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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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것에는 죄책감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일을 하면서도 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놀고 있다면 즐겁게 놀아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그 바탕에 깔린 죄책감이 한쪽 구석에 자리잡아 끊임없이 나를 책망하며 몸은 쉬어도 마음은 불편한, 이도저도 아닌 시간을 보내게 한다. 그 불편함은 끈질기게 남아 나를 괴롭히지만 무시한채 챗바퀴 도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번아웃 상태에 다다르게 될지도 모른다. 이유 없는 통증과 극도의 우울 상태가 되고서야 나 자신을 돌보게 되는 지금의 우리에게 어쩌면 누군가는 쉬어도 된다고, 나에게 관대해지라고 이야기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의 몸과 마음, 기분과 생각을 스스로 돌볼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도, 그안에 있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나는 나니까. 잘 지내든 그렇지 않단 나는 나와 평생 같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십여 년 동안 TV 코미디 작가로 일했고, 십 년 남짓 에세이스트로 활동 중인 저자는 2017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에 등극하게 되었다. 지혜로운 사람보다 유연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보다 게으른 사람에게 끌리지만 정작 자신은 지혜에 집착하고 쓸데없이 부지런한 타입이라 난감할 따름이지만 그런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날이 대부분일지라도, 스스로에게 정 붙이는 연습을 하며 사는 중이다. 이유없는 손가락 통증으로 무기한의 강제적 휴가를 갖게 된 저자는 쉬는 법을 몰랐다. 일중독자인 그에게 아무 죄책감 없이 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일년을 억지로 쉬는 동안 조금씩 쉬는 것에 익숙해지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과정속에서 자신을 받아들이고 돌보는 일의 중요성을 느꼈고, 그런 변화하는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는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법을 이야기한다. 자신을 몰아세우며 조바심 내고 전전긍긍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관계에 상처받는, 현대인이라면 자신과 같은 상황이라며 격하게 공감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저자 역시 일중독에 자신을 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쉬는 동안 자신을 가장 괴롭히고 몰아세우는 것이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을 잘 돌보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들을 돌볼 여유를 가질 수 없었고 그로인해 관계에 트러블이 생기게 된 것이다. 스스로 독립한 한명의 어른이라 생각했기에 강하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위로와 칭찬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반성이 아니라 자기연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세상에 그 누구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없고,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자기 자신이야말로 끝까지 자기편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너무나 인색했던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변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나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게 아닐까. 사실은 그 모습을 인정하고, 또 인정받고 싶었으면서도.


 

 

바쁘게 살다보면 가장 뒤로 밀려나는 것이 나 자신이다. 가족,친구,동료들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는 것에는 소홀해지기 쉽고, 그렇다보면 금새 지치게 된다. 재충전의 시간이 분명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의미 없는 휴식이 진정한 휴식이 될리가 없다. 그래서 쉬고 또 쉬어도 끊임없이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 나를 아끼기 위한, 나를 위한 게으름과 널부러짐은 죄책감이 없는,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소파에 누워 한없이 빈둥거리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멍하니 누워 있는 것이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이 인생에 우선순위가 되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에, 단지 내가 느끼는 그 당시의 감정과 기분에 집중하여 선택할 수 있다. 상처를 드러낼수록 더 빨리 낫고, 감추면 감출수록 더디게 낫듯이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상처를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는 내가 되다보면 어느순간 더 자유로워지고 홀가분해진 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살면서 분명 나는 점점 더 약해지고 더 많은 세월의 풍파를 맞이하겠지만, 그런 흐름조차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하고 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삶 또한 충분히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나역시 항상 정당하게 쉬면서도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어정쩡한 불안과 죄책감을 이제는 그래도 털어내고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마음은 액체다. 가고 싶은 대로 흐른다.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가 역행하기도 하고 넘치기도, 말라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당장이라도 데일 듯 뜨겁다가 한순간에 얼어붙기도 한다. 그렇게 어디로 갈지, 어떻게 될지 모를 마음의 흐름을 간수하는 방법은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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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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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딘가에 속한다는 것, 소속감을 느낄 때 좀 더 안정을 느끼고 자신이 존재함을 느끼곤 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는 고독과 고통을 직접 느껴본 적은 없다. 난 평생을 태어나고 자란 곳에 소속되어 살고 있으니 말이다. 스스로 택한 것이든, 불가피한 선택이었든 어쨋든 그 소속감을 박차고 나간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언어, 다른 외모, 다른 문화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녹아들지만 그래도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순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어디에도 완벽히 소속되지 못한채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는 것을 느낄 때, 모호한 자신의 정체성을 마주하며 혼란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아마 그 상황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을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가장 잘 드러낸 소설, 그것이 바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다. 



모든 것이 흐릿한 가운데 그녀의 의식만이 분명했다. 한국도 미국도 아닌 현재 서 있는 곳이 그녀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딱히 공간성도 시간성도 없는 원초적인 그리움 같은 게 뭉실뭉실 피어오르다 사라졌다.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저자는 서울에서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다 1985년 미국 하와이로 이민을 갔다. 2004년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언제부턴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2013년 <당신의 파라다이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자의 이전 소설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저자가 이민자로서의 삶을 살았기에 그 상황들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이 소설에 모두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 생활을 오래 했음에도 왜 한국에서 글을 쓰는 것일까라는 물음에 그녀는 생존의 언어였던 영어와 달리 자신이 진짜 사유하고 있던 언어는 한국어였고, 그 두 언어간의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많은 것들을 통해 소설을 쓸 수 있는 힘을 받았다고 한다. 

 

9개의 단편소설들로 채워진 소설집은 모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그 경계에서 혼란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히어 앤 데어’에서 동희는 미국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사람들은 왜 떠났던 한국에 다시 돌아온거냐고 묻지만 동희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천천히 초록’에서의 나 역시 자신의 뿌리를 찾아 온 한국에서 부모의 흔적을 되짚으며 자신이 느끼는 불안을 해결하고자 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에서의 폴 역시 미국에서 미국인으로 살아가지만 부모로부터 받은 동양계 외모로 미국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이방인이며, 한국에서 역시 영어를 쓰는 외국인이라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모호한 위치에 있다. 반면 ‘분홍에 대하여’의 세레나는 남편과 헤어진 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미국으로 갔다. 그녀에게 언어는 단순한 대화의 수단이 아닌 사랑을 나누고 교감하는 주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역시 ‘압시드’를 보면 미국으로 입양을 가며 ‘ABCD’ 라는 특이한 이름을 갖게 된 주인공이 이름으로 놀림을 받으며 그 이름을 버리고 싶어하지만 그 이름이 자신의 생부가 아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지어준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그 이름에서 큰 위안을 얻는 것처럼, ‘라스트 북스토어’의 주인공 역시 미국의 헌책방에서 우연히 판소리 LP를 발견하고 한국인을 만나며 느끼게 되는 위안은 한국을 떠나와도 한국이라는 것이 가져다 주고 상징하는 것은 쉬이 지워지고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사의 연못’과 ‘로드’에서는 좀 더 행복한 삶을 위해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이민자의 삶이 놓치고 있는 것, 결과가 아닌 그 과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중 ‘동국’은 한국에 사는 미국인이나 미국에 사는 한국인과 같은 비슷한 맥락의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한국에 사는 한국인 동국의 인생과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뭔가 함께 섞이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사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고 있음에도 동국의 인생은 그 누구보다 힘들고 고통스럽다. 여타 가족들의 도움도 받지 못한채 홀로 감당하는 그녀지만 결국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동국이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것은 장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익숙한 것에 몸과 마음을 기대고 의지한 채 살아온 것만 같았다. 익숙한 게 막연히 진실이라고 여겼고 익숙하지 않은 걸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세상은 언젠가 스스로 가야 할 곳으로 갈 거라는 바람을 희망이라고 오인했다.


 

 

 

사실 태어나고 자란 나라에서도 외로울 수 있고 먼 타국에 있어도 그 나라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 속에 녹아들어 살아간다 해도 본능적인 이끌림이라는 것이 있는 것 아닐까. 큰 도시에 가면 한인타운이 있기 마련이고 어릴때 입양을 가도 성인이 되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부모를 찾고자 하는, 끊임없이 한국적인 것을 찾고 교감하려 노력하게 되니 말이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낄 땐, 아마 자신의 근원을 찾게 되면 어느정도의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을 찾지 못하더라도, 찾아가는 그 과정만으로도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에 속하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자기의 정체성을 찾고 나라는 가장 중요한 중심을 잡아가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도 미국도 아닌 현재 서 있는 곳’이 내가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그 누구보다 그들의 삶과 고통을 잘 알고 있을 저자이기에, 그래서 그 누구보다도 그들을 잘 위로하고 애도할 수 있음을 이 소설을 통해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것이 어른거렸지만 확실하게 보이는 것이 없어 답답한 사람들 같았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들 사이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몸은 자라 어른이 되었는데 어느 부분은 여전히 자라지 않은 채 과거의 시간 속에 머물고 있는 것만 같았다. 때로는 분명한 것도 희미해졌고 희미한 것들 사이에서 날카롭게 빛을 반짝이는 것이 있어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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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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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할 땐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 인생의 중심은 사랑이고, 나의 시간과 공간은 사랑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 사랑이 언젠가 끝날 것이란 생각은 단 1초도 하지 않는다. 영원히 지속되고 영원히 이 사랑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을 것이란 편협한 시각에 갇혀 눈도 귀도 모두 실제와는 다른 것을 보고 듣는다. 하지만 그런 사랑이 끝나게 되면? 그때는 보지 못했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며 조금씩 그때의 기억과는 다른 기억으로 변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랑이 끝나고 그 사람은 떠났어도, 어떤 형태로든 그것은 기억으로 남아 하나의 이야기로 존재하며 내 삶의 일부를 차지하게 된다. 



나는 열아홉이었고, 나는 사랑은 썩지 않는 것이라고, 시간과 퇴색에 내력이 있다고 믿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작가인 줄리언 반스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현대 언어를 공부했고, 1969년부터 3년간 <옥스퍼드 영어 사전> 증보판을 편찬했다. 이후 유수의 문학 잡지에서 문학 편집자로 일했고 TV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그는 첫 등단부터 서머싯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시작했고 그 뒤로도 수많은 상과 훈장을 받은, 어느새 70세가 넘은 노장이다. 사실 맨부커상 수상작들을 읽어보면 그닥 재미있다거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지 않다. 분명 상을 수상했으니 훌륭한 작품이란 뜻인데 도무지 읽어도 큰 감흥과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내가 읽었던 여타의 수상작들과는 달리 읽자마자 그의 팬이 되게 만들었다. 단지 작품성이 있는 것만이 아닌 더불어 흥미롭고 재밌는 소설. 그의 소설이 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인 폴은 열아홉살이 되던해 집근처 테니스 클럽에서 만난 자신감 넘치고 위트 있는 수전 매클라우드 반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폴보다 나이가 두배는 많은, 자신 또래의 두 딸이 있는 유부녀다. 그럼에도 수전에게 급속도로 빠지게 된 폴과 그런 그에게 역시 깊게 빠지게 되는 수전이 남편에게 수시로 폭행을 당한다는 것을 알게 된 폴은 수전이 모아둔 자금으로 런던으로 떠나게 된다. 둘 만의 공간에서 행복만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에게 서서히 문제가 생긴다. 수전이 우울증과 알콜중독에 빠지며 폴은 점점 그녀를 감당하기 힘들어 진다. 둘이 함께 할수록 더 고통스러워지는 상황에서, 사랑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던 폴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다, 우리 둘이, 그리고 우리가 이르러야만 하는 곳이 있다, 다른 것은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해서 결국 내가 꿈꾸던 곳에 가까운 어딘가에 실제로 이르렀지만, 나는 대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연애가 끝나고 나면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간 함께했던 시간들을 쭉 돌아보게 될 때도 있다. 굳이 그렇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내 인생에서 회자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연애고 사랑이니까. 게다가 첫사랑의 강렬한 기억은 평생 잊을 수 없다. 특히나 폴의 첫사랑은 너무나 강렬했고, 그 사랑이 끝난 뒤의 기억을 되짚어 보는 과정들속에서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이 끝난 뒤 우리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렇게 열렬히 사랑했지만 수전이 알콜중독에 빠지고, 그것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만큼 나빠졌을 때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 수없이 다짐했던 폴이지만 결국 그녀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듯 사랑이란 그 순간의 감정, 어쩌면 마약과도 같이 취하고 깊이 중독되어 버리는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변하면 그 사랑도 서서히 변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결국 끝나버리고 과거가 되었을 때, 우리의 기억은 그때와는 다른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새로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시키게 된다. 그렇게 모두에겐 자신만의 이야기가 생기게 되고, 결국 그 이야기만 마음속에 남아 평생동안 내 삶 속에 머물며 곱씹어 보게 된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사랑에 대한 폴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이 주는 행복과 고통, 기쁨과 슬픔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아마 줄리언 반스가 평생에 걸쳐 고민하고 이해하고자 했던 사랑에 대한 것들을 70이 넘은 인생의 끝자락에서 이 책속에 모두 담고자 했던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행복했던 사랑의 시작부터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되는 사랑의 끝까지, 극심한 고통과 슬픔을 겪었음에도 사랑을 부정하고 후회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다시 써내려가며 그 이야기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이 결국 우리들이 사랑을 하는 방법, 그럼에도 사랑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내 의견으로는, 모든 사랑은, 행복하든 불행하든, 일단 거기에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게 되면 진짜 재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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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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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선선한 바람과 노랗게 변한 나뭇잎이 가을이 온 것을 그 무엇보다 먼저 알려준다. 언제 가을이 오나, 무더웠던 이번 여름의 생각들이 어느새 먼 일로만 느껴진다. 좋은 날씨에 마음이 설레고 자꾸만 나가고 싶어지는 계절이지만, 또한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기에 차분히 앉아 읽는 샘터 한권이 계절의 정취를 가장 잘 나타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깥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여름을 지나 여행하고 싶어지는 가을, 그래서 그런지 ‘날 오라 손짓하는 가을’이라는 제목이 정말 크게 와닿았다. 번잡한 여름의 바다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가을 바다가 주는 매력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이든 바다든 강이든 어디로든 가을의 정취를 느끼러 떠나고 싶어졌다. 

 

 

 

민화는 단지 옛날에 그렸던 작품들이 계속 이어져 온다는 생각만 했는데 창작민화라는 장르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옛 선조들이 만들어둔 토대 위에 현대의 감각이 더해진 창작민화는 우리의 전통과 현재가 잘 조화된 멋진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작품이 끝나면 새로운 안경을 맞춰야 할만큼 열정적인 그녀의 모습이 참 멋졌다. 

 

 

 

 

블루베리, 아로니아가 몸에 좋다는 건 알지만 딱히 요리를 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었다. 그냥 과일로 통째로 먹는 생각만 했었는데 불고기, 전병등 많은 요리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할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긴 블루베리에 손맛이 더해진 불고기까지 달콤새콤한 요리들에 침이 가득 고인다. 

 

단골이 있다는건 참 좋은 것 같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주고, 나만의 자리가 있다는 것. 작은 호의가 큰 따뜻함으로 다가오기도 하기에 단골가게를 만들고 찾아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각자만의 사연이 담긴 다양한 단골들의 이야기에서 나의 단골 가게, 또는 나도 가보고 싶고 가지고 싶은 단골 가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육식의 종말> 책이나 동물복지에 관한 여러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면 우리의 먹거리 안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지만 그래도 육류 고기를 소비할땐 가둬진채 먹히기 위해 키워지는 많은 동물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먹지 않을 수도, 또 방목해 기른 육류만을 사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며느라기>는 굉장히 유명한 웹툰이고, 나역시 며느리이기에 며느리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사실 난 고부갈등을 느껴보지 못한, 너무나 좋은 시부모님을 만난 운좋은 사람이지만 아직도 고부갈등으로 힘든 많은 며느리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각자의 행복을 위해서는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한다. 

 

 

 

국악신동으로 불리며 어린시절부터 민요를 불러온 송소희. 일반 대중에게도 너무나 유명한 그녀이기에 사실 자신의 재능과 실력을 스르로가 아주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겸손함과 배우려 노력하는 자세,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며 나아가는 자세는 그녀가 예쁜 아가씨로 자란 것 만큼이나 마음 역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가족에겐 언제나 강하고 변함없는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게 한다. 그래서 아버지도 힘든 순간이 있음에도 그것을 내비치지 않고 그저 묵묵히 혼자 감당하는 것 아닐까. 아버지가 된 아들이 가장 힘든 순간,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가 마주하게 되는 그 옛날의 강인한 아버지는 이제 없더라도 그럼에도 아버지라는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되고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것을 이 글을 읽으며 다시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부모님들이 바라는 것이 돈이나 물질이 아니라 그저 전화 한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바쁘다는 이유로 계속 미루고 미루게 되는 것 같다. 효도라는게 떵떵거리며 사실 수 있게 해드리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효도하기 위해선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정작 바쁘다며 부모님께 연락도 잘 못하고 소원해지게 된다. 짧은 안부라도 자주 연락 드리고, 자주 찾아 뵙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린 충분한 효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푸드트럭이 청년들의 가게로 인기를 누리며 다양한 음식와 개성을 가진 푸드트럭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수제버거는 비싸다는 편견을 깨고 독특한 소스로 맛을 낸 마누스 버거는 수제버거를 우리 생활 더 가까이로 불러들이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먼저 사업을 시작해 좋은 궤도에 오른 마누스 버거의 사례는 푸드트럭을 시작하고자 하는 많은 청년들이 읽어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샘터의 표지는 항상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50년이란 긴 시간동안 매달 발행된 샘터의 표지만 해도 몇장이나 될까. 항상 아름다운 그림들로 장식된 샘터의 표지만 봐도 멋진 미술 전시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그간의 표지들을 엄선해 전시회를 한다니 한번 가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잔잔한 호수 위를 보고 있을 때의 고요함, 평온함을 이번 샘터를 읽으며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을이라는 청명한 계절과도 어울리는 차분한 이야기들이 나가고 싶다고 들뜬 내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가을을 슬프게 타지 않고 따뜻하고 편안하게 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post.naver.com/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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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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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 긴장된다. 어렵고 딱딱하다는 이유로 헌법을 단 한번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사법고시 시험을 칠 것도 아니고, 공무원이 될 것도 아니기에 헌법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해본적 없다. 게다가 법이 나를 지켜주고 나라가 나를 지켜줄 것이란 크나큰 믿음을 가지지 못하게 만들었던 일련의 시간들이 나를 헌법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나뿐만이 아닌, 대부분의 평범한 국민들이라면 나와 같은 상황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헌법을 읽고 쓴 독후감? 게다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김제동? 뭔가 잘 매치가 되지 않았다. 평소에도 사회적 이슈나 일반 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헌법을 읽고 또 공부한다니 의외였다. 



“네가 뭘 안다고 헌법을 이야기하느냐”고 하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겨지던 사람들이
헌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우리가 헌법의 진짜 주인이 됩니다.


 

.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나는 최고의 이야기꾼인 그는 한달에 평균 5000명, 많을 때는 2만명 까지도 만난다. 사람들이 웃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의 탁월한 비유를 버무린 솔직한 입담에 사람들이 빵빵 터지다 보니, 지역 축제의 사회자에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방송인이 되었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건네 말할 수 있게 하고, 함께 웃고 우는, 사람들의 가슴을 다독이는 열린 사회자로 활동하고 있다. 나역시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진솔한 방송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재치있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그의 진행과 그로인해 전해지는 공감과 감동이 크게 느껴지는, 김제동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2016년 중순에 헌법을 처음 읽고, 이 좋은 걸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그때부터 헌법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헌법은 우리의 권리를 명시해놓은 것이니까 국민 각자가 헌법 해석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헌법을 비롯해서 모든 법이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잖아요. 마치 귀한 예술 작품들이 부잣집 벽에 걸려 있듯이요. 헌법은 헌법재판소 안에 갇혀버리고 법은 법관들 사이에 갇혀, 법이 진짜 지켜줘야 하는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버렸어요. 그 거리를 좁히고 우리 생활 속에 좀 퍼졌으면 좋겠어요. 


 

 

 

헌법이란 무엇일까? 사실 법이라면 우리를 통제하고 구속하는 장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게다가 어딘지 모르게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져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우리와의 거리는 멀게만 느껴진다. 한번도 우리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이야기 해 준 적이 없고, 헌법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야기 해 준 적이 없기에 읽어 볼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헌법을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풀어서 이야기 한다. 한번쯤 스쳐지나가듯이라도 들어봤을 헌법 전문이나 1조1항 뿐만 아니라 익숙하지만 정확한 뜻을 알지는 못하는 행복추구권과 우리가 누려야 할 많은 권리등 사실 알고 보면 헌법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닌,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명시하며 우리 국민이 헌법의 주인이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우리가 헌법의 주체가 되어야 함에도 지금 우리는 헌법과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법이 지켜줘야 할 사람을 지켜주지 못하고 그 간극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거리를 좁히고 우리 생활속에 퍼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우리는 권리와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스스로를 주인으로 대우하지 않고 전문가들에게만 맡긴채 등한시했던 것이다. 그래서 진짜 권력자인 국민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힘 있는 사람들의 권리만을 보장한채 힘없는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우리가 법을 알고 공부해야 우리의 권리, 그리고 내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다. 그렇기에 헌법을 우리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이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재판받을 권리’는 진짜 권력자인 국민을 지켜주지 못했어요. 일부 재판관들은 힘 있는 사람들에게만 그 권리를 보장해주었고, 힘없는 사람들을 희생시킨 일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진짜 임명권자가 국민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기득권들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지금은 그에 따라 법에 대한 불신도 함께 높여버렸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법도 없고 국민들도 안중에 없는 이기적인 권력층의 모습을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법은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니 헌법이 우리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헌법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우리가 헌법을 읽고 알고 있어야 하는지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깨닫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김제동만의 유머와 따스한 공감과 위로가 더해져 딱딱하고 어려운 헌법를 그 무엇보다 재밌고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하는, 읽다 보면 특유의 사투리가 더해진 그만의 말투가 절로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사실 나 역시 헌법을 우리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하고 그 무엇보다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이라는 것을 명시해 놓은 것이 헌법이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이 뽑아 대신 일을 하라고 임명한 대리인임에도 자신들이 모든 권력을 가진 것이란 착각으로 우리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것을 그냥 두고봐서는 안된다. 그래서 헌법에는 우리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권리와 권한을 명시해 두고 그것을 철저히 지키도록 한다. 우리가 헌법을 읽고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다. 헌법은 우리를 테두리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닌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안전장치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위로해 주는 헌법, 그리고 우리를 위해 너무나 쉽고 재밌게 설명해 주는 친절한 제동씨의 글에서 나역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나라는 각 세대가 존중받고 모든 사람들이 각자 존엄을 되찾는 나라예요. 산업화의 공은 그것을 이룬 사람들에게 돌리고, 민주주의의 가치는 민주화를 이룬 국민들이 누리고, 앞으로 한반도의 번영은 통일을 이룰 우리 아이들이 맛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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