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주는 행복이란 뭐랄까, 단지 사랑스럽다는 말로는 정의할 수 없는 이때까지 내가 생각했고 느껴왔던 행복과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를 선사해 준다. 이 세상에 또 다른 나를 남겨 둘 수 있다는 일종의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나의 사랑과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기보단 오히려 내가 굉장히 크고 중요한 사람이 된 것만 같다는 느낌에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어쨋든 두 아이들을 둔 엄마로서의 나는 분명히 행복하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그 행복이 깨질 수 있다는 차마 말 못할 어둡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다. 갑자기 아이들이 내 삶에서 없어지게 된다면.. 과연 나는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흉흉한 세상이기에 항상 불안함이 수반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접하게 되는 아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저 안됐다, 불쌍하다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섬뜩한 생각이 먼저 들기에 우리의 행복이 깨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모두 같은 마음일거란 생각이 든다. 
 

왜 세상의 아버지들은 목숨을 바칠 수 있을 만큼 자식들을 사랑할까? 왜 세상의 아버지들은 자기가 낳은 자식을 불행에 빠뜨릴까?
하지만 이 책의 숀 로렌츠라는 천재 화가이자 줄리안이라는 아들을 둔 아버지에겐 그 불행이 닥쳐왔다. 아들 줄리안과 아내 페넬로페가 납치되어 줄리안은 페넬로페의 눈 앞에서 살해당하게 되고 아들을 잃은 숀 역시 얼마후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숀은 유명한 화가였고 그의 유산 상속인인 베르나르의 실수로 숀이 살던 파리의 아파트에 동시에 묶게 된 매들린과 가스파르의 첫 만남은 험악할 수 박에 없었다. 가스파르는 유명한 극작가로 작품을 쓰기 위해 파리로 왔고 매들린은 파리에 대한 좋은 기억을 더듬어 파리에 휴가를 오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일로 베르나르를 만나게 된 매들린은 숀의 유작 3점이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것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가스파르 역시 숀의 사진과 줄리안의 이야기에 마음이 동요되어 매들린과 함께 유작을 찾게 되고, 점점 더 알아 갈수록 줄리안의 죽음이 석연치 않음을 느끼며 이 사건에 더욱 깊이 빠지게 된다. 
 

사실 누군가의 삶과 이야기에 이렇게 깊이 몰입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건 아마도 가스파르는 극작가로 세상을 염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언제나 목말랐던 부모의 사랑을 숀의 입장에서 느꼈고 또 그 자신이 숀이 되어버릴 정도로 줄리안의 죽음에 대해 빠져들었던 것이다. 매들린 역시 강력계 형사로 일하며 겪었던 희열과 사랑하던 사람의 아이를 가지지 못해 결국 헤어지고 정자를 기증 받아 임신을 하고자 하는 상황이었기에 싫다고 하면서도 가스파르와 함께 미스터리를 풀고자 노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숀이 죽기전까지 아들 줄리안이 살아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그의 흔적을 따라가고 퍼즐을 맞춰가며 한없이 그 사건에 빠져들게 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숀 로렌츠의 모습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아버지를 보았다.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가 어린 시절에 잃어버린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줄리안은 그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다. 



기욤 뮈소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작가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많이 없앨 수 있었다. 사실 기욤 뮈소라면 사랑이야기를 주로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컸는데 파리의 아파트에서 그가 보여준 부성애는 비단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라면 모두가 똑같은 마음으로 공감하며 읽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각각의 인물들이 부모로 부터, 자식으로부터 또는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겪는 고통과 아픔이 낯설지 않았기에 그 이야기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을 끝없이 부정적으로 대하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사람에게도, 극적인 사건 현장의 스트레스와 불임으로 자살기도까지 한 사람에게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아가는 고독한 예술가에게도 아이가 주는 행복은 그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 만큼 기적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내게 와준 나의 두 아이들에게서 내가 받고 있는 기쁨과 축복을 항상 감사하고 그 행복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살아야 겠다는, 너무나 매서운 추운 겨울날 경직된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풀어주는 그런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날 아침, 너를 어둠에서 꺼내준 건 나였지만 실제로 나를 구해준 건 바로 너였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