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키퍼스 와이프
다이앤 애커먼 지음, 강혜정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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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대의 동물원은 동물들의 입장에서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생명의 일원이라는 생각 하에 좀더 동물들이 중심이 되는 동물원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야생의 동물을 가둬 두고 눈요기로 삼는다는 비난도, 동물원이 아니면 그 어디에서도 실제 동물들을 볼 수 없다는 옹호도 어느쪽으로 기울 수 없는 복잡한 존재가 동물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 옛날, 동물들의 권리나 생명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던 시절이지만 동물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지극히 보살피는 동물원의 원장인 얀과 그의 아내 안토니나가 있었다. 그들은 동물원 안의 빌라에 지내며 동물원을 꾸려 나갔고 그곳은 숲 가까이에서 희귀종과 멸종위기의 동물들이 보존되고 있는 폴란드의 바르샤바 동물원이다. 폴란드 사람들뿐만 아니라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숲과 동물원이었고 특히 안토니나는 동물들과 깊이 교감하며 친숙해지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미를 잃은 새끼나 아픈 동물들과 같이 특별히 관리가 필요한 동물들을 집안에서 돌보며 평화로운 생활을 하던 중, 독일 나치에 의해 바르샤바가 점령되는 과정에 동물원은 파괴되고 동물들도 모두 흩어지게 되며 나치의 유대인종학살 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유대인들이 죽음을 당하는 공포의 시대를 살아가게 된다. 그런중에도 얀과 안토니나는 그런 독일군을 피해 숨어지내는 유대인들을 도와주고 자신들의 빌라에 은신처를 마련하며 게토에 고립된 수많은 유대인들을 도피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당시 유대인을 도와주거나 묵인하는 것 만으로도 즉시 사살되었지만 그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그들을 도왔고 또 그들을 살려냈다. 



이곳에 야생의 자연, 그 사납고 아름다운 괴물이 살고 있었다. 우리 안에서 사람들과 벗하면서.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과 독일인들의 잔인한 행태와 그 시절을 살아갔던 유대인과 폴란드인들의 참담한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무 잘못 없이 그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과 자신들의 재미와 희열을 위해 동물들을 죽이는 말도 안돼는 독일인의 행동에서 우리나라가 겪었던 식민지 시절 일제의 악행이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지배를 받으며 수많은 고초을 겪었고 독립투사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과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독립을 겪었기에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것이지 않을까. 



친위대는 고유한 생명체로서 동물들의 존엄성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원초적 공포나 고통을 가진 존재라는 점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자극만 좇는 포르노그래피와 다를 바 없었다. 여기서는 살육이 가져다주는 순간의 스릴이 생명체의 목숨보다 중대했다. 




안토니나가 남긴 기록과 인터뷰를 통해 쓰여진 이 책은 동물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그에 대한 방대한 지식들에 놀라기도 하고, 저자가 전쟁 당시의 상황을 직접 겪은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진 이야기에서 폭탄이 터지는 전쟁통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때의 상황과 감정을 글로 기록하고 사람의 목숨도 부지하기 힘든 시기에 동물들까지 함께 돌보며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말도 안돼는 상황에서도 안토니나는 행복을 느끼고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사람들에게도, 또 동물들에게도 그것이 오롯이 전해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잔인한 현실 앞에서 무력해지는 건 사람이든 동물이든 다를바 없을 것이다. 무자비하게 날아오는 총알과 폭탄 앞에서 사람과 동물은 그저 연약한 한 생명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황에서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동물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희생할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것이 아닐 것이다. 동물원에 가둬진 채 야생성을 잃어가는 동물들이 불쌍하다고 느껴지고 돈벌이 수단으로 전략해 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 옛날 폴란드의 한 동물원에서는 그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로 인해 많은 동물과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하고 가져야 할 생명의 소중함이나 동물과의 공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 준 책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모든 순간이 위대하다고 배웠다. 매순간이 단 한 번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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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GO뭉치 - 우리가 힙합이다! 4GO뭉치 1
J1(제이원)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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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글로 표현하거나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풀어 나간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음악, 특히 그중에서도 힙합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쇼미더머니를 보면 우리나라에 랩을 하는 사람과 랩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몸소 느낄 수 있다. 차별받던 흑인들의 울분과 저항의 메세지로 시작된 힙합이 이제 한국이라는 나라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하나의 장르로 인기를 끌고 있으니 힙합의 매력이란 과연 어떤 것이길래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게 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청년들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힙합이 초등학생 아이들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면 놀라운 일일까? 여기 사고뭉치라는 어찌보면 귀여운 이름의 힙합 크루가 있다. 매번 한눈을 팔아서 엄마에게 잔소리 듣는 힙합소녀 한눈팔기, 어떤 소리도 비트박스로 승화하는 박치기, 한때 말을 더듬었지만 랩을 할때는 유창하고 라임있는 랩을 하는 말더듬이, 외모는 모범생이지만 그안엔 반항심이 가득한 아이씨. 각자 잘하는 것도 각자의 개성도 다 다르지만 힙합이라는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인 네 친구들은 어른들에 대한 반항이나 본인들의 관점에서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멋진 랩을 만들고 비트를 만들며 자신들만의 힙합 세계에 푹 빠져 지낸다. 



발 없는 말은 천 리를 가고
랩이 된 내 말은 인기를 누려

어른들의 눈에 힙합이란 아직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껄렁해 보이는 랩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른이 되어보니 어린시절 내가 걱정하고 또 중요시 여기던 것들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땐 왜 그렇게 작은 것에 집착하고 또 예민하게 굴었을까 되돌아보면 그당시 부모님이나 어른들의 시각에선 이해되지 않았을 행동들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전부 어른이 되어보니 깨달은 것일뿐, 그당시의 나에겐 친구와의 다툼이나 학교성적등이 세상의 종말보다 더 심각하고 커다란 문제로 느껴졌으니까. 초등학생이라고 고민이나 걱정이 없이 그저 밝고 해맑은 것은 아니다. 각자가 가진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도 하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 어른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사고뭉치 4명의 친구들을 통해 지금 아이들의 생각과 아이들만의 표현 방법에 대해, 나도 다 겪었지만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린시절의 일들이 생각나기도 하며 아이들이 풀어 놓은 랩의 가사들이 마음에 쏙쏙 와닿기도 했다. 



아이씨와 박치기 둘 다 똑같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재능이 있는 것인데 아이씨는 어른들에게 훌륭하다는 칭찬을 받고 박치기는 한심하다는 취급을 받는다. 정말 말도 안 되지만 그게 현실이다. 

아이들의 말이라고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어른들도 많다. 어른들의 눈엔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기에 아이들의 진짜 마음을 읽어주지 못하는 겅우가 많기 때문에 그로인해 마음을 닫아 버리는 아이들이 많다. 또 막상 이야기 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힙합과 랩이라는 표현의 방법이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힙합이 가진 저항의 이미지가 어른들에게 반항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속 이야기들을 이끌어 내기에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것 같기 때문이다. 직접 가사를 쓰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볼 수도 있고 라임을 맞춰가며 쓴 가사는 성취감도 느끼게 해줄 수 있을것 같다. 


나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가 하는 모든 말들에 귀 기울이고 들어주진 못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분명 나 역시 겪었던 어린시절이고 똑같이 했던 고민들이며 생각들인데 어째서 어른이 되어서는 모두 잊고 그렇게 싫어했던 어른들의 행동을 그대로 하게 되는건지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해주는 부모가 되자고 다짐했던 것들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지금의 내 모습을 반성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부모의 소유라 생각하며 컨트롤 하는것이 아닌 각자 한명의 인격체로 여기며 본인의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아이들이 바라는 자신의 인생이 아닐까. 부모가 시키는대로 정해지는 인생을 살아가는 꼭두각시 같은 아이들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힙합정신을 가진 아이로 살아가게 해주는 것이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언제까지나 부모님의 눈치를 볼 수는 없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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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의 바다 - 신아연 생명소설
신아연 지음 / 책과나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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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원에서 보았던 물개쇼와 돌고래쇼는 어렸을적 신기하고도 재밌는 볼거리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동물원을 찾았을땐 그 쇼들이 너무나 불편하게 느껴졌다. 본능을 억제당한채 사람들의 눈요기가 되어 평생 갇혀 지내야 하는 동물들의 불행한 삶을 알게 되었기에 더이상 동물원이라는 곳도, 동물쇼도 어린시절의 즐거움을 간직한 곳은 아니다.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동물들도 괴롭겠지만, 자연에서 살아오다 동물원이란 감옥에 갇힌 동물들의 마음은 어떨까? 호주 골드코스트의 씨월드 동물원에서 쇼를 하는 강치 명이는 원래 독도에서 살았지만 잔인한 일본인들의 강치 학살로 인해 가족이 몰살당하고 가까스레 목숨을 건진 오빠의 친구인 자연과 함께 머나먼 길을 떠나다 호주 사람들에게 구조되어 동물원으로 오게 된다. 그곳에서 자연과 명이는 새끼인 생명을 낳게 되고 아빠인 자연은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된다. 항상 생명을 독도로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던 자연이기에 명이는 자연이 죽고 난 후 생명을 독도의 바다로 다시 돌려보내고자 한다. 



명이 앞으로 흘러드는 바닷물은 이제 온통 붉다. 무슨 연유인지 하늘이 붉은 눈물을 흘리고, 바다가 큰 그릇이 되어 그 눈물을 담아내고 있는 거라고 명이는 생각한다. 

동물들의 시점으로 쓰인 이 소설은 너무나 잔혹한 우리의 한 역사의 일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도를 자신들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독도의 주인이었던 강치들을 잔인하게 학살한 이야기는 소설이 아닌 실화다. 특히 이 소설에서도 학살의 현장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인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부끄럽고 치가 떨릴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리 동물이라 하더라도 우리와 다를바 없는 소중한 생명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모습은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생각날 정도였다. 사람들의 이기심에 가족들과 이웃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던 어린 명이와 자연의 트라우마가 어느정도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동물원에는 강치들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동물들도 있다. 명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들로 인해 부모를 잃은 원숭이 그냥, 일본인들의 무지비한 포획으로 부모를 잃은 혹등고래 은근등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나이든 부모들은 죽임을 당하며 산채로 가죽이 벗겨지고 어린 새끼나 젊은 동물들은 동물원에 팔아 넘기는 사람들로 인해 사람에 대한 분노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아마 당연할지도 모른다. 정작 동물들은 절대 자신이 먹어야 하는 그 이상의 사냥은 하지 않고 절대 재미로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기에 사람들의 이유 없는 학살은 그들에겐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함께 공존하는 것, 그것이 당연한 세상의 이치지만 그것을 거스르는 탐욕스러운 동물은 사람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단다. 그 때를 잘 따르는 것이 잘 사는 길이며, 때를 따아 움직인다는 의미는 살아갈 길도 함께 열 수 있다는 의미라고 엄마는 믿어. 



일본인들의 잔인한 침탈의 역사는 비단 강치뿐만이 아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나 하시마섬의 강제 징용등 그들이 행한 악행의 피해자들은 모두 선량한 시민들이다.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딸이었을 그분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행위는 그 어떤 진심어린 사과로도 용서하고 싶지 않지만 그들은 사과는 커녕 은폐하고 심지어 조작하려하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강치 역시 일본 다케시마의 상징으로 바꾸려 했다니 정말 그들의 이기심과 욕심이 끝이 없다는걸 느낀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종족 멸종의 위기를 겪으며 우리곁에서 사라져 갔던 강치들. 비록 실제 우리나라에선 멸종되고 말았지만 소설속 독도 강치의 후손인 생명이가 독도 바다를 향해 돌아갔던 것처럼 우리의 섬 독도의 진짜 주인인 강치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명이는 강치다. 아시아의 동쪽, 작지만 정갈한 반도의 나라, 그리고도 또 동쪽 끝의 의연한, 그러나 아름답고 작은 두 개의 돌섬, 대한민국 독도의 주인, 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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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애송이 1
진아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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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동네 대여점에서 새로 나온 만화책 신간을 누구보다 먼저 빌려보려 애썼던 기억과 책방 골목에 가 모으고 모은 돈으로 갖고 싶던 단행본을 손에 넣으며 행복했던 기억, 청소년기엔 참 만화책을 많이 봤더랬다. 너무나 애정했던 작품들은 일본판으로 구매해 소장하기도 했으니 정말 만화를 좋아했던 소녀였었다. 


요즘 아이들은 만화책의 개념보다는 웹툰이라는 개념으로 만화를 생각하는 시대이고 옛날 어른들이 만화를 유해하다 생각했다면 요즘은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가 웹툰이라는 통로로 만화를 접하고 있다. 우리 남편만해도 아침에 눈 뜨면 그날 올라온 웹툰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니 가깝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커다란 콘텐츠가 된 셈이다. 나역시 좋아하는 웹툰 작가가 있고 연재를 시작하면 꼭 챙겨보는 편이다. 스토리가 있는 장편이나 연재물보단 소소한 일상을 재밌고 또 귀엽게 그린 일상툰을 더 좋아한다. 그렇기에 괜찮아 애송이는 이미 예전부터 챙겨보던 웹툰이기에 단행본으로 나왔을때 주저없이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 당연했다. 

 


스스로를 대왕오징어라 칭하며 솔로 생활중인 웹툰작가 애송이와 재미있는 캐릭터의 가족들과 친구들, 동료들의 에피소드가 가득한 발랄한 일상툰이다. 30세가 되며 노처녀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엄마에게 시집가란 잔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즐거운 일상을 공유한다. 결혼하지 않은 혼자인 솔로 2~30대 여성이라면 격하게 공감하며 깔깔 웃을 수 있는 웹툰이다. 
 

하지만 일상의 즐거움 외에도 그 나이에 가질 수 있는 고민과 걱정거리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눈물 찔끔 날 정도로 마음속에 훅 하며 새겨지기도 한다. 그런걸 보면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구나, 나만의 고민이 아니구나하며 위안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야밤에 창피했던 순간이나 잊고 싶은 순간을 떠올리며 이불킥하는 경험을 해본적 있을것이기에 애송이가 솔직하고도 유쾌하게 보여주는 일상의 이야기들이 더욱더 공감이 되는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그럼 일상툰을 왜 보냐며 좀더 작품성 있고 스토리가 멋진 웹툰을 추천해 주기도 하지만 난 소소하지만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있는 일상툰이 너무 좋다. 아기자기 귀여운 그림들이 소녀감성을 불러 일으켜 주는 것도 좋고 그 시대 유행하는 단어나 이야기, 문화가 녹아들어 있어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것도 좋다. 특히 그런 일상툰에서 가끔 묵직한 이야기들이 나올때면 더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하기에 괜찮아 애송이는 나에게 특화된 웹툰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예전부터 찾아 가며 시간 맞춰 가며 봐왔던게 아닐까 싶다. 스마트폰으로 휙휙 넘겨가며 읽었을 때와 다시 책으로 읽게 되었을때의 느낌도 많이 다른것 같다. 만화속에 나오는 웹툰 작가의 일상처럼 별거 아닌 것 같은 짧은 웹툰을 그리기 위해 몇일 밤을 새고 아이디어를 짜 냈을 작가들의 고생이 느껴지는 알찬 단행본이었고 난 아마 앞으로도 계속 괜찮아 애송이의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올라오길 기다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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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살아남기 - 우리가 몰랐던 신기한 전쟁의 과학
메리 로취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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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나 위압감을 비록 내가 직접 겪어 보진 못했으나 어쨋든 전쟁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비명과 절규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전쟁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도 안타깝지만 그런 전쟁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의 고통도 그에 못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전쟁이라는건 우리 세대에겐 멀고도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분단되어 휴전 상태인 한반도에 사는 우리지만 직접 겪어 보지 못한 우리에겐 실감이 나진 않는다. 그런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쟁의 과학이라니 북한과 미국이 강경한 입장으로 서로를 끊임없이 비난하고 자극하며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시기에 한번쯤은 읽어 보면 어떤식으로든 도움이 될것만 같은 기분이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것이 필요하며 무엇이 중요한 걸까. 또 그것을 위해 국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항들은 무엇일까. 그런 것들에 대한, 특히 군대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접하기도 힘들뿐더러 여자들에겐 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군인들이 어떤 소재의 옷을 입는지 전시 상황을 대비해 어떤 훈련을 받는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겐 중요한 관심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에겐 과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쟁과 군대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집필하게 만들었나 보다. 전쟁을 대비해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일들을 하고 있고 또 얼마나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는지, 그리고 이때까지의 전쟁에서 생긴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다 담겨있다. 그런쪽에선 문외한인 나에겐 낯선 단어도 낯선 이야기들도 너무 많았고 잔인하고 징그럽고 더럽기도 한 상황들을 접하며 인상 찌푸려진 경우도 많지만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곳곳에 드러나며 전쟁과 관련된 참혹함과 잔인함을 조금은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시람들은 군사 과학이라고 하면 전략과 무기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전투를 벌이고 폭탄을 터뜨리고 진군하는 광경을 떠올린다. 나는 그런 소재들은 회고록 작가와 역사가에게 넘기련다. 나는 어느 누구도 영화로 만들지 않을 측면들이 관심이 있다. 즉 죽이는 쪽이 아니라 목숨을 지키는 일과 관련된 쪽이다. 




하지만 사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쟁의 과학이라지만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 많은 실험이나 과학적 사실들을 충분히 기술한 책은 아니다. 저자 역시 그 분야에 관한 전문가도 아닐 뿐더러 그런 개발이 이루어지는 기지나 센터에 잠시 들러 본인이 체험한 그 상황에 대해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그런 체험에 과학적 지식 조금, 현장 개발자의 인터뷰와 과거 전쟁에서의 경험에 대한 군인들의 인터뷰, 그리고 저자의 주관적 생각이나 유머가 포함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전쟁 과학 체험기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실질적인 과학적 서술이나 분석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나처럼 가볍게 접해보고 얕게 건드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유익하게 읽을 수 있을 책이다. 


항상 전쟁의 위협에 놓여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우리지만 사실 진짜 전쟁이 일어날 것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건 잘못된 생각일까.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며 밤에 걱정 없이 잘 수 있는건 밤낮없이 지켜주는 군인들과 그 군인들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사실 이 책에 나와 같은 일반 시민들이 전쟁에서 살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군인들의 청력손실을 위한 귀마개에 대한 이야기, 전쟁에서 신체의 일부를 잃은 군인들을 위한 재건 수술과 탱크에 탄 병사들의 안전을 위해 시체를 가져와 실험하는 것, 또는 폭탄이 터지는 상황에서 돼지나 염소들을 폭탄이 터지는 현장에 병사들 대신 두어 그 결과로 진행하는 연구등 일반 시민들을 위한 상황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하지만 전쟁이 발생하면 가장 최전선에서 우리 시민들을 지켜줄 군인들을 더 강하고 더 안전하게 지켜줄 방법들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기에 그 기술이 이렇게나 발전했고 또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기에 우리 역시 조금더 안전해지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언제 일어날지도,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전쟁에 그렇게나 많은 돈과 시간과 인력이 동원된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어쨋든 무고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수 있는 전쟁은 일어났을때를 가정해 대비하기 보다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더 많은 노력이 기울여지길 바래본다. 



영웅적 행위가 반드시 열띤 찬양을 받으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작은 승리와 너그러운 마음이 역사의 경로를 바꾼다. 때로는 닭이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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