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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평점 :
법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 긴장된다. 어렵고 딱딱하다는 이유로 헌법을 단 한번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사법고시 시험을 칠 것도 아니고, 공무원이 될 것도 아니기에 헌법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해본적 없다. 게다가 법이 나를 지켜주고 나라가 나를 지켜줄 것이란 크나큰 믿음을 가지지 못하게 만들었던 일련의 시간들이 나를 헌법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나뿐만이 아닌, 대부분의 평범한 국민들이라면 나와 같은 상황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헌법을 읽고 쓴 독후감? 게다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김제동? 뭔가 잘 매치가 되지 않았다. 평소에도 사회적 이슈나 일반 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헌법을 읽고 또 공부한다니 의외였다.
“네가 뭘 안다고 헌법을 이야기하느냐”고 하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겨지던 사람들이
헌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우리가 헌법의 진짜 주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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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나는 최고의 이야기꾼인 그는 한달에 평균 5000명, 많을 때는 2만명 까지도 만난다. 사람들이 웃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의 탁월한 비유를 버무린 솔직한 입담에 사람들이 빵빵 터지다 보니, 지역 축제의 사회자에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방송인이 되었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건네 말할 수 있게 하고, 함께 웃고 우는, 사람들의 가슴을 다독이는 열린 사회자로 활동하고 있다. 나역시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진솔한 방송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재치있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그의 진행과 그로인해 전해지는 공감과 감동이 크게 느껴지는, 김제동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2016년 중순에 헌법을 처음 읽고, 이 좋은 걸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그때부터 헌법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헌법은 우리의 권리를 명시해놓은 것이니까 국민 각자가 헌법 해석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헌법을 비롯해서 모든 법이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잖아요. 마치 귀한 예술 작품들이 부잣집 벽에 걸려 있듯이요. 헌법은 헌법재판소 안에 갇혀버리고 법은 법관들 사이에 갇혀, 법이 진짜 지켜줘야 하는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버렸어요. 그 거리를 좁히고 우리 생활 속에 좀 퍼졌으면 좋겠어요.
헌법이란 무엇일까? 사실 법이라면 우리를 통제하고 구속하는 장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게다가 어딘지 모르게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져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우리와의 거리는 멀게만 느껴진다. 한번도 우리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이야기 해 준 적이 없고, 헌법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야기 해 준 적이 없기에 읽어 볼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헌법을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풀어서 이야기 한다. 한번쯤 스쳐지나가듯이라도 들어봤을 헌법 전문이나 1조1항 뿐만 아니라 익숙하지만 정확한 뜻을 알지는 못하는 행복추구권과 우리가 누려야 할 많은 권리등 사실 알고 보면 헌법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닌,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명시하며 우리 국민이 헌법의 주인이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우리가 헌법의 주체가 되어야 함에도 지금 우리는 헌법과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법이 지켜줘야 할 사람을 지켜주지 못하고 그 간극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거리를 좁히고 우리 생활속에 퍼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우리는 권리와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스스로를 주인으로 대우하지 않고 전문가들에게만 맡긴채 등한시했던 것이다. 그래서 진짜 권력자인 국민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힘 있는 사람들의 권리만을 보장한채 힘없는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우리가 법을 알고 공부해야 우리의 권리, 그리고 내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다. 그렇기에 헌법을 우리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이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재판받을 권리’는 진짜 권력자인 국민을 지켜주지 못했어요. 일부 재판관들은 힘 있는 사람들에게만 그 권리를 보장해주었고, 힘없는 사람들을 희생시킨 일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진짜 임명권자가 국민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기득권들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지금은 그에 따라 법에 대한 불신도 함께 높여버렸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법도 없고 국민들도 안중에 없는 이기적인 권력층의 모습을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법은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니 헌법이 우리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헌법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우리가 헌법을 읽고 알고 있어야 하는지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깨닫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김제동만의 유머와 따스한 공감과 위로가 더해져 딱딱하고 어려운 헌법를 그 무엇보다 재밌고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 하는, 읽다 보면 특유의 사투리가 더해진 그만의 말투가 절로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사실 나 역시 헌법을 우리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하고 그 무엇보다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이라는 것을 명시해 놓은 것이 헌법이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이 뽑아 대신 일을 하라고 임명한 대리인임에도 자신들이 모든 권력을 가진 것이란 착각으로 우리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것을 그냥 두고봐서는 안된다. 그래서 헌법에는 우리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권리와 권한을 명시해 두고 그것을 철저히 지키도록 한다. 우리가 헌법을 읽고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다. 헌법은 우리를 테두리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닌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안전장치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위로해 주는 헌법, 그리고 우리를 위해 너무나 쉽고 재밌게 설명해 주는 친절한 제동씨의 글에서 나역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나라는 각 세대가 존중받고 모든 사람들이 각자 존엄을 되찾는 나라예요. 산업화의 공은 그것을 이룬 사람들에게 돌리고, 민주주의의 가치는 민주화를 이룬 국민들이 누리고, 앞으로 한반도의 번영은 통일을 이룰 우리 아이들이 맛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