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의 바다 - 신아연 생명소설
신아연 지음 / 책과나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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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원에서 보았던 물개쇼와 돌고래쇼는 어렸을적 신기하고도 재밌는 볼거리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동물원을 찾았을땐 그 쇼들이 너무나 불편하게 느껴졌다. 본능을 억제당한채 사람들의 눈요기가 되어 평생 갇혀 지내야 하는 동물들의 불행한 삶을 알게 되었기에 더이상 동물원이라는 곳도, 동물쇼도 어린시절의 즐거움을 간직한 곳은 아니다.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동물들도 괴롭겠지만, 자연에서 살아오다 동물원이란 감옥에 갇힌 동물들의 마음은 어떨까? 호주 골드코스트의 씨월드 동물원에서 쇼를 하는 강치 명이는 원래 독도에서 살았지만 잔인한 일본인들의 강치 학살로 인해 가족이 몰살당하고 가까스레 목숨을 건진 오빠의 친구인 자연과 함께 머나먼 길을 떠나다 호주 사람들에게 구조되어 동물원으로 오게 된다. 그곳에서 자연과 명이는 새끼인 생명을 낳게 되고 아빠인 자연은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된다. 항상 생명을 독도로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던 자연이기에 명이는 자연이 죽고 난 후 생명을 독도의 바다로 다시 돌려보내고자 한다. 



명이 앞으로 흘러드는 바닷물은 이제 온통 붉다. 무슨 연유인지 하늘이 붉은 눈물을 흘리고, 바다가 큰 그릇이 되어 그 눈물을 담아내고 있는 거라고 명이는 생각한다. 

동물들의 시점으로 쓰인 이 소설은 너무나 잔혹한 우리의 한 역사의 일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독도를 자신들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독도의 주인이었던 강치들을 잔인하게 학살한 이야기는 소설이 아닌 실화다. 특히 이 소설에서도 학살의 현장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인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부끄럽고 치가 떨릴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리 동물이라 하더라도 우리와 다를바 없는 소중한 생명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모습은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생각날 정도였다. 사람들의 이기심에 가족들과 이웃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던 어린 명이와 자연의 트라우마가 어느정도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동물원에는 강치들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동물들도 있다. 명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들로 인해 부모를 잃은 원숭이 그냥, 일본인들의 무지비한 포획으로 부모를 잃은 혹등고래 은근등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나이든 부모들은 죽임을 당하며 산채로 가죽이 벗겨지고 어린 새끼나 젊은 동물들은 동물원에 팔아 넘기는 사람들로 인해 사람에 대한 분노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아마 당연할지도 모른다. 정작 동물들은 절대 자신이 먹어야 하는 그 이상의 사냥은 하지 않고 절대 재미로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기에 사람들의 이유 없는 학살은 그들에겐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함께 공존하는 것, 그것이 당연한 세상의 이치지만 그것을 거스르는 탐욕스러운 동물은 사람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단다. 그 때를 잘 따르는 것이 잘 사는 길이며, 때를 따아 움직인다는 의미는 살아갈 길도 함께 열 수 있다는 의미라고 엄마는 믿어. 



일본인들의 잔인한 침탈의 역사는 비단 강치뿐만이 아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나 하시마섬의 강제 징용등 그들이 행한 악행의 피해자들은 모두 선량한 시민들이다.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딸이었을 그분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행위는 그 어떤 진심어린 사과로도 용서하고 싶지 않지만 그들은 사과는 커녕 은폐하고 심지어 조작하려하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강치 역시 일본 다케시마의 상징으로 바꾸려 했다니 정말 그들의 이기심과 욕심이 끝이 없다는걸 느낀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종족 멸종의 위기를 겪으며 우리곁에서 사라져 갔던 강치들. 비록 실제 우리나라에선 멸종되고 말았지만 소설속 독도 강치의 후손인 생명이가 독도 바다를 향해 돌아갔던 것처럼 우리의 섬 독도의 진짜 주인인 강치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명이는 강치다. 아시아의 동쪽, 작지만 정갈한 반도의 나라, 그리고도 또 동쪽 끝의 의연한, 그러나 아름답고 작은 두 개의 돌섬, 대한민국 독도의 주인, 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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