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으로의 산책 - 청춘, 오래된 미래를 마주하다
예오름(MAFLY) 지음, 이주연 사진 / 로크미디어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 글로 접하는 것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은 천지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마주하려 떠나는 데는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슬프고 잔혹한 역사를 직접 마주할 자신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에서든 나의 큰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 우선 저자의 그 결단과 행동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나라의 역사라면 한국 땅에 대부분의 기록이 있을 법 하지만, 
독립운동에 대한 기록들은 외국에 많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일제의 탄압으로 머나먼 타국 땅에서 펼쳐야 했던 독립운동의 흔적을 따라 저자는 중국으로 떠난다. 
임시정부청사, 하얼빈역, 윤동주시인 생가등 우리의 독립운동 역사에 중요한 부분들이 모두 중국의 땅에 남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대부분 중국의 관리하에 있다는 것과 우리 국민들에게도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는 것, 
저자가 통탄하는 만큼 나역시 읽는 내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나는 직접 가보지 못했기에 저자의 행적, 그로 인해 알게 된 역사적 사실과 
지금의 상황에 대해 더 열심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혹독한 고문의 현장이나 비참한 생활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바로 그곳에 내가 있다면 한없이 작고 초라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아등바등 쥐려 했고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사실 정말 보잘것 없는 알량한 이기심과 욕심 이었다는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잠시 멈춰서 그분들과 마주하는 순간, 내가 잊고 지냈고 또 찾고자 했던 것들을 맞딱드리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잊고 있었던 많은 것들을 다시 상기시키고 생각해 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흘이든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떠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포기하는 것이 있어야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삶의 법칙은 어디든 적용된다. 
실망스러울 수도 있고, 생각보다 보잘것없고 형편없을지도 모를 나의 내면과 직면하는 일이 
많이 아플 수도 있겠지만 내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를 돌아보기로 했다. 
다시 삶을 정돈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 안의 수많은 질문과 마주하기로 했다. 










지나간 과거를 되돌아 보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일까?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모두 과거 우리의 역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는 것이 아닌, 지금 당장의 평화만을 위한 것이 아닌 미래의 우리들을 위해 
희생하고 또 싸워 준 그들이 있었다는 것을 잊는다면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가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금 너무나 답답하고 힘든 현실이라 지탄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더한 지옥 같은 시절을 버텨 주고 
이겨내 준 많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조차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쉽사리 잊혀지고 외면되어야 할 일이 아니다. 직접 마주하고 경험하고 느껴야 더 깊이 내 머릿속에 새겨질 것이다. 
부끄럽게도 나도 직접 가보고 느끼지 못했지만 저자가 바라보는 그곳을 향한 시선과 느낌을 나 역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내 안에 들끓는 분노와 아픔, 후회로 인해 날숨은 뜨거웠고, 
우리 조상들의 고결한 숨소리를 담은 그 공간 안에서의 들숨은 뼛속까지 시리도록 스산하고 차가웠다.




그 분들의 고통과 정신을 절대 다 이해하진 못할 것이다. 
분명 지금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며 신세한탄 하지 말라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삶 또한 그리 녹록하진 않다. 
그 어느때보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지금의 청춘들도 못지 않게 힘들고 괴로운 하루하루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그 방향을 정확히 잡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몇이나 될까. 
어느샌가 꿈이란 단어는 잊혀지고 마음속에서 지워진채 사회라는 챗바퀴에 묶이고 갇혀 돌고 도는 청춘들.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할 우리 사회는 어찌 더 많은 장애물만을 그들에게 던져 주고 있는 건지 
나역시 안타까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단 한 번이라도 내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 삶이 더디고 느리더라도 방황하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결국 삶이 올바른 방향을 찾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알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혹독한 시련의 시절을 버텨낼 자신이 있냐고 묻는다면, 난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내 앞에 놓인 현재의 문제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고 볼멘 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그 역사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인식하고 있어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 우리의 역사이다. 비
록 그 터나 흔적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정신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가 분명히 기록하고 또 기억해 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 역사속에 기억된 그분들의 삶에서 어떤 것이든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지금 내 삶의 자리에서 하나씩 나만의 역사를 써 나가는 것. 
그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더 좋은 세상과 미래가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단순한 여행에세이가 아닌, 과거 우리의 힘들었던 시절과 지금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 나가야 할지 
깊은 울림과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시간을 마련해 준 책이었던것 같다. 




어제와 다른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서는 어제와 다른 내가 되어야 한다. 
아름답고 성숙한 내면의 변화가 매일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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