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에 머물다
박다비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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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작지만 예쁜 마당이 딸린 집을 짓고 사는것이 꿈이라 이야기 한다면 너무 소박한걸까? 
이 넓은 지구에 아직 내가 가진 조그만 땅덩어리 한평도 없는 마당에 마당 딸린 집이라니, 
어불성설이라 들릴지 몰라도 꿈은 꿈이니까 마음속에서라도 조금씩 조금씩 구상해 보기도 하고 혼자만의 아이디어를 내보기도 한다. 
지금 당장 실현 가능성은 없어도 언젠가는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단지 희망사항이 될지 몰라도..


내가 평생 살아온 곳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터를 잡는다는 것. 말이 쉽지 직접 겪어보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태어나 19살까지 살던곳에서 머나먼 타지로 올라와 지금까지 살고 있는지라 그 힘듦을 잘 알고 있다. 
같은 한국인데도 물가차이, 사투리와 표준말, 음식, 그리고 외로움.. 처음 적응하던 시간은 향수병이 극에 달했었다. 
아마 외국이라면 더 힘들겠지.. 새로 살아야 할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은 가장 큰 문제이다. 
내 몸 하나 뉘일 자리 마련하는 것도 힘든데 그곳에서 직접 집을 짓기로 했다면? 
낭만도 로망도 좋지만 우선은 힘들것이라는건 자명해 보인다. 


저자는 제주도에서 100년이 된 오래된 집을, 그것도 직접 손수 공사하여 살고자 한다. 
무모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멋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집을 직접 지은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첫 신혼집이 굉장히 낡은 아파트였고 꽤 오랫동안 비어있던 집이었기에 젊은날의 패기로 셀프 인테리어를 해 본 적이 있다. 직접 페인트를 바르며 드는 생각은 '다신 하지 말아야지.' 
물론 결과물은 직접 했다는 뿌듯함이 더해져 만족스러웠지만 그 집에 누워 천장을 볼때마다 
천장을 페인트로 바를때의 고통이 고스란히 떠오르곤 했다.




우리는 이 공사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얻고, 배워갔다. 
단순히 집을 짓거나 고치는 기술뿐만이 아니다. 
우리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작은 것들의 가치를 배우고 있었다.




 



요즘 제주도에는 육지 사람들이 많이 내려가 터를 잡고 있기에 제주도의 전통적인 집보다는 신식으로 지어진 집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 한다. 새로운 터전에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꿈꿔오던 집을 새로 짓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100년이 된, 그 터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던 오래된 집을 부수지 않고 그 집에서 다시 살아가고자 한다. 

100년이나 된 집이라면 굉장히 낡았을 것이고 이미 집이 노후되어 모두 철거해야 할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 집의 기본 틀인 나무기둥, 서까래는 생각보다 훨씬 더 튼튼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지금이야 너무나 다양하고 훌륭하게 나오는 많은 자재들이 있지만 단지 나무로 된 것들이 

썩거나 낡지 않고 견고하게 남아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집을 고쳐서 새롭게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사람을 쓰지 않고 두사람이 직접 모든것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철거부터 보일러 시공이나 화장실, 정원, 싱크대 심지어 화덕오븐까지 

두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로 집의 시작과 끝에 모두 두사람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면 분명 더 쉽고 편하게 완성할 수 있었겠지만 

그들이 일로써 임하는 공사에 두사람처럼 많은 정성과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을 순 없을 것이다. 

힘들지만 내가 살곳이기에 사포 한번이라도 더 문지르고 페인트도 한번이라도 더 바르며 정성을 들일 수 있기에 

결과물 또한 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연은 우리 생각처럼 그리 가볍거나, 약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콘크리트나 다른 재료들보다도 훨씬 더 강하고, 견고하고, 따뜻하고, 인내심이 있는 것이 

바로 자연에서 온 것들이다. 흙이나 돌, 그리고 나무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이것이 바로 100년 된 집에서 발견한 나무가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이다.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고 편리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생활 하는 것이 로망이란 사람도 있고 
잘 적응해 사는 사람도 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사람도 많다. 
시골의 한적함과 고요함에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깊은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시골이 가진 장점을 아주 잘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 무엇보다 흙과 가까운 삶이 가장 부럽다. 
자연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환경보호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는 모습에서 그들이 왜 제주도 시골 마을에 정착해 잘 살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시골에 산다는 것은 이런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내 손으로 무언가 뚝딱뚝딱 만들 수 있다는 것. 
멋지거나 근사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도 못났다고 타박하지 않는다. 
직접 땀 흘리고, 손에 흙먼지 묻히며 해볼 수 있다는 것. 살
아볼 수 있는 삶. 이것이 나와 J가 시골에 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제주도에 살며 작은 마당이 딸린 아기자기한 시골 집에서 여행객들을 만나며 살아가는 것. 
누구나 꿈꾸는 삶이지만 쉽게 이룰 수 있는 삶은 아니다. 떠나기를 결심 하는 것부터 큰 용기가 필요하다. 
아기자기한 예쁜집이 그냥 얻어 지는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연인, 부부라도 정착하기까지 수많은 다툼과 고난이 있을 것이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도 힘들고 지쳤을땐 더 크게 받아들여지니 말이다. 
더 쉽고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도 많지만 저자는 옛집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보존하려 노력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실천하려 한다. 
무조건 새로 짓고 새 물건을 사는 것 보다 오랜시간을 버텨낸 물건들의 진가를 알아 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것. 100년이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물건, 집을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가며 자연과 더욱 가까워지는 삶을 사는 것. 
어쩌면 우리는 언젠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그 자연과 벗삼아 산다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저자가 집을 대하는 자세와 자연을 대하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나도 언젠가는 나의 소망과 꿈을 담은 집을 꼭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따뜻한 책이었던 것 같다. 




삶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는 미묘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직
접 살아보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는 것. 마냥 걱정만 하며 넋 놓고 흘려보내기에는 삶은 너무도 빠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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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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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은 거의 읽지 않는 나이기에, 꽤 유명하신 작가님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두 처음 접해본 작가님들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소설은 살면서 읽어 본 것이 
열편이 되지 않을 정도로 선호하지 않았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도 
외국 못지 않게 훌륭한 분들이 분명 많을 것이기에, 문학상을 수상하고 또는 후보에 오른 작품들을 
읽어 볼 기회가 찾아 왔을때 걱정되기도 했지만 또 내심 많은 기대가 되기도 했다. 
실로 오랫만에 읽게 되는 한국 소설...
 


* 웃는 남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이 아닐까? 
분명 이야기는 우울하기도 하고 무겁고 주인공인 d는 웃음을 잃은 남자지만 제목이 웃는 남자라니.. 
자신의 모든 것이라 여기던 dd를 잃은 d의 이야기로 소리에 대한 표현과 비유로 많은 내용이 이루어져 있다.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던 d와 세운상가에서 40년 동안 앰프를 고치며 살아온 여소녀. 
d는 여소녀로 인해 음악이라는 한줄기 빛을 만나며 무의미하던 삶 속에 온갖 잡음으로만 가득차 있던 d에게 
세상이 단지 잡음과 진공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삶의 존재를 잃은 남자의 슬픔과 절망, 고단한 삶을 살아온 힘겨운 인생.. 
그런 암울한 시대를 똑같이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실도 별반 다를바 없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 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어떤 계기로든 언젠가는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 d를 보며 언젠가 내가 맞이하게 될 이별의 순간에 
나의 모습을 한번 그려보며 그래도 살아가야 하기에 그때 보이는 어떤 빛 한줄기에 
다시 희망을 걸고 이겨내야겠단 생각을 가져보기도 했다. 
사실 100% 작가의 생각이나 의도를 파악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시대상과 현실을 
작가의 방식과 시선으로 표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가 없어져도 그를 기억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는 여기 없어도 여기 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냐? 사기를 치지 마라... 인간은 너무도 사물과 같이... 없으면 없어. 
있지 않으면 없고, 없으니 여기 없다...


 

* 이혼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 이혼.
사실 옛날부터 이혼이란 여자에게 너무 불리한 것이기에 우리네 어머니들은 
힘든 부부생활이라도 그냥 버티며 살아오곤 했다. 
남편의 폭력과 외도로 인해 고통스러워도 자식때문에 참고 또 참으며 평생을 살아갔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느리지만 천천히 바뀌어 가며 어느새 우리들에게 익숙해 졌으니 말이다. 
아마 주인공은 평생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머니를 보며 자신은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는 담담하게 이혼의 과정을 그리지만 그 과정 속에서 겪은 수많은 굴곡진 사연들이 느껴지기에 
짧은 단편이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이었다. 
 



눈빛을 흐리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그녀는 뒤늦게 깨달았다. 
스스로가 이혼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 지경까지 어머니가 가바렸다는걸. 
자신의 기분과 감정이 어떤지조차 모르는 지경까지 어머니가버렸다는걸. 



 



* 존엄의 탄생

인간의 존엄이라는 것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인정 받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하면 개에게도 무시 당하는 인생.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지지부진하게라도 살아가야 하지만 그것마저도 힘든 인생. 
눈앞에 보이는 욕망만을 쫓는 개가 오히려 더 행복한 인생처럼 느껴지는건 왜일까?
 



잘난 사람이 되는 건 힘들어. 하지만 못난 걸 인정하는 건 쉬운 거야. 못난 걸 인정하면 적어도 못난 사람은 아니잖아. 내 바람은 그저 못나지 않을 정도로만 사는 거다. 그것도 요즘은 이래 힘이 든다. 




* 평범해진 처제


너를 읽는 건 설레는 일이다.   


누군가가 날위해 저런말을 해준다면? 
그것이 지나간 옛사랑이라면 충분히 다시 두근거릴 수 있을만 하다. 
그로인해 장밋빛으로 물든 마음과 세상.그러나 그것이 날 향한 것이 아니란 것을 느끼는 순간.. 
세상은 다시 그저 평범한 일상이 되버리고 만다.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래도 웬지 모르게 공감가던 이야기였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자. 




* 여름방학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은퇴. 
마음의 준비도 없이 찾아온 인생의 공백을 어떤식으로 다시 채워나가야 할까. 
주인공은 그것을 여름방학이라 생각해 본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고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해가는 시간. 
우리가 여름방학에 그동안 못잤던 늦잠을 자고 한없이 게을러지기도 하는 것처럼. 
주인공은 그렇게 하나 하나 시간을 채워나간다. 
 



나는 오늘이 방학 첫날이라고 생각해보았다. 
나는 맨 바닥에 누웠다. 
여름방학이라고 생각하니 마루에 누워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해야만 할 것 같았다. 
구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름이 하늘에 있다고 상상을 해보았다. 
그만 뒹굴거려. 누군가 내게 그런 잔소리를 해주었으면. 
방학이 끝날 때까지만 이대로 있고 싶어. 나는 투정을 부리는 말투로 말해보았다. 
늦잠을 자던 나를 깨우던 엄마에게 하던 것처럼. 

 






* 최미진은 어디로

굉장히 재밌는 상황이었다. 
누군가 내가 쓴 책에 병맛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다른책을 구매하면 사은품으로 주겠다는 중고거래 사이트의 글을 보게 된다면? 그냥 허허 웃어 넘길 수 있는 대인배가 몇이나 될까. 
악성댓글로 인해 생을 마감하는 이가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면 
악의적인 발언과 모욕도 서슴치 않는다. 그 뒤에 어떤 배경이나 이유가 있을지 깊이 생각하진 않는다. 
자신이 받은만큼 상대에게도 똑같이 돌려주는..그렇기 때문에 남이 나를 헐뜯기 전에 우선 나도 먼저 헐뜯는.. 
결국은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다. 그후의 공허함.. 
하지만 사람들은 오늘도 본인만 당하지는 않는다며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방어한다.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모욕을 당할까 봐 모욕을 먼저 느끼며 모욕을 되돌려주는 삶에 대해서. 
나는 그게 좀 서글프고, 부끄럽다. 




* 개의 밤


서로가 서로를 물어 뜯기 바쁘다.
갑과 을이라는 상황에서 언제나 피해를 받는건 을이겠지만, 
부당한 피해를 수면위로 드러내는 을은 일부에 불과하다.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진실도, 이성도 다 필요 없는 것일뿐. 
누가 누구를 벌하고 누가 누구를 평가할 수 있는 걸까. 
말도 안돼는 논리를 주장하는 사람도, 그것을 지켜보며 동조해 주는 사람도.




우리를 벌하는 건 우리 자신일 뿐이라고.   


 



사실 수상작은 웃는 남자이지만 내가 더 눈길이 갔던건 다른 작품이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 다를테니 그건 당연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단편이기에 짧은 내용에 담긴 함축적인 의미들을 전부 이해할 순 없었다. 
무슨 내용인건지 내가 느낀것과 저자들이 의도한바가 일치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쨋든 나는 나대로의 의미와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만한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손에 한번 더 걸러진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쓴 그대로의 글을 읽고 느끼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다는 생각 또한 들었기에 앞으로는 한국 소설에도 손이 가게 되지 않을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웃는남자,황정은,은행나무,서평단,김유정문학상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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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쓰다, 마음을 읽다
콜라보 편집부 지음 / 콜라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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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나' 자신에 대해 잘 아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꿈이 뭔지 하고 싶은게 뭔지 모르겠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 청년들의 대답을 들어보면 여실히 느끼게 된다. 나 역시 어린시절 품었던 나의 꿈과 내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30대의 내 삶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기에,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지?라는 생각을 가질때가 있다. 
어느 순간 바뀌어 버린 삶의 궤도를 다시 맞추기엔 난 너무 멀리 와 버렸다는 생각에 호기심이나 열정이 솟아오르다가도 금새 식어버리기 일쑤다. 아이들에 치여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은 아마 많은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생각일 것이다. 나 역시 이제 내 이름 세글자보다 누구의 엄마로 불리는 일이 더 익숙해 졌으니 말이다. 
이제 진짜 나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시 나에 대해 생각해 보고 찾아갈 수 있는 길이 되어주는 책. 나의 마음점검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
아마 이책이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수없이 많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를 읽어도 사실 그것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마음속 깊은 곳까지 큰 울림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아니면 나는 왜 이모양인가 싶어 더 자괴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통신기술이 발달해 머나먼 타국에 있는 사람과도 실시간으로 영상통화가 가능해진 지금 시대에도, 
정성스레 쓰인 손편지를 선물로 받을때의 큰 감동을 알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진심을 꾹꾹 담아 편지를 쓰곤 한다. 
그렇듯 글로 쓸때와 단지 말로만 이야기할때는 그 내용과 감동이 극명히 다를수 있기에 단순히 읽고 말하기 보단 내 생각을 글로 써서 표현하는 것이 더 깊숙한 내면의 것들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에 챕터별로 나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고 써나가는 이 책은 나 자신을 발견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지 않을까. 





내 안으로 들어가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둔 것이죠. 
그 안에는 그동안 누구도 물어봐 주지 않았지만 나에게 꼭 필요했던 질문들이 담겨있어요. 
당신은 그 안에서 오히려 너무 가까워서 들여다보지 못했던 마음을 한 걸음 떨어져 살펴보게 될 겁니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나'에게서 지금까지 누구도 해줄 수 없었던 진짜 위로와 공감을 받게 되는 것이죠. 

 



 


근래 들어 나에 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해 보거나 이때까지 나의 삶에 대해 다시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던 적이 없었기에 사실 처음 이 책을 받고 시작할땐 난감하기도 하고 자신이 없었다. 
그냥 나 자신에 대해 정말 솔직하게 생각해 보고 나 자신을 바라본다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지도 생각치 못했다. 
비워진 한칸 한칸을 채우기가 처음엔 힘들고 시간이 걸렸지만 점점 나 자신을 마주하며 정말 솔직하게 써가다 보니 어느새 잊고 지냈던 나라는 사람의 실체가 눈앞에 나타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구의 엄마가 아닌 그냥 나 자신, 생기 넘쳤던 예전의 나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고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 
또 바라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더 확실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기에 그 어떤 훌륭한 내용의 책을 수십권 읽는 것보다 그냥 나에 대해 직접 생각하고 써보는 것. 그것이 훨씬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해 쓰는 것이었다면 내가 과연 이렇게 쓸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내가 쓰는 것을 누군가 읽게 될 것이라면 아마 난 이 책의 빈칸을 끝까지 채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어쩔 수 없이 의식하고 어느정도의 꾸밈이나 거짓이 들어갔을 것이기에 진정한 나에 대한 이야기들은 쓰지 못했을 것이다.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며 아무에게도 보여지지 않을 것이기에 그냥 막힘 없이 써내려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의식하지 않고 그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나온 나의 마음, 그로 인해 정말 진실한 나 자신을 끄집어 내는 기회가 되었다. 




잊고 있던 나다움을 찾고 싶을 때는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나'로 시작하는 말을 꺼내보세요.   



 




하지만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에,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지만 
요즘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차라리 맘편하게 혼밥,혼술하며 혼자인 편을 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이다. 
SNS로 인해 관계와 소통의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 가는 시대에 진정한 의미의 관계 맺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챕터가 있어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상태도 다시 점검해 보고 불필요한 소모적인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다짐도 가지게 해 주었다. 사실 나 역시 그것이 나에게 이득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막상 정리하려면 단호하게 결심이 서질 않아 흐지부지 이어져 가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의미의 소통에 대해서도 되짚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세상엔 이상한 사람도 많고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분명한 건, 좋은 사람들 역시 가득히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중 누구와 당신의 삶을 채워나가게 될지는, 
누군가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챌 수 있는 당신의 눈에 달려있어요.  


 




사실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단걸 깨달은 순간, 새로운 나를 만난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확신하고 있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감추고 싶은 많은 것들을 가리기 위한 하나의 눈속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나 자신에게 속은채로 살아갔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경우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치부를 들춰내는 것 같아 처음엔 마음이 좀 불편할지도 모른다. 좋은면만 드러내고 생각해 본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나면 진짜 내가 누구이며 원하는 것, 꿈,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확실한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뿌옇게 가려져 한치 앞도 내다 보기 힘든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찾아 스스로 밝은 빛을 내며 그 길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길 바래본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다만 내가 완벽한 존재여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마음에 여유를 둘 줄 아는,
'상대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있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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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 내게 왜 여행하느냐 묻는다면
박세열 글.그림.사진 / 수오서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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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여행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작은 책 속에 담긴 내가 아닌 그들이 경험한 함축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보는 것이 얼마만큼의 욕구충족을 느끼게 해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기에, 무조건 직접 경험해 보자는 주의였지만 그럴 수 없는 여건에 오랫동안 직면해 있다 보니 대리만족이라도 느껴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북적이는 공항의 기운과 좁디 좁은 좌석이지만 내겐 너무 안락한 비행기, 낯선 곳에서 딛는 첫 발자국의 짜릿함. 느껴 본게 언제더라..?



내가 여행을 떠나며 바라는 것들은 뭐였을까. 새로운 경험, 인생의 전환점에서 필요한 해답, 재충전, 휴식..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들려줄만큼 특별한 여행은 없었다. 큰 깨달음을 얻은 것도, 스펙터클한 경험을 한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해 보이는 여행. 하지만 일상이 힘들어 지고 버거워 질때, 그 무엇보다 여행의 기억을 가장 먼저 되살리며 곱씹어 보게 된다. 그냥 다시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잠시나마의 위안과 위로가 되는 것. 새로운 곳으로 지금 당장 떠나지 않더라도 예전의 그 추억만으로도 충분히 다시 설레고 기운을 얻게 되는 것. 나에게 여행은 그런 의미였던 것 같다. 




한때 다른 여행자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갈구했었다. 
그리고 그들처럼, 빨리 익숙해지고 싶었고 

그럴듯해 보이고 싶었고
여권의 입국 도장이 가득하길 바랐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첫 여행은 첫사랑이더라. 
미숙하고 실수뿐이었던 시간. 그래서 더 아름다운. 
그러나 그땐 그걸 알지 못한 딱 한 번의 소중한 기억. 



 


여행을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는 것이 좋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이라는 방법을 많이 선택할 것이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달로 무거운 카메라를 따로 챙길 필요도 없는데다가 용량도 넉넉하니 손쉽게 여행의 순간 순간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여행을 사진과 그림으로 남겼다. 그곳의 풍경과 그곳의 사람들을 자신의 느낌대로 그리고 표현하고, 머물었던 곳엔 벽화를 그리기도 하며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낯선 곳에서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도, 그들이 먼저 다가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말없이 한곳을 바라보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저자에겐 스스럼 없이 먼저 말을 걸어주고 친구가 된다. 그림이라는 훌륭한 매개체가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 누구와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게 해주는 신비한 역할을 하기에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 수 있었다. 



손쉽게 여행을 하는 방법도 많고, 미리 정해둔 루트대로 철저히 다닌다면 위험을 마주할 확률도 적어진다. 워낙 빙대한 정보들이 많다 보니 미리 조금만 공부를 한다면 유명한 관광명소만을 찾아 가고 이름난 맛집만을 찾아 다니며 실패할 확률 또한 낮출 수 있다. 그렇게 하나씩 배제해 가며 다니는 여행은 훗날 기억속에 어떻게 자리 잡게 될까? 사실 무난하게 좋았거나 그럭저럭 맛있었던 음식이 평생동안 마음속에 간직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계획 없이 떠난 무모한 여행이나, 궤도를 벗어난 여행길에 우연히 들른 최악의 숙소에 맛 없는 음식일 지라도 내가 그 곳에서 직접 부딪히고 겪었던 일들은 지나고 나면 그럴싸한 무용담으로 탈바꿈해 두고두고 회자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좀 무모해 보이거나 게을러 보이는 여행일지라도 훗날 다시 떠올렸을땐 지그시 미소 짓게 되는, 그런 여행을 저자는 해 왔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여행의 많은 기억 중 아름다운 것들만 남는다. 혹은 아름답게 왜곡되어 기억된다. 
가끔은 그곳의 풍경이, 만난 사람들이, 그리고 그들과 나눈 대화의 기억이 서글퍼지거나 아리기도 하지만 시간은 그 기억들을 아름답게 잘 포장해준다. 



 


여행을 가기전의 힘들었던 상황이나 팍팍했던 현실에서 회피하고 싶어서 떠날 수도, 권태로운 일상이나 익숙함이 싫어 낯선곳으로 떠난 것이든 어쨋든 여행이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다. 그곳에서 엄청난 깨달음이나 커다란 위로를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안도할 수 있다면, 소소한 일상이 이토록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느끼는 것 만으로도 그 여행은 의미가 있는 여행일 것이다. 저자 역시 여행으로 인해 거창한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것도, 지금 당장 모든걸 뒤로 하고 떠나라고 부추기지도 않는다. 여행에서 느껴지는 대로 충분히 느끼되 다시 돌아가서 자신의 일상에 감사하고 다시 살아가라는 것. 대단한 수식어를 붙히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공감되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그동안은 왜 이렇게 살지 못했을까?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조금만 더 하늘을 바라보며
조금만 더 웃고 지내면 되는 거였는데. 
이렇게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벌레가 없는 침대에서 잘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카피를 마시면서 이야기한다는 것,
이런 사소한 것들이 행복이라는 것을 왜 여태껏 몰랐을까?



 


현실이 어떤 상황이라도 내가 다시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이 나를 다시 떠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행에서 받아온 기운과 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또다시 충전이 필요할 때쯤 어느샌가 티켓팅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나도 가끔 모든걸 훌훌 털고 떠나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때,이 책을 다시 들어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의 일상이 버거울때 그 버거운 일상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여행 하는 그 순간보다 마음속에 남겨진여행의 기억이 행복하다면 그 기억을 꺼내보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을 받을 수 있기에 두고 두고 꺼내 볼 그 기억을 쌓기 위해 오늘도 사람들은 떠나는가 보다. 



어쩔 수 없나 보다. 여행이라는 것을 문신처럼 내 몸, 내 습관에 새길 수는 없는 것인가 보다. 그저 오랜 달리기 끝에 마시는 물처럼 잠깐의 갈증만 짜릿하게 풀어주고 다시 뛰기 시작하면 또 다시 목이 마르는 것처럼, 어쩔 수 없다 보다. 그래서 사람들이 매번 다시 떠나나 보다. 목이 마르니, 다시 그 목을 축이러. 그러곤 이번에도, 돌아가서는 여행할 때처럼 살아볼 거야, 라고 다시 다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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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으로의 산책 - 청춘, 오래된 미래를 마주하다
예오름(MAFLY) 지음, 이주연 사진 / 로크미디어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 글로 접하는 것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천지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마주하려 떠나는 데는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슬프고 잔혹한 역사를 직접 마주할 자신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에서든 나의 큰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 우선 저자의 그 결단과 행동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나라의 역사라면 한국 땅에 대부분의 기록이 있을 법 하지만, 
독립운동에 대한 기록들은 외국에 많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일제의 탄압으로 머나먼 타국 땅에서 펼쳐야 했던 독립운동의 흔적을 따라 저자는 중국으로 떠난다. 
임시정부청사, 하얼빈역, 윤동주시인 생가등 우리의 독립운동 역사에 중요한 부분들이 모두 중국의 땅에 남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대부분 중국의 관리하에 있다는 것과 우리 국민들에게도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는 것, 
저자가 통탄하는 만큼 나역시 읽는 내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나는 직접 가보지 못했기에 저자의 행적, 그로 인해 알게 된 역사적 사실과 
지금의 상황에 대해 더 열심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혹독한 고문의 현장이나 비참한 생활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바로 그곳에 내가 있다면 한없이 작고 초라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아등바등 쥐려 했고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사실 정말 보잘것 없는 알량한 이기심과 욕심 이었다는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잠시 멈춰서 그분들과 마주하는 순간, 내가 잊고 지냈고 또 찾고자 했던 것들을 맞딱드리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잊고 있었던 많은 것들을 다시 상기시키고 생각해 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흘이든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떠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포기하는 것이 있어야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삶의 법칙은 어디든 적용된다. 
실망스러울 수도 있고, 생각보다 보잘것없고 형편없을지도 모를 나의 내면과 직면하는 일이 
많이 아플 수도 있겠지만 내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를 돌아보기로 했다. 
다시 삶을 정돈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 안의 수많은 질문과 마주하기로 했다. 










지나간 과거를 되돌아 보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일까?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모두 과거 우리의 역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는 것이 아닌, 지금 당장의 평화만을 위한 것이 아닌 미래의 우리들을 위해 
희생하고 또 싸워 준 그들이 있었다는 것을 잊는다면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가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금 너무나 답답하고 힘든 현실이라 지탄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더한 지옥 같은 시절을 버텨 주고 
이겨내 준 많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조차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쉽사리 잊혀지고 외면되어야 할 일이 아니다. 직접 마주하고 경험하고 느껴야 더 깊이 내 머릿속에 새겨질 것이다. 
부끄럽게도 나도 직접 가보고 느끼지 못했지만 저자가 바라보는 그곳을 향한 시선과 느낌을 나 역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내 안에 들끓는 분노와 아픔, 후회로 인해 날숨은 뜨거웠고, 
우리 조상들의 고결한 숨소리를 담은 그 공간 안에서의 들숨은 뼛속까지 시리도록 스산하고 차가웠다.




그 분들의 고통과 정신을 절대 다 이해하진 못할 것이다. 
분명 지금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며 신세한탄 하지 말라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삶 또한 그리 녹록하진 않다. 
그 어느때보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지금의 청춘들도 못지 않게 힘들고 괴로운 하루하루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그 방향을 정확히 잡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몇이나 될까. 
어느샌가 꿈이란 단어는 잊혀지고 마음속에서 지워진채 사회라는 챗바퀴에 묶이고 갇혀 돌고 도는 청춘들.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할 우리 사회는 어찌 더 많은 장애물만을 그들에게 던져 주고 있는 건지 
나역시 안타까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단 한 번이라도 내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 삶이 더디고 느리더라도 방황하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결국 삶이 올바른 방향을 찾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알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혹독한 시련의 시절을 버텨낼 자신이 있냐고 묻는다면, 난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내 앞에 놓인 현재의 문제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고 볼멘 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그 역사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인식하고 있어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 우리의 역사이다. 비
록 그 터나 흔적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정신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가 분명히 기록하고 또 기억해 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 역사속에 기억된 그분들의 삶에서 어떤 것이든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지금 내 삶의 자리에서 하나씩 나만의 역사를 써 나가는 것. 
그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더 좋은 세상과 미래가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단순한 여행에세이가 아닌, 과거 우리의 힘들었던 시절과 지금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 나가야 할지 
깊은 울림과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시간을 마련해 준 책이었던것 같다. 




어제와 다른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서는 어제와 다른 내가 되어야 한다. 
아름답고 성숙한 내면의 변화가 매일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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