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부터 정리하라 -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사소한 일들
윌리엄 H. 맥레이븐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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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역경과 고난을 단 한번도 겪지 않는 순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람마다 강도는 다를지라도 본인의 인생에 있어 큰 고비가 한번쯤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닥쳐왔을 때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자 한다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혼란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어찌 바로 평정을 찾을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평소에 책이든 영화든 무엇이든 그런 상황을 끝없이 되뇌어 보고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고 또 그런 상황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미리미리 마음속에 용기와 의지를 쌓아두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 그런 이야기들은 대부분 비슷하기도 하고 화려한 수식어에 넘어가 펼친 책은 진부한 표현과 익숙한 교훈들로 가득하기에 실망한 적도 많다. 그래서 그런 자기계발서는 왠만하면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 마련인데 한해가 끝나가고 새로운 한해가 다가오는 이 시점엔 좀더 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다짐과 의지를 가지고 싶은 시기이기에 이 책이 내 눈에 띄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지점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리가 바꾼 세상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이 책은 저자가 2014년 텍사스 대학에서 했던 감동적인 졸업식 축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 해군에서 장교로 임관해 37년간 복무하며 그가 경험하고 느꼈던 인생의 교훈 열 가지를 제시하는데 그것이 굉장히 큰 화제를 일으키며 동영상으로 1000만번 넘게 조회되고 그로 인해 책으로 발간되며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자신의 지인과 자녀들에게 선물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동영상 조회수가 1억을 넘어섰다고 하니 도대체 그 축사가 무슨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처음 제시한 것이 침대부터 제대로 정리하라는 것이다.저자는 군인이었기에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교관들에게 검사 받고 또 지적받는 생활에 익숙했기에 그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하지만 그는 침대 정리는 그날 그에게 주어진 첫번째 임무였고, 따라서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했다. 침대 정리는 그가 일의 얼마나 세세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 주었고, 또한 그날 하루를 마무리할 즈음엔 스스로 무언가를 잘 해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 임무가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제대로 해냈다는 점에서 분명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사소한 일에서 시작하여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고 실패라는 좌절 앞에서 그것을 인정하고 다시 일어나는 힘이나 위험한 일 앞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의지,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등 사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것을 모두 다 실천해 내고 그 상황을 이겨낸 군인으로서의 강인한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군인이기에 그런 극한 상황에서 이겨낼 수 있고 또 더 강한 정신과 몸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분명 보통의 우리에겐 그런 극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크다.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임무나 사담 후세인을 생포해 직접 감옥에 넣어 감시하는 일 같은 위험천만한 일, 낙하훈련을 하다 골반뼈와 근육이 다쳐 몇달을 침대에만 누워 생활하거나 전쟁의 참혹함 앞에 수많은 동료를 잃는 상황은 그가 군인이기에 겪었고 또 그로인해 수많은 교훈과 의지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 그가 전하는 교훈 열가지는 우리가 살아가는 보통의 삶에서도 분명히 필요하고 좀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또 그 감동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고픈 마음을 갖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위안이 될 만한 무언가를, 다시 하루를 시작할 동기를 부여해 주고 수시로 추잡한 면모를 드러내는 세상 속에서 자부심을 느낄 만한 무언가를 찾는다. 전시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는 이와 같은 구조의 감각이 필요하다. 그 무엇도 인간의 신념이 주는 힘과 위안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침대를 정리하는 단순한 행위 하나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일으켜 세워 주고, 하루를 제대로 끝냈다는 만족감을 선사해 줄 수 있다. 
 



사실 나 역시 사소한 작은 일 하나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포기하고 체념하는 일 역시 익숙하기만 하고 나이를 먹어 갈수록 주변 사람들보다 나 자신을 챙기기에도 급급한, 하루하루가 힘겹게만 느껴질때가 많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군인으로서의 인생 경험이 얼마나 큰 공감을 가져올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군인이고 아니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상황이야 어떻든 그 일을 대하는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렇기에 그 상황을 이겨내는 그의 마음이 가장 큰 공감과 감동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무는 한해에 마음이 심란하고 아무것도 이룬게 없어 허무한 마음만 드는 시기지만 그래도 새롭게 시작될 한해는 또다시 제대로 해내자는 다짐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 주는 책 한권으로도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었기에 새로운 한해에 대한 밝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이 되면 우리는 진창 속에 목까지 잠겨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이 큰 목소리로 노래할 때이다. 더 크게 웃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야 할 때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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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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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부모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가지게 된다. 아이의 인생에 해가 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선택하려 노력하지만 그 이면엔 부모의 무수히 많은 고민과 고뇌의 시간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나의 선택으로 인해 아이에게 위험의 순간이 오게 된다면 그 죄책감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되어 돌아올 것이기에 작은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따져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첫째는 어린이집에 다니며 약을 달고 살고 둘째는 어쩔 수 없이 언니에게 옮아 줄줄이 아플때가 많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홍삼,유산균,비타민등등에 시댁에서 챙겨주신 산삼까지 면역력에 좋다는 것들을 많이 먹이지만 사실 눈에 띄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진 못했다. 게다가 둘다 기관지가 안 좋아 매번 아프면 항생제를 먹으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자주 아픈 아이들이기에 예방접종은 한번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맞히고 있고 독감접종 역시 올해도 접종했기에 나는 백신에 대해 아무런 의심의 여지 없이 무조건 맞혀야 한다는 생각만을 가졌었다. 사실 그게 정확히 어떤 백신인지, 심지어 무엇을 예방하기 위한 접종인지조차 모른채 그저 맞히라는 문자가 오면 순순히 맞히기만한 엄마였다. 


하지만 얼마전 논란이 된 ‘안아키’를 통해 백신에 대해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부모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보기엔 잔인하고 무책임해 보였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신념과 생각으로 아이들을 위해 선택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보호 아래 부모의 선택에 따를 수 밖에 없으니 아이들의 고통스런 모습이 더욱 안타까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극단적인 선택이 과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난 아직도 혼란스럽기만 하다. 



면역은 공공의 공간이다. 그리고 면역을 지니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그 공간을 점거할 수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어머니들에게는 백신 거부가 자본주의에 대한 좀 더 폭넓은 저항의 일환이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찬반은 굉장히 격렬하고 또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비전문가인 나로서는 어느쪽 이야기를 들어도 사실 명확한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은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새로운 공간에서 생활하게 될텐데 병원의 무균실처럼 아이들을 가둬놓고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기본적으로 제약회사들을 100% 신뢰하는 것은 아니며 아이들의 소아과 선생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갈팡질팡하다 결국은 그냥 수긍하기 일쑤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며 겪는 면역과 백신에 대해 수많은 고민을 하고 매번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런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대해 어떻게 보면 의학서적 같기도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같기도 하고, 또 여러가지 문학작품에 담긴 이야기들이 나올 때면 인문서적 같기도 한 여러가지 복합적인 형태로 흘러가는 책이다. 그녀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에서 보고 듣고 느낀것들이기에 특히 더 많은 공감이 되고 또 이해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에 흔들리기도 하고 끝없이 묻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밤낮없이 공부하는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 것 같아 왠지모를 동질감이 생기기도 했다. 


사실 사람들은 백신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특히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괴담은 나역시 들어본 적이 있고 미국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소송까지 걸정도였는데 판결은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다고 내려졌음에도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백신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와 더불어 백신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제약회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위험성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수많은 카더라 통신은 부모들을 점점 혼란스럽게 하고 또 그만큼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죽어가는 아이들 또한 많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사망원인은 질병보다는 사고가 살인보다는 자살이 더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대의 경우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우리는 우리를 해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들은 오히려 겁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운전을 하고,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탄다. 그러면서 오히려 통계적으로 따져서 별달리 위험하지 않은 것들을 걱정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을 잘못 판단하기도 하고 측정 불가능한 두려움으로 인해 진실을 왜곡하고 의심하기도 한다. 아마 그런 사람에게 백신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는 사실을 이야기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렇듯 저자는 백신을 무조건 반대하지도 그렇다고 백신을 무조건 옹호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잘못된 인식이나 거짓된 정보를 진실로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에 결론적으로 선택은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지만 내 개인적인 안위만을 위한 것이 아닌 집단면역의 원리로 수많은 사람들이 훨씬 효과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백신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또 그렇기에 거부하고 있다. 히지만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누군가 수많은 거짓 속에서 진실을 밝혀내 주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런 의구심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히든 맞히지 않든 어쨋든 그런 선택을 하는 부모의 마음은 두려울 수 밖에 없다. 그 선택이 가져 올 미래에 대한 책임감에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런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진 부모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마음속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그런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기에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이를 완전한 무균의 상태로 키울 수는 없기에 아이를 온실 속에서만 애지중지 키우지 않고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에서 맘껏 뛰놀고 스스로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는 면역을 키워주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올바른 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아이를 어느 정도까지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전혀 취약하지 않게 만들 순 없는 것처럼, 아이도 전혀 취약하지 않게 만들 순 없다. 도나 해러웨이가 말했듯이, <인생이란 취약성의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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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 살며 놀며 배우며 즐긴 조금 긴 여행
김지현 지음 / 성안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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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든 해외든 가장 길게 가 본 여행은 3박4일이다. 회사를 다닐때는 그만큼 긴 휴가를 내는 것이 힘들었고 근래들어서는 아이들이 어려서 또 너무 오랫동안 여행을 가지도 못하기에 요즘은 기껏해야 차로 오래 걸리지 않는 근교로 1박2일 정도밖에 다니지 못했다. 첫째가 18개월때쯤 해외로 여행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고생을 다신 떠올리고 싶지 않을만큼 너무 힘들었기에 둘째를 데리고 어딘가 멀리로 여행을 간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이들 돌보느라 먹는것도 보는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냥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으니 아이들을 데리고 한정적인 시간으로 정해진 여행은 시도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런 내게도 하나 정해둔 목표가 있는데 첫째가 초등학교에 가고 둘째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달살기를 해보는 것이다. 제주도도 좋고 해외도 좋고 어디든 낯설고 새로운 곳에서 여유롭게 살아보고 여행하는 것. 그건 나에게도 또 아이들에게도 신나는 모험이 되고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기에 지금은 우선 한달살기를 마음속에 항상 담아두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을 때, 왠지 내 마음이 설레고 두근거리는 건 언젠가 나도 나의 목표를 이룬다면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것이란 큰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6학년인 딸과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을 데리고 런던 3주, 파리2주의 한달살기 여행을 했던 여정의 기록이다. 왕복 80만원 비행기 티켓의 유혹에 덜컥 먼저 결제부터 한 뒤 계획을 세우게 된 저자는 런던과 파리로 목적지를 잡고 설레임과 걱정을 안고 떠나게 된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의 학교일 것이다. 방학이라는 성수기를 피해 비수기에 여행을 하게 되었기에 아이들은 학교를 한달가량 쉴 수 밖에 없다. 한달이라는 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기에 혹시나 아이들의 학업에 지장이 갈까 대부분의 부모라면 걱정이 되겠지만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오리라는 저자의 결심이 이 여행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은 한달이라는 시간의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시작부터 여행의 과정과 사이사이 많은 정보들로 채워져 있다. 사실 짧은 기간이 아니기에 준비할 것도 생각할 것도 결정할 것도 수없이 많은데 저자의 경험과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어드바이스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에서의 교통편이나 숙소를 선정하는 기준, 유명 관광지에 대한 세세한 정보나 현지 가이드에 대한 팁까지 혼자가 아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특히 아이들과의 긴 여행을 준비중이라면 훌륭한 예행연습이 될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시간의 여유가 많기에 한번 가서 본 짧은 감상의 여행이 아니라 같은 곳을 많게는 4~5번씩 가보며 느낀 것은 확실히 성수기 피크 여행의 감상과는 틀리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 실려있는 사진 속 아이들의 표정이 더없이 밝고 행복해 보이기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나 역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 많았다. 학교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수많은 경험은 분명 아이들의 인생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평소 재미없게 느껴지던 미술관, 박물관을 아이들 스스로 가자고 하고 진정으로 즐기던 모습은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꼭 저런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해주었다. 저자처럼 기회가 됐을 때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나는 지금 아이들이 어렸을때 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계획해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점점 친구에게 더 의지하게 되고 부모와는 멀어지기 마련인데 이런 여행을 통해 좀더 가까워지고 두고두고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일 것이란 생각도 든다.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본 아이들은 자신이 보고 겪어본 만큼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자 하는 꿈을 가질 수 있기에 아이들에게 더 많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어찌보면 학교 공부나 학원보다 더 훌륭한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짧은 여행이었다면 초반의 안 좋은 기억만 남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불편함이 익숙해지자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여유와 느긋함에 점점 적응되어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던 경험은 매우 유익했다. 
 

저번 카레도감과 마찬가지로 성안당에서 책과 함께 사은품으로 함께 보내주신 맛간장은 저자가 운영하는 쿠킹 스튜디오에서 만든 소스인데 엄마의 마음이 담긴 소스라는 생각에 아이들의 반찬을 만들때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다. 아마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엄마인 저자에게도 일을 하는 것에도 또 엄마로서 살아가는 것에도 더욱 힘이 되고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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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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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주는 행복이란 뭐랄까, 단지 사랑스럽다는 말로는 정의할 수 없는 이때까지 내가 생각했고 느껴왔던 행복과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를 선사해 준다. 이 세상에 또 다른 나를 남겨 둘 수 있다는 일종의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나의 사랑과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기보단 오히려 내가 굉장히 크고 중요한 사람이 된 것만 같다는 느낌에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어쨋든 두 아이들을 둔 엄마로서의 나는 분명히 행복하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그 행복이 깨질 수 있다는 차마 말 못할 어둡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다. 갑자기 아이들이 내 삶에서 없어지게 된다면.. 과연 나는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흉흉한 세상이기에 항상 불안함이 수반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접하게 되는 아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저 안됐다, 불쌍하다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섬뜩한 생각이 먼저 들기에 우리의 행복이 깨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모두 같은 마음일거란 생각이 든다. 
 

왜 세상의 아버지들은 목숨을 바칠 수 있을 만큼 자식들을 사랑할까? 왜 세상의 아버지들은 자기가 낳은 자식을 불행에 빠뜨릴까?
하지만 이 책의 숀 로렌츠라는 천재 화가이자 줄리안이라는 아들을 둔 아버지에겐 그 불행이 닥쳐왔다. 아들 줄리안과 아내 페넬로페가 납치되어 줄리안은 페넬로페의 눈 앞에서 살해당하게 되고 아들을 잃은 숀 역시 얼마후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숀은 유명한 화가였고 그의 유산 상속인인 베르나르의 실수로 숀이 살던 파리의 아파트에 동시에 묶게 된 매들린과 가스파르의 첫 만남은 험악할 수 박에 없었다. 가스파르는 유명한 극작가로 작품을 쓰기 위해 파리로 왔고 매들린은 파리에 대한 좋은 기억을 더듬어 파리에 휴가를 오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일로 베르나르를 만나게 된 매들린은 숀의 유작 3점이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것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가스파르 역시 숀의 사진과 줄리안의 이야기에 마음이 동요되어 매들린과 함께 유작을 찾게 되고, 점점 더 알아 갈수록 줄리안의 죽음이 석연치 않음을 느끼며 이 사건에 더욱 깊이 빠지게 된다. 
 

사실 누군가의 삶과 이야기에 이렇게 깊이 몰입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건 아마도 가스파르는 극작가로 세상을 염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언제나 목말랐던 부모의 사랑을 숀의 입장에서 느꼈고 또 그 자신이 숀이 되어버릴 정도로 줄리안의 죽음에 대해 빠져들었던 것이다. 매들린 역시 강력계 형사로 일하며 겪었던 희열과 사랑하던 사람의 아이를 가지지 못해 결국 헤어지고 정자를 기증 받아 임신을 하고자 하는 상황이었기에 싫다고 하면서도 가스파르와 함께 미스터리를 풀고자 노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숀이 죽기전까지 아들 줄리안이 살아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그의 흔적을 따라가고 퍼즐을 맞춰가며 한없이 그 사건에 빠져들게 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숀 로렌츠의 모습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아버지를 보았다.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가 어린 시절에 잃어버린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줄리안은 그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다. 



기욤 뮈소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작가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많이 없앨 수 있었다. 사실 기욤 뮈소라면 사랑이야기를 주로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컸는데 파리의 아파트에서 그가 보여준 부성애는 비단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라면 모두가 똑같은 마음으로 공감하며 읽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각각의 인물들이 부모로 부터, 자식으로부터 또는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겪는 고통과 아픔이 낯설지 않았기에 그 이야기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을 끝없이 부정적으로 대하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사람에게도, 극적인 사건 현장의 스트레스와 불임으로 자살기도까지 한 사람에게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아가는 고독한 예술가에게도 아이가 주는 행복은 그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 만큼 기적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내게 와준 나의 두 아이들에게서 내가 받고 있는 기쁨과 축복을 항상 감사하고 그 행복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살아야 겠다는, 너무나 매서운 추운 겨울날 경직된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풀어주는 그런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날 아침, 너를 어둠에서 꺼내준 건 나였지만 실제로 나를 구해준 건 바로 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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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 시의 사람
최옥정 지음, 최영진 사진 / 삼인행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사진의 매력은 뭘까? 내가 바라본 찰나의 순간을 내 눈과 마음속에만 담아두는 것이 아닌 사진으로 영원히 남길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내가 바라본 피사체와 사진에 나타난 피사체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지기도 하는 묘하지만 또 한편으론 굉장히 분명한 여러가지 매력을 가졌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 비싸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전국에 출사를 다니게 만드나 보다. 사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는
많다. 그림, 음악, 춤 등등.. 하지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가 사진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만으로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고 또 카메라는 우리와 24시간 함께하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사진은 아무나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황량한 나무 한그루, 가련한 꽃 한송이도 누가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천지차이니 말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조로움 속에서도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보는 것 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에 위로가 되고, 복잡한 내 주변의 모습들을 잠시나마 잊고 여유를 가지게 해주는 찰나의 순간을 선사하는 것이 사진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기에 비록 나는 사진 찍는 재주는 없으나 그래도 끊임없이 찍어보고 또 감상하며 사진이 가지는 힘을 충분히 느끼곤 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경치가 아닌 여백이 많고 왠지 모를 황량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채워진 사진들은 내 주변의 어지럽고 복잡한 오색찬란한 색깔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고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주절주절 사진에 대한 설명이나 이야기가 아닌 짧지만 깊은 공감을 끌어내 주는 글들과 함께 하기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처럼 오후 세시의 왠지 모를 나른함에 각성제가 되어주는 따뜻한 커피 한잔처럼 씁쓸한 맛이 느껴지는 책이지만, 확실하게 잠을 깨워주는 청량하고 달콤한 탄산음료의 강렬한 맛보다 훨씬 좋은건 마신 뒤에도 이어지는 씁쓸함 뒤의 기분 좋은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기에 두고두고 더욱 되새겨지게 만드는 그런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간 읽었던 많은 복잡하고 길었던 책들로 인해 받은 어느정도의 스트레스와 고단함을 잠시 내려두고 여유롭게 사색하고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이어질 여정의 쉼표같은 책이라는 느낌 또한 받았던 것 같다. 



상처 없는 존재가 어디 있을까
상처는 다른 이의 상처로 위로 받는다
타인의 아픔을 볼 때 외로움을 덜어 낸다
밤마다 사람들은 별을 바라보며
상처는 나만 있는 게 아니라고 중얼거린다
작은 위로가 큰 위로다 

 


사실 사진도 글도 아직 어떤게 좋은 건지, 훌륭한 건지 정확하게 정의할 수준은 안돼지만 어쨋든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면 다른 사람에겐 그렇지 않을지라도 나에겐 더없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후 세시라는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각자에게 모두 다 다를 것이기에 이 책의 사진과 글도 각자에게는 모두 다르게 와닿겠지만 그래도 누구에게나 어느정도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만한 책이라는 것이 나의 느낌이다. 멍한 아침과 전쟁같은 오전일과가 지나고 꿀같은 점심시간을 끝낸 후 또다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 잠시 쉬어야 할 순간이 필요하다면, 나른한 오후 세시에 가지는 잠깐의 여유를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하루는 길지만
일 년은 짧고
일생은 잠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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