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살아남기 - 우리가 몰랐던 신기한 전쟁의 과학
메리 로취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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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나 위압감을 비록 내가 직접 겪어 보진 못했으나 어쨋든 전쟁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비명과 절규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전쟁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도 안타깝지만 그런 전쟁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의 고통도 그에 못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전쟁이라는건 우리 세대에겐 멀고도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분단되어 휴전 상태인 한반도에 사는 우리지만 직접 겪어 보지 못한 우리에겐 실감이 나진 않는다. 그런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쟁의 과학이라니 북한과 미국이 강경한 입장으로 서로를 끊임없이 비난하고 자극하며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시기에 한번쯤은 읽어 보면 어떤식으로든 도움이 될것만 같은 기분이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것이 필요하며 무엇이 중요한 걸까. 또 그것을 위해 국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항들은 무엇일까. 그런 것들에 대한, 특히 군대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접하기도 힘들뿐더러 여자들에겐 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군인들이 어떤 소재의 옷을 입는지 전시 상황을 대비해 어떤 훈련을 받는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겐 중요한 관심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에겐 과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쟁과 군대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집필하게 만들었나 보다. 전쟁을 대비해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일들을 하고 있고 또 얼마나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는지, 그리고 이때까지의 전쟁에서 생긴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다 담겨있다. 그런쪽에선 문외한인 나에겐 낯선 단어도 낯선 이야기들도 너무 많았고 잔인하고 징그럽고 더럽기도 한 상황들을 접하며 인상 찌푸려진 경우도 많지만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곳곳에 드러나며 전쟁과 관련된 참혹함과 잔인함을 조금은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시람들은 군사 과학이라고 하면 전략과 무기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전투를 벌이고 폭탄을 터뜨리고 진군하는 광경을 떠올린다. 나는 그런 소재들은 회고록 작가와 역사가에게 넘기련다. 나는 어느 누구도 영화로 만들지 않을 측면들이 관심이 있다. 즉 죽이는 쪽이 아니라 목숨을 지키는 일과 관련된 쪽이다. 




하지만 사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쟁의 과학이라지만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 많은 실험이나 과학적 사실들을 충분히 기술한 책은 아니다. 저자 역시 그 분야에 관한 전문가도 아닐 뿐더러 그런 개발이 이루어지는 기지나 센터에 잠시 들러 본인이 체험한 그 상황에 대해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그런 체험에 과학적 지식 조금, 현장 개발자의 인터뷰와 과거 전쟁에서의 경험에 대한 군인들의 인터뷰, 그리고 저자의 주관적 생각이나 유머가 포함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전쟁 과학 체험기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실질적인 과학적 서술이나 분석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나처럼 가볍게 접해보고 얕게 건드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유익하게 읽을 수 있을 책이다. 


항상 전쟁의 위협에 놓여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우리지만 사실 진짜 전쟁이 일어날 것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건 잘못된 생각일까.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며 밤에 걱정 없이 잘 수 있는건 밤낮없이 지켜주는 군인들과 그 군인들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사실 이 책에 나와 같은 일반 시민들이 전쟁에서 살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군인들의 청력손실을 위한 귀마개에 대한 이야기, 전쟁에서 신체의 일부를 잃은 군인들을 위한 재건 수술과 탱크에 탄 병사들의 안전을 위해 시체를 가져와 실험하는 것, 또는 폭탄이 터지는 상황에서 돼지나 염소들을 폭탄이 터지는 현장에 병사들 대신 두어 그 결과로 진행하는 연구등 일반 시민들을 위한 상황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하지만 전쟁이 발생하면 가장 최전선에서 우리 시민들을 지켜줄 군인들을 더 강하고 더 안전하게 지켜줄 방법들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기에 그 기술이 이렇게나 발전했고 또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기에 우리 역시 조금더 안전해지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언제 일어날지도,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전쟁에 그렇게나 많은 돈과 시간과 인력이 동원된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어쨋든 무고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수 있는 전쟁은 일어났을때를 가정해 대비하기 보다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더 많은 노력이 기울여지길 바래본다. 



영웅적 행위가 반드시 열띤 찬양을 받으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작은 승리와 너그러운 마음이 역사의 경로를 바꾼다. 때로는 닭이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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