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한국 소설은 거의 읽지 않는 나이기에, 꽤 유명하신 작가님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두 처음 접해본 작가님들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소설은 살면서 읽어 본 것이 
열편이 되지 않을 정도로 선호하지 않았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도 
외국 못지 않게 훌륭한 분들이 분명 많을 것이기에, 문학상을 수상하고 또는 후보에 오른 작품들을 
읽어 볼 기회가 찾아 왔을때 걱정되기도 했지만 또 내심 많은 기대가 되기도 했다. 
실로 오랫만에 읽게 되는 한국 소설...
 


* 웃는 남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이 아닐까? 
분명 이야기는 우울하기도 하고 무겁고 주인공인 d는 웃음을 잃은 남자지만 제목이 웃는 남자라니.. 
자신의 모든 것이라 여기던 dd를 잃은 d의 이야기로 소리에 대한 표현과 비유로 많은 내용이 이루어져 있다.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던 d와 세운상가에서 40년 동안 앰프를 고치며 살아온 여소녀. 
d는 여소녀로 인해 음악이라는 한줄기 빛을 만나며 무의미하던 삶 속에 온갖 잡음으로만 가득차 있던 d에게 
세상이 단지 잡음과 진공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삶의 존재를 잃은 남자의 슬픔과 절망, 고단한 삶을 살아온 힘겨운 인생.. 
그런 암울한 시대를 똑같이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실도 별반 다를바 없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 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어떤 계기로든 언젠가는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 d를 보며 언젠가 내가 맞이하게 될 이별의 순간에 
나의 모습을 한번 그려보며 그래도 살아가야 하기에 그때 보이는 어떤 빛 한줄기에 
다시 희망을 걸고 이겨내야겠단 생각을 가져보기도 했다. 
사실 100% 작가의 생각이나 의도를 파악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시대상과 현실을 
작가의 방식과 시선으로 표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가 없어져도 그를 기억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는 여기 없어도 여기 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냐? 사기를 치지 마라... 인간은 너무도 사물과 같이... 없으면 없어. 
있지 않으면 없고, 없으니 여기 없다...


 

* 이혼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 이혼.
사실 옛날부터 이혼이란 여자에게 너무 불리한 것이기에 우리네 어머니들은 
힘든 부부생활이라도 그냥 버티며 살아오곤 했다. 
남편의 폭력과 외도로 인해 고통스러워도 자식때문에 참고 또 참으며 평생을 살아갔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느리지만 천천히 바뀌어 가며 어느새 우리들에게 익숙해 졌으니 말이다. 
아마 주인공은 평생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머니를 보며 자신은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는 담담하게 이혼의 과정을 그리지만 그 과정 속에서 겪은 수많은 굴곡진 사연들이 느껴지기에 
짧은 단편이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이었다. 
 



눈빛을 흐리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그녀는 뒤늦게 깨달았다. 
스스로가 이혼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 지경까지 어머니가 가바렸다는걸. 
자신의 기분과 감정이 어떤지조차 모르는 지경까지 어머니가버렸다는걸. 



 



* 존엄의 탄생

인간의 존엄이라는 것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인정 받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하면 개에게도 무시 당하는 인생.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지지부진하게라도 살아가야 하지만 그것마저도 힘든 인생. 
눈앞에 보이는 욕망만을 쫓는 개가 오히려 더 행복한 인생처럼 느껴지는건 왜일까?
 



잘난 사람이 되는 건 힘들어. 하지만 못난 걸 인정하는 건 쉬운 거야. 못난 걸 인정하면 적어도 못난 사람은 아니잖아. 내 바람은 그저 못나지 않을 정도로만 사는 거다. 그것도 요즘은 이래 힘이 든다. 




* 평범해진 처제


너를 읽는 건 설레는 일이다.   


누군가가 날위해 저런말을 해준다면? 
그것이 지나간 옛사랑이라면 충분히 다시 두근거릴 수 있을만 하다. 
그로인해 장밋빛으로 물든 마음과 세상.그러나 그것이 날 향한 것이 아니란 것을 느끼는 순간.. 
세상은 다시 그저 평범한 일상이 되버리고 만다.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래도 웬지 모르게 공감가던 이야기였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자. 




* 여름방학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은퇴. 
마음의 준비도 없이 찾아온 인생의 공백을 어떤식으로 다시 채워나가야 할까. 
주인공은 그것을 여름방학이라 생각해 본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고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해가는 시간. 
우리가 여름방학에 그동안 못잤던 늦잠을 자고 한없이 게을러지기도 하는 것처럼. 
주인공은 그렇게 하나 하나 시간을 채워나간다. 
 



나는 오늘이 방학 첫날이라고 생각해보았다. 
나는 맨 바닥에 누웠다. 
여름방학이라고 생각하니 마루에 누워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해야만 할 것 같았다. 
구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름이 하늘에 있다고 상상을 해보았다. 
그만 뒹굴거려. 누군가 내게 그런 잔소리를 해주었으면. 
방학이 끝날 때까지만 이대로 있고 싶어. 나는 투정을 부리는 말투로 말해보았다. 
늦잠을 자던 나를 깨우던 엄마에게 하던 것처럼. 

 






* 최미진은 어디로

굉장히 재밌는 상황이었다. 
누군가 내가 쓴 책에 병맛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다른책을 구매하면 사은품으로 주겠다는 중고거래 사이트의 글을 보게 된다면? 그냥 허허 웃어 넘길 수 있는 대인배가 몇이나 될까. 
악성댓글로 인해 생을 마감하는 이가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면 
악의적인 발언과 모욕도 서슴치 않는다. 그 뒤에 어떤 배경이나 이유가 있을지 깊이 생각하진 않는다. 
자신이 받은만큼 상대에게도 똑같이 돌려주는..그렇기 때문에 남이 나를 헐뜯기 전에 우선 나도 먼저 헐뜯는.. 
결국은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다. 그후의 공허함.. 
하지만 사람들은 오늘도 본인만 당하지는 않는다며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방어한다.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모욕을 당할까 봐 모욕을 먼저 느끼며 모욕을 되돌려주는 삶에 대해서. 
나는 그게 좀 서글프고, 부끄럽다. 




* 개의 밤


서로가 서로를 물어 뜯기 바쁘다.
갑과 을이라는 상황에서 언제나 피해를 받는건 을이겠지만, 
부당한 피해를 수면위로 드러내는 을은 일부에 불과하다.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진실도, 이성도 다 필요 없는 것일뿐. 
누가 누구를 벌하고 누가 누구를 평가할 수 있는 걸까. 
말도 안돼는 논리를 주장하는 사람도, 그것을 지켜보며 동조해 주는 사람도.




우리를 벌하는 건 우리 자신일 뿐이라고.   


 



사실 수상작은 웃는 남자이지만 내가 더 눈길이 갔던건 다른 작품이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 다를테니 그건 당연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단편이기에 짧은 내용에 담긴 함축적인 의미들을 전부 이해할 순 없었다. 
무슨 내용인건지 내가 느낀것과 저자들이 의도한바가 일치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쨋든 나는 나대로의 의미와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만한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손에 한번 더 걸러진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쓴 그대로의 글을 읽고 느끼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다는 생각 또한 들었기에 앞으로는 한국 소설에도 손이 가게 되지 않을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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