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작지만 예쁜 마당이 딸린 집을 짓고 사는것이 꿈이라 이야기 한다면 너무 소박한걸까?
이 넓은 지구에 아직 내가 가진 조그만 땅덩어리 한평도 없는 마당에 마당 딸린 집이라니,
어불성설이라 들릴지 몰라도 꿈은 꿈이니까 마음속에서라도 조금씩 조금씩 구상해 보기도 하고 혼자만의 아이디어를 내보기도 한다.
지금 당장 실현 가능성은 없어도 언젠가는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단지 희망사항이 될지 몰라도..
내가 평생 살아온 곳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터를 잡는다는 것. 말이 쉽지 직접 겪어보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태어나 19살까지 살던곳에서 머나먼 타지로 올라와 지금까지 살고 있는지라 그 힘듦을 잘 알고 있다.
같은 한국인데도 물가차이, 사투리와 표준말, 음식, 그리고 외로움.. 처음 적응하던 시간은 향수병이 극에 달했었다.
아마 외국이라면 더 힘들겠지.. 새로 살아야 할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은 가장 큰 문제이다.
내 몸 하나 뉘일 자리 마련하는 것도 힘든데 그곳에서 직접 집을 짓기로 했다면?
낭만도 로망도 좋지만 우선은 힘들것이라는건 자명해 보인다.
저자는 제주도에서 100년이 된 오래된 집을, 그것도 직접 손수 공사하여 살고자 한다.
무모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멋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집을 직접 지은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첫 신혼집이 굉장히 낡은 아파트였고 꽤 오랫동안 비어있던 집이었기에 젊은날의 패기로 셀프 인테리어를 해 본 적이 있다. 직접 페인트를 바르며 드는 생각은 '다신 하지 말아야지.'
물론 결과물은 직접 했다는 뿌듯함이 더해져 만족스러웠지만 그 집에 누워 천장을 볼때마다
천장을 페인트로 바를때의 고통이 고스란히 떠오르곤 했다.
우리는 이 공사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얻고, 배워갔다.
단순히 집을 짓거나 고치는 기술뿐만이 아니다.
우리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작은 것들의 가치를 배우고 있었다.
요즘 제주도에는 육지 사람들이 많이 내려가 터를 잡고 있기에 제주도의 전통적인 집보다는 신식으로 지어진 집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 한다. 새로운 터전에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꿈꿔오던 집을 새로 짓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100년이 된, 그 터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던 오래된 집을 부수지 않고 그 집에서 다시 살아가고자 한다.
100년이나 된 집이라면 굉장히 낡았을 것이고 이미 집이 노후되어 모두 철거해야 할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 집의 기본 틀인 나무기둥, 서까래는 생각보다 훨씬 더 튼튼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지금이야 너무나 다양하고 훌륭하게 나오는 많은 자재들이 있지만 단지 나무로 된 것들이
썩거나 낡지 않고 견고하게 남아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집을 고쳐서 새롭게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사람을 쓰지 않고 두사람이 직접 모든것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철거부터 보일러 시공이나 화장실, 정원, 싱크대 심지어 화덕오븐까지
두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로 집의 시작과 끝에 모두 두사람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면 분명 더 쉽고 편하게 완성할 수 있었겠지만
그들이 일로써 임하는 공사에 두사람처럼 많은 정성과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을 순 없을 것이다.
힘들지만 내가 살곳이기에 사포 한번이라도 더 문지르고 페인트도 한번이라도 더 바르며 정성을 들일 수 있기에
결과물 또한 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연은 우리 생각처럼 그리 가볍거나, 약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콘크리트나 다른 재료들보다도 훨씬 더 강하고, 견고하고, 따뜻하고, 인내심이 있는 것이
바로 자연에서 온 것들이다. 흙이나 돌, 그리고 나무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이것이 바로 100년 된 집에서 발견한 나무가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이다.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고 편리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생활 하는 것이 로망이란 사람도 있고
잘 적응해 사는 사람도 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사람도 많다.
시골의 한적함과 고요함에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깊은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시골이 가진 장점을 아주 잘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 무엇보다 흙과 가까운 삶이 가장 부럽다.
자연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환경보호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는 모습에서 그들이 왜 제주도 시골 마을에 정착해 잘 살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시골에 산다는 것은 이런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내 손으로 무언가 뚝딱뚝딱 만들 수 있다는 것.
멋지거나 근사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도 못났다고 타박하지 않는다.
직접 땀 흘리고, 손에 흙먼지 묻히며 해볼 수 있다는 것. 살
아볼 수 있는 삶. 이것이 나와 J가 시골에 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제주도에 살며 작은 마당이 딸린 아기자기한 시골 집에서 여행객들을 만나며 살아가는 것.
누구나 꿈꾸는 삶이지만 쉽게 이룰 수 있는 삶은 아니다. 떠나기를 결심 하는 것부터 큰 용기가 필요하다.
아기자기한 예쁜집이 그냥 얻어 지는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연인, 부부라도 정착하기까지 수많은 다툼과 고난이 있을 것이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도 힘들고 지쳤을땐 더 크게 받아들여지니 말이다.
더 쉽고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도 많지만 저자는 옛집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보존하려 노력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실천하려 한다.
무조건 새로 짓고 새 물건을 사는 것 보다 오랜시간을 버텨낸 물건들의 진가를 알아 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것. 100년이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물건, 집을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가며 자연과 더욱 가까워지는 삶을 사는 것.
어쩌면 우리는 언젠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그 자연과 벗삼아 산다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저자가 집을 대하는 자세와 자연을 대하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나도 언젠가는 나의 소망과 꿈을 담은 집을 꼭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따뜻한 책이었던 것 같다.
삶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는 미묘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직
접 살아보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는 것. 마냥 걱정만 하며 넋 놓고 흘려보내기에는 삶은 너무도 빠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