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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부터 정리하라 -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사소한 일들
윌리엄 H. 맥레이븐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가며 역경과 고난을 단 한번도 겪지 않는 순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람마다 강도는 다를지라도 본인의 인생에 있어 큰 고비가 한번쯤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닥쳐왔을 때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자 한다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혼란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어찌 바로 평정을 찾을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평소에 책이든 영화든 무엇이든 그런 상황을 끝없이 되뇌어 보고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고 또 그런 상황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미리미리 마음속에 용기와 의지를 쌓아두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 그런 이야기들은 대부분 비슷하기도 하고 화려한 수식어에 넘어가 펼친 책은 진부한 표현과 익숙한 교훈들로 가득하기에 실망한 적도 많다. 그래서 그런 자기계발서는 왠만하면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 마련인데 한해가 끝나가고 새로운 한해가 다가오는 이 시점엔 좀더 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다짐과 의지를 가지고 싶은 시기이기에 이 책이 내 눈에 띄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지점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우리가 바꾼 세상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이 책은 저자가 2014년 텍사스 대학에서 했던 감동적인 졸업식 축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 해군에서 장교로 임관해 37년간 복무하며 그가 경험하고 느꼈던 인생의 교훈 열 가지를 제시하는데 그것이 굉장히 큰 화제를 일으키며 동영상으로 1000만번 넘게 조회되고 그로 인해 책으로 발간되며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자신의 지인과 자녀들에게 선물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동영상 조회수가 1억을 넘어섰다고 하니 도대체 그 축사가 무슨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처음 제시한 것이 침대부터 제대로 정리하라는 것이다.저자는 군인이었기에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교관들에게 검사 받고 또 지적받는 생활에 익숙했기에 그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하지만 그는 침대 정리는 그날 그에게 주어진 첫번째 임무였고, 따라서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했다. 침대 정리는 그가 일의 얼마나 세세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 주었고, 또한 그날 하루를 마무리할 즈음엔 스스로 무언가를 잘 해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 임무가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제대로 해냈다는 점에서 분명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사소한 일에서 시작하여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고 실패라는 좌절 앞에서 그것을 인정하고 다시 일어나는 힘이나 위험한 일 앞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의지,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등 사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것을 모두 다 실천해 내고 그 상황을 이겨낸 군인으로서의 강인한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군인이기에 그런 극한 상황에서 이겨낼 수 있고 또 더 강한 정신과 몸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분명 보통의 우리에겐 그런 극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크다.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임무나 사담 후세인을 생포해 직접 감옥에 넣어 감시하는 일 같은 위험천만한 일, 낙하훈련을 하다 골반뼈와 근육이 다쳐 몇달을 침대에만 누워 생활하거나 전쟁의 참혹함 앞에 수많은 동료를 잃는 상황은 그가 군인이기에 겪었고 또 그로인해 수많은 교훈과 의지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 그가 전하는 교훈 열가지는 우리가 살아가는 보통의 삶에서도 분명히 필요하고 좀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또 그 감동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고픈 마음을 갖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위안이 될 만한 무언가를, 다시 하루를 시작할 동기를 부여해 주고 수시로 추잡한 면모를 드러내는 세상 속에서 자부심을 느낄 만한 무언가를 찾는다. 전시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는 이와 같은 구조의 감각이 필요하다. 그 무엇도 인간의 신념이 주는 힘과 위안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침대를 정리하는 단순한 행위 하나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일으켜 세워 주고, 하루를 제대로 끝냈다는 만족감을 선사해 줄 수 있다.
사실 나 역시 사소한 작은 일 하나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포기하고 체념하는 일 역시 익숙하기만 하고 나이를 먹어 갈수록 주변 사람들보다 나 자신을 챙기기에도 급급한, 하루하루가 힘겹게만 느껴질때가 많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군인으로서의 인생 경험이 얼마나 큰 공감을 가져올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군인이고 아니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상황이야 어떻든 그 일을 대하는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렇기에 그 상황을 이겨내는 그의 마음이 가장 큰 공감과 감동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무는 한해에 마음이 심란하고 아무것도 이룬게 없어 허무한 마음만 드는 시기지만 그래도 새롭게 시작될 한해는 또다시 제대로 해내자는 다짐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 주는 책 한권으로도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었기에 새로운 한해에 대한 밝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이 되면 우리는 진창 속에 목까지 잠겨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이 큰 목소리로 노래할 때이다. 더 크게 웃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야 할 때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