리하는 남편과의 관계도 아이가 없어서 그런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둘의 관계 개선을 위해 남편이 던진 비장의 카드는 세계 여행. 그러나 저질체력에 비행공포증이 있는 그녀에게 세계 여행이란 낭만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1년의 여행 끝에 10년 간의 결혼 생활을 재정비하고 돌아왔을 때 저자는 세계 여행이 고통스러운 훈련이자 성장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세계일주라는 단어가 주는 피상적 의미는 나에겐 먹고 노는 행위의 확장일 뿐이었다. 해를 넘기고 또 넘긴 지금 그것은 또다른 형태의 삶이었다. 희로애락이 있었고, 배움이 있었고 깊이가 있었다.
30개국 120여개 도시를 여행 하는 여정이 결코 쉽지는 않다. 열악한 교통편과 말도 안돼게 누추한 숙소, 고산병에 납치될 위험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여행 초반엔 남편 때문에 이 고생을 한다며 투정도 많이 부리고 저질 체력탓에 힘들때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행에 익숙해지고 일상에서 한발 물러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서 저자는 점점 부부 관계 악화의 본질이 아이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남편에게 의지하고 남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흔들리고 상처받으면서도 더 많은 애정을 받기 위해 정작 스스로를 무시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느끼며 진정한 부부란 무엇인지, 부부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름 부족함 없는 삶을 살면서도 외롭고 힘들어했던 지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며 스스로에게 미안해 할 수 밖에 없었다.
나의 불안은 어디서 온 걸까? 내 마음속에 진짜로 두려운 게 무엇일까? 성장기 시절 친구들에게 받았던 상처, 부모와의 관계, 우연히라도 목격한 사고의 기억, 신랑과의 불화, 다양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분명히 원인이 있을 것이고 개선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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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여행을 하며 저자는 차츰 남편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며 마음이 편해졌고 자연스럽게 남편에 대한 생각과 삶을 대하는 가치관도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부부에게 아이가 있었다면 훨씬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챙기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지 못하는데 아이가 있다해서 끈끈한 유대감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내 삶의 방식을 고집하며 거기에 상대방을 끼워 맞추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만을 줄 뿐이다.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각자의 생활을 가지며 여유가 생기면 그간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남편에게 기대고 의지하려 했던 생각을 버리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 보다 도움을 주는 삶이 훨씬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기댈 수 있도록 더 단단해 지는 것을 저자는 세계여행을 통해 깨달았다. 다른 부부에겐 당연히 주어지는 것 같았던 평범함이 자신에게만 주어지지 않아 절망하고 원망하던 시간을 지나, 비록 아이는 없지만 자신을 위한 더 많은 시간과 자유를 가지게 된 것이 더 좋고 나쁘다는 것을 판단할 순 없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받아들일 마음가짐만 있다면 어떤 선택이든 스스로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사막에도 길은 있다. 어디로 향해 있는지 정확하게 몰라도 그 길의 끝에는 결과가 있을 것이다. 어떤 길은 사막을 질러 푸른 생물과 오아시스에 닿았을 갓이고, 어떤 길은 척박한 사막의 중간에서 없어지기도 하며, 끊어진 길을 희미하게 이어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