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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 살며 놀며 배우며 즐긴 조금 긴 여행
김지현 지음 / 성안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국내든 해외든 가장 길게 가 본 여행은 3박4일이다. 회사를 다닐때는 그만큼 긴 휴가를 내는 것이 힘들었고 근래들어서는 아이들이 어려서 또 너무 오랫동안 여행을 가지도 못하기에 요즘은 기껏해야 차로 오래 걸리지 않는 근교로 1박2일 정도밖에 다니지 못했다. 첫째가 18개월때쯤 해외로 여행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고생을 다신 떠올리고 싶지 않을만큼 너무 힘들었기에 둘째를 데리고 어딘가 멀리로 여행을 간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이들 돌보느라 먹는것도 보는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냥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으니 아이들을 데리고 한정적인 시간으로 정해진 여행은 시도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런 내게도 하나 정해둔 목표가 있는데 첫째가 초등학교에 가고 둘째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달살기를 해보는 것이다. 제주도도 좋고 해외도 좋고 어디든 낯설고 새로운 곳에서 여유롭게 살아보고 여행하는 것. 그건 나에게도 또 아이들에게도 신나는 모험이 되고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기에 지금은 우선 한달살기를 마음속에 항상 담아두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을 때, 왠지 내 마음이 설레고 두근거리는 건 언젠가 나도 나의 목표를 이룬다면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것이란 큰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초등학교 6학년인 딸과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을 데리고 런던 3주, 파리2주의 한달살기 여행을 했던 여정의 기록이다. 왕복 80만원 비행기 티켓의 유혹에 덜컥 먼저 결제부터 한 뒤 계획을 세우게 된 저자는 런던과 파리로 목적지를 잡고 설레임과 걱정을 안고 떠나게 된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의 학교일 것이다. 방학이라는 성수기를 피해 비수기에 여행을 하게 되었기에 아이들은 학교를 한달가량 쉴 수 밖에 없다. 한달이라는 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기에 혹시나 아이들의 학업에 지장이 갈까 대부분의 부모라면 걱정이 되겠지만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오리라는 저자의 결심이 이 여행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은 한달이라는 시간의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시작부터 여행의 과정과 사이사이 많은 정보들로 채워져 있다. 사실 짧은 기간이 아니기에 준비할 것도 생각할 것도 결정할 것도 수없이 많은데 저자의 경험과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어드바이스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에서의 교통편이나 숙소를 선정하는 기준, 유명 관광지에 대한 세세한 정보나 현지 가이드에 대한 팁까지 혼자가 아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특히 아이들과의 긴 여행을 준비중이라면 훌륭한 예행연습이 될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시간의 여유가 많기에 한번 가서 본 짧은 감상의 여행이 아니라 같은 곳을 많게는 4~5번씩 가보며 느낀 것은 확실히 성수기 피크 여행의 감상과는 틀리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 실려있는 사진 속 아이들의 표정이 더없이 밝고 행복해 보이기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나 역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 많았다. 학교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수많은 경험은 분명 아이들의 인생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평소 재미없게 느껴지던 미술관, 박물관을 아이들 스스로 가자고 하고 진정으로 즐기던 모습은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꼭 저런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해주었다. 저자처럼 기회가 됐을 때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나는 지금 아이들이 어렸을때 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계획해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점점 친구에게 더 의지하게 되고 부모와는 멀어지기 마련인데 이런 여행을 통해 좀더 가까워지고 두고두고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일 것이란 생각도 든다.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본 아이들은 자신이 보고 겪어본 만큼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자 하는 꿈을 가질 수 있기에 아이들에게 더 많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어찌보면 학교 공부나 학원보다 더 훌륭한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짧은 여행이었다면 초반의 안 좋은 기억만 남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불편함이 익숙해지자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여유와 느긋함에 점점 적응되어 오히려 그런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던 경험은 매우 유익했다.
저번 카레도감과 마찬가지로 성안당에서 책과 함께 사은품으로 함께 보내주신 맛간장은 저자가 운영하는 쿠킹 스튜디오에서 만든 소스인데 엄마의 마음이 담긴 소스라는 생각에 아이들의 반찬을 만들때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다. 아마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엄마인 저자에게도 일을 하는 것에도 또 엄마로서 살아가는 것에도 더욱 힘이 되고 큰 원동력이 되어주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