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의 사람
최옥정 지음, 최영진 사진 / 삼인행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사진의 매력은 뭘까? 내가 바라본 찰나의 순간을 내 눈과 마음속에만 담아두는 것이 아닌 사진으로 영원히 남길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내가 바라본 피사체와 사진에 나타난 피사체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지기도 하는 묘하지만 또 한편으론 굉장히 분명한 여러가지 매력을 가졌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 비싸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전국에 출사를 다니게 만드나 보다. 사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는
많다. 그림, 음악, 춤 등등.. 하지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가 사진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만으로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고 또 카메라는 우리와 24시간 함께하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사진은 아무나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황량한 나무 한그루, 가련한 꽃 한송이도 누가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천지차이니 말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조로움 속에서도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보는 것 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에 위로가 되고, 복잡한 내 주변의 모습들을 잠시나마 잊고 여유를 가지게 해주는 찰나의 순간을 선사하는 것이 사진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기에 비록 나는 사진 찍는 재주는 없으나 그래도 끊임없이 찍어보고 또 감상하며 사진이 가지는 힘을 충분히 느끼곤 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경치가 아닌 여백이 많고 왠지 모를 황량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채워진 사진들은 내 주변의 어지럽고 복잡한 오색찬란한 색깔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고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주절주절 사진에 대한 설명이나 이야기가 아닌 짧지만 깊은 공감을 끌어내 주는 글들과 함께 하기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처럼 오후 세시의 왠지 모를 나른함에 각성제가 되어주는 따뜻한 커피 한잔처럼 씁쓸한 맛이 느껴지는 책이지만, 확실하게 잠을 깨워주는 청량하고 달콤한 탄산음료의 강렬한 맛보다 훨씬 좋은건 마신 뒤에도 이어지는 씁쓸함 뒤의 기분 좋은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기에 두고두고 더욱 되새겨지게 만드는 그런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간 읽었던 많은 복잡하고 길었던 책들로 인해 받은 어느정도의 스트레스와 고단함을 잠시 내려두고 여유롭게 사색하고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이어질 여정의 쉼표같은 책이라는 느낌 또한 받았던 것 같다. 



상처 없는 존재가 어디 있을까
상처는 다른 이의 상처로 위로 받는다
타인의 아픔을 볼 때 외로움을 덜어 낸다
밤마다 사람들은 별을 바라보며
상처는 나만 있는 게 아니라고 중얼거린다
작은 위로가 큰 위로다 

 


사실 사진도 글도 아직 어떤게 좋은 건지, 훌륭한 건지 정확하게 정의할 수준은 안돼지만 어쨋든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면 다른 사람에겐 그렇지 않을지라도 나에겐 더없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후 세시라는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각자에게 모두 다 다를 것이기에 이 책의 사진과 글도 각자에게는 모두 다르게 와닿겠지만 그래도 누구에게나 어느정도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만한 책이라는 것이 나의 느낌이다. 멍한 아침과 전쟁같은 오전일과가 지나고 꿀같은 점심시간을 끝낸 후 또다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 잠시 쉬어야 할 순간이 필요하다면, 나른한 오후 세시에 가지는 잠깐의 여유를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하루는 길지만
일 년은 짧고
일생은 잠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