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만년 살 것 같지? - 멸종위기 동식물이 당신에게 터놓는 속마음 만화에세이
녹색연합 지음, 박문영 만화 / 홍익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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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두는 것이 무엇일까? 돈,명예,꿈,행복등등 각자에게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들로 인해 하루를 살아가게 되고 삶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생길 것이다. 어쨋든 대부분은 자기 자신이나 가족들을 위한 가치를 최우선으로 그것을 지키고 유지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부을 수 밖에 없다. 그로인해 그것에 방해가 되거나 불편한 것들은 무시하거나 없애버리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와 다를바 없는 한 생명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해주고 그로인해 절약된 시간만큼 우리는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게 되지만 그것으로 인한 피해가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쓰는 일회용품이, 내가 버리는 플라스틱과 비닐이, 아무 생각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종이 한장이 생태계의 많은 동식물을 죽게 만들고 멸종하게 만들며 그로인해 오염된 세계는 우리 인간들 역시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 버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인지하며 사는 것은 무섭기도 하지만 귀찮고 번거롭기도 하다. 그렇기에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며 넘겨버렸던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 우리에게 절실한 신호를 보내는 많은 생명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알고보면 절대 어렵지 않은, 우리의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는 이들 모두가 우리의 삶과 너무나 깊게 맞닿아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들은 아마도 절실한 신호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라지는 세계에선 당신들도 살 수 없어”라고 말이다.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어렵게만 느껴진다. 나 한사람이 노력한다고 바뀌기는 할런지 회의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정작 생활에서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도 막막하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은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동물과 식물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귀여운 그림과 읽기 쉬운 만화의 형태를 빌어 이야기하지만 그 내용마저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귀엽다는 이유로 자신이 살던 자연에서 강제로 우리에게 오는 야생동물들은 복잡한 과정과 때로는 알고 싶지 않은 잔인한 과정이 동반되기도 한다. 무분별한 도로 건설로 로드킬 당한 동물들이 그저 폐기물로 분류되어 버려지는 현실, 올림픽이라는 축제의 단 3일 스키경기를 위해 500년 보호림이 파괴되고 잘려나간 10만 그루의 주목들은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준 올림픽의 또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땅에서 뿐만 아니라 제주 바닷속의 연산호들은 강정 앞바다에 건설된 해군기지로 인해 바다의 흐름이 바뀌어 바닷속의 먼지들이 연산호 위에 눌러 앉아 그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4대강,하구둑,보등의 토목 사업으로 물고기들은 알을 낳을 장소를 잃고 헤매이며 인간의 탐욕으로 포획되는 고래잡이는 더이상 우리 바다에서 귀신고래를 볼 수 없게 만들었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우리나라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267종이다. 특별히 더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서다. 생물종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 생태계 자체가 위기에 놓였다는 뜻이고,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인간도 위기에 빠진다는 것을 말한다. 생물의 다양한 종을 보존해야 우리도 안전해진다. 생물다양성은 생물이 살아가는 다양한 서식처가 보호되어야 함을, 그래서 한반도의 다양한 하천이 청계천 같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분명 무언가 잘못 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지만 사실 그것을 정확히 알고자 했던 적극성을 가지진 못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그 피해를 오롯이 받고 있고 실질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동물과 식물들의 입장에서 사실적이고 신랄하게 알려주는 것들은 우리 인간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느꼈던 것들과는 다른 훨씬 큰 파장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무심히 쓰고 버리던 것들이 어떤식으로 그들에게 피해가 되고 그것이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7.2킬로그램으로 충격적이게도 미국(97.7킬로그램)보다 앞선, 세계 ‘1위’이다. 그 플라스틱은 분해되려면 500년 이상이 걸리고 바다로 흘러가 바다 생물들이 먹이인 줄 알고 삼켜 질식,기형을 일으키게 된다. 바다 뿐만이 아니라 산에서는 30년 동안 자라온 나무 한 그루로 A4용지를 얼마나 만들 수 있을까? 1만 장이다. A4용지 네 박스. 서른 살 나무 한그루로 겨우 네 박스의 종이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1만 장의 종이를 만들려면 물도 10만 리터나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낭비하고 있는 종이를 만들기 위해 보호가 필요하고 키우기 어려운 나무들은 없애고 불을 질러 공터를 만들고 그 자리에 빨리 자라는 종이 생산에 최적화된 가성비 좋은 나무들만을 심게 된다. 그렇게 인간들의 입맛에 맞게, 필요에 의해 파괴되고 교란되는 생태계와 그속에서 고통받는 동식물들의 현실을 알아가며 은연중에 언젠가는 이런 잘못들이 모두 너희들에게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나 한명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겠냐는 회의감에 채식이나 일회용품 안쓰기등의 조금은 귀찮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원칙들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피곤한 일이라 느껴진다. 분명 그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편리함의 유혹을 떨쳐내는 것은 쉽지 않다. 카페에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는 것, 장을 볼때 비닐봉지가 아닌 에코백이나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것, 되도록 재생용지를 사용하고 멀티탭과 LED등을 사용해 전기를 아끼는 것등 생활속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무수히 많다. 거기에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방법은 자신의 마음에 맞는 환경 단체에 후원을 하는 것이다. 환경 단체 활동가들은 개인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대신 수행하기 때문에 내가 후원한 돈이 훨씬 더 체계적으로 뜻 깊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완전 무결한 환경운동은 있을 수 없다. 너무 사소한 것이라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자기 합리화가 아닌 자신의 상황과 이념에 맞게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어렴풋이 알고 느끼던 일들을 직접 대면하고 수많은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는 지구이기에 그들이 고통을 겪는다면 우리 역시 언젠가는 그 고통을 겪게 되는 서로간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전혀 상관 없는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라는 경각심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작은 것이라도 올바르게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의 영향도 생각할 수 있는 것, 당장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 우리에겐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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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 이제 시작합니다 - 7세까지 영어 노출 제로, 16세에 해외 대학 입학한 비밀
누리보듬(한진희) 지음 / 청림Life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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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입시의 압박에 지치며 나는 부모가 되면 절대 아이의 공부나 교육에 집착하지 않겠다 다짐을 하곤 했었다. 아이는 아이답게, 그저 본인이 하고 싶다는 것을 적극 후원해주며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길 원했다. 첫째가 6살이 되었고 이제 초등학생이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주변을 보면 진작부터 사교육을 시작한 집들이 많다. 간단하게는 학습지부터 학원이며 공부방이며 아이들은 벌써부터 교육이라는 틀에 맞춰진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아직은 그런 상황을 접해도 큰 위기감을 느끼진 않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면 아무래도 훨씬 더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영어는 아이의 교육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것도 너무나 험난하고 높은 산. 나역시 오랜 시간동안 영어를 공부했음에도 영어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항상 허우적거리만 하고 있으니, 우리 아이만은 영어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누굴 만나더라도 언어의 장벽 없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기를 바랐다. 그럼에도 아직 영어를 가르치거나 의도적으로 영어에 노출 시키진 않았기에 6살이 되니 슬슬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과연 아이를 방치(?)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이 순간을 후회하진 않을지, 언제 시작해야 할지, 그렇다면 지금 어떤 준비를 해두어야 할지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였다. 그런 고민의 시점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게 자유로운 영어를 통해 아이가 언어의 한계에 갇히지 않는다면, 드넓게 펼쳐진 세계를 무대로 살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공교육에서 해결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똑같은 목표만 지향하는 영어 사교육 현장을 기웃거릴 수는 없었다. 사교육을 피하고 싶은 절실함과 우리만의 영어 목표를 성공시키고 싶은 간절함으로 ‘엄마표 영어’의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생생한 엄마표 영어의 기록이다. 6세까지 한번도 영어에 노출시키지 않았지만 초등학교부터 하루 3시간의 영어 노출로 16세에 호주의 대학에 아이를 입학하게 한 저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부분 영어는 빨리 시작할수록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조기교육으로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이 영어인 상황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하는 영어는 많은 엄마들의 우려를 살 수밖에 없다. 나역시 책을 읽기 전부터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곤 했으니..하지만 저자는 하루 3시간 집중듣기와 흘려듣기를 꾸준히 6년간 하는 것, 즉 우리가 중요시하는 말하기나 쓰기가 아닌 듣기를 먼저 탄탄하게 해 두는것을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집중듣기란 글자와 소리를 맞추며 듣는 것이고 흘려듣기란 영화나 만화와 같은 영상을 영어로 자막없이 보고 듣는 것을 말한다. 집중듣기 1시간과 흘려듣기 2시간, 총 3시간의 듣기를 초등 6년동안 하며 차고 넘칠만큼 인풋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웃풋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꾸준히 실천하여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고 습관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습관이 되면 꾸준함은 뒤따라 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부모의 욕심으로 벅찬 요구를 하게 되면 그것은 오히려 독이 될수 있다. 아이들의 성향은 모두 다르기에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과 속도가 필요한 것인데 누군가가 성공했다고해서 그 방법을 내 아이에게 똑같이 반영하며 압박하는 것은 아이가 포기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가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에 따라 모든 과정을 똑같이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노선을 수정해 나가며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 아이에게 맞는 레벨의 책들을 선정해 읽고 들으며 다진 듣기는 훗날 쓰기, 말하기로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그에 맞는 적절한 외부 교육이 병합된다면 아이는 어느새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단계가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선택할 권리는 이미 없어진 것이 아닐까? 어른들이 학벌에 목매듯이 아이들은 영어 레벨에 목매고 있다. 하지만 내신이나 수능, 또는 각종 영어 공인시험에서 점수가 잘 나오는 것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궁극적인 목표인지 묻고 싶다. 만약 아이가 영어에서 자유로워져 세상에 널려 있는 지식을 원문으로 습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학부모의 불안을 먹고 자란 영어 사교육 시장에서 과감히 벗어나라 권하고 싶다. 

 

 

 

 

그외에도 책에는 시기별로 읽기 적당한 원서들과 유용할 사이트들이 함께 소개되어 있어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 엄마라면 아이를 위한 원서 책 한권을 정하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먼저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인 내공과 저자만의 확고한 기준이 충분히 내비치는 글에서 의심하고 걱정하는 엄마들이 마음을 다잡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저자만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기에 많은 고민을 하던 나에게 지금 이 시점에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준비해 둬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저자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목적과 영어로부터 왜 자유로워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크게 와닿았다. 분명 대부분 세상의 지식들은 영어로 되어있고 번역을 거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번역가의 의견이나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다. 그 지식을 원문 그대로 습득하며 아이가 언어의 한계에 갇히지 않는다면 드넓게 펼쳐진 세계를 무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를 무대로 맞서야 하는 아이에게 영어로부터의 자유는 가장 분명한 해결책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엄마표 영어를 시작한 것이다. 영어를 ‘학문’을 위한 ‘학습’으로 접근하지 말고, 지식을 습득하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도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공교육만으로 가능하다면 아마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지금 우리의 상황은 공교육에만 맡길수도, 그렇다고 사교육에만 의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에 엄마가 직접 정보를 찾아 올바른 교육을 시킬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런 사실이 안타깝지만 어쨋든 우리 아이도 영어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하기 위해 나역시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혹시나 늦은건 아닐까 걱정했던 내게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하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준 것이 고맙고 또 언젠가 본격적으로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게 될때 다시금 이 책을 펼쳐보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든든한 마음이 들기도 했기에 지금 내게 가장 필요했던 책을 만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엄마들이 학원 레벨에 목매지 않아도, 형편상 해주지 못하는 조기 유학에 맘 아파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과제에 치이고 단어 암기에 스트레스 받고 경쟁에 주눅 들지 않아도, 중등교육 이전까지는 늦게 시작해도 다른 길을 선택해도 제대로 시간을 채워나가면 나란히 설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믿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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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고독 - 혼자를 시작하는 개인주의 인문학
안용태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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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우린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분명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고 삶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얻게 된다. 특히나 학연,지연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선 그 무엇보다 인맥의 질 뿐만아니라 양 또한 중요하다. 그렇기에 인맥 부자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한 많은 사람과의 관계에 치이고 피로감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고 그로인해 인맥 다이어트를 하며 혼자의 시간을 가지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복잡하고 힘들기만 한 관계를 내려놓고 혼자만의 고독의 시간을 즐기는 것, 더는 이상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다. 


의미 없는 만남이 사라지고 더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면, 오롯이 혼자 보내게 될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애써 인맥을 가지치고 여유롭고 조용한 혼자만의 시간을 원했지만 막상 그런 시간을 가지게 되었을때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허무하고 외롭지 않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바쁘게 일에 빠져 살다 고독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 빛나는 시간이 나에게 선사해 줄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의 시작은 인문학이 되어야지만 유쾌한 고독의 시간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고독은 무엇일까? 고독은 혼자일 때 찾아드는 감정이 아니라 혼자이고자 하는 자발적 태도이자 의지이다. 세상과 약간 거리를 두고 혼자됨을 선택해 자신의 지친 마음과 영혼을 돌보는 시간에 대한 구체적 욕망이다.


 

 

 

 

이 책은 다섯가지 테마인 고독,관계,선택,가족,의미를 어린시절부터 저자의 일부분을 차지했던 인문학을 통해 그저 버티는 삶이 아닌 음미하고 향유할 수 있는 나날들을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보듬을 수 있는 시간, 쓸쓸하고 외로운 것이 아닌 나를 만날 수 있는 유쾌한 고독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고독의 시간을 통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절대 다른 사람의 기준이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로인해 진실한 자신을 마주하게 되고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을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타인의 시선과 강요로 인한 선택이 아닌, 좀 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깨닫고 창조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선택은 각자의 삶에 각각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그것이 타인을 이해하고 또 새로운 나를 발견하며 변화시켜 주는 관계로 발전하게 되어 관계의 기쁨 또한 느끼게 해준다. 더불이 자신이 속한 가족의 행복과 중요한 삶의 의미를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삶의 의미는 단 하나의 진리로 정해지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을 살게 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근거, 즉 지금 내 삶의 의미가 된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선택과 답은 본인만이 알고 있고 또 본인만이 선택할 수 있다.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방에게 기대고 바라게 된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해 진지하고 깊게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기에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독의 시간을 가지고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지친 마음과 영혼을 어루만져주었던 사람은 분명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독의 시간을 장려하는 이 책은 인문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마주하게 된 삶이란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나역시 나의 이중적이고 가식적인 모습에 스스로 자괴감을 느꼈던 적도 많았다. 그런 모습을 마주하게 된 순간은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아마도 내가 속한 여러가지 사회로 인해 그 사회마다 다른 모습의 나라는 가면을 쓸 수 밖에 없었기에, 그 중심이 되는 진실된 나의 모습을 점점 잊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잊혀져 가는 나를 찾기 위해선 고독한 시간을 가져야 하고 또 그것을 오롯이 느끼고 즐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혼자의 시간을 불편하거나 힘들게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그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절실히 깨달았다. 우리 모두의 삶은 각자의 모습으로, 각자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기에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나의 가치를 발현시켜 줄 수 있는 고독의 시간을 가져본다면 분명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무거운 짐을 짊어져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삶의 무게를 짊어져본 자만이 자신을 현실감 있게 인식할 수 있고 자기 존재 가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쉽게 말해 내가 짊어진 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과연 내가 감내할 수 있는 것인지 자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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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 힘겨운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한 철학 처방전
오카다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책세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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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13년째 자살률 1위라는 대단한 기록을 가진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힘들다고 끊임없이 느끼고 괴로워하고 있지만 13년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것을 보면 그간 나아진 것이 거의 없다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뉴스에는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살인사건이 보도되고 기득권들은 부패하기 짝이 없으며 여성들의 인권이 바닥을 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건지 의심스러울뿐, 더 행복해지자고 더 사람답게 살자고 악착같이 노력하고 아등바등하던 사람들이 좌절을 마주하는 순간, 박탈감을 느끼는 순간 너무나 쉽게 자살의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다. 이런 세상 살아서 무엇하리..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탄식이 귓가에 울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로도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가치는 흔들려서는 안됀다. 그렇기에 비관에 빠진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절대 외면해서는 안돼는 것이다. 음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양지로 올 수 있다는 기대를 주고 다시 살아갈 희망이라는 삶의 원동력을 심어줘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의 삶의 목표를 돈이나 권력으로 메우려고 하기에 그런것만을 쫓으며 살다보면 아무리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끼게 되고 삶에 대한 회의나 허무함을 느끼며 우울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삶에 지친 사람들에겐 본질적인 접근과 처방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가 필요한 것이다. 



답을 찾을 수 없다고 답을 내지 않을 수는 없다. 그것이 인생이다.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름의 선택을 하고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도 자기 나름대로 내린 답을 믿고 부딪히는 수밖에 없다. 그 절실한 신념과 행동은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 것으로, 그것이 바로 본래의 철학이다. 




저자가 삶에 필요한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된 것은 어쩌면 수많는 정신적 아픔을 가진 환자들을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 겸 작가로 일본에서 인격장애 임상 분야의 1인자로 평가받고 있다. 인격장애, 발달장애 치료와 현대인의 마음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기에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이르게 된 가혹한 위기를 겪은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쇼펜하우어,헤르만 헤세,비트겐슈타인등 위대한 업적을 이룬 역사속의 철학자와 문학자의 기구한 삶을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그래도 결국은 고통을 뛰어넘고 그들을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철학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철학은 도서관에서 먼지를 뒤집어쓴채 방치된, 흔히 말하는 철학이 아니다. 그런 전통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삶이라는 시련의 근처에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철학에 도전한다. 

 

 

 

삶의 고통이 모두 다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부모로 인해, 주변 환경으로 인해, 또는 자기 자신으로 인해 고통스러울 수 있다. 부모로부터 받은 고통을 염세적인 철학으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 받는 것도 피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호소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며 속박으로부터 해방된 쇼펜하우어. 자신을 부정하고 비난하는 부모로 인해 아이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안전기지의 부재로 힘든 어린시절을 보내지만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부모를 부정하고 자신을 부정하며 이제까지 집착했던 것을 끊고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고자 했던 헤르만 헤세. 어린시절 부모와 헤어지고 마음에 깊은 애착의 상처를 가진채 끝없이 자유를 갈망한 조르주 상드. 부모에게 사랑 받지 못한 자식의 슬픔이라는 마음의 짐을 생산적인 에너지로 바꾸며 소설가가 된 서머싯 몸과 나쓰메 소세키. 죽음의 직전까지 내몰렸고 그로인해 새로운 관점으로 인간에 대한 많은 것을 깨닫게 된 도스토옙스키와 비트겐슈타인. 그외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각자 짊어진 삶의 고통과 시련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것을 초월하기 위한 궁극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철학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많은 사람들은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외면당하거나 부정당해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했을 어린시절을 희생당하며 반항을 하기도 하고 탈선을 하기도 하며 방황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어린시절 각인된 자신에 대한 평가는 오래도록 지속되며 스스로를 구속시키기도 한다. 그렇기에 끊어야 할 악연을 끊지 못하거나 그것을 극복하지 못해 진짜 자신은 질식 당하고 만다. 그러다 극단적인 죽음이라는 선택으로 치닫게 되고 그로인해 남겨진 사람들의 미래의 행복마저 빼앗아버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 모든 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해선 부모를 포함한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존재를 부정하고 한편으론 인정하며 이제까지 벗어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집착을 끊어내야 한다. 그것에 많은 희생이 따르더라도 그것은 의미없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고 주체가 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고 그것을 참고 견딘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살고 좋은 인연을 만들며 아무리 사소한 존재라도 자신과 이어진 소중한 의미를 가진 것을 찾아 의지할 수 있는 것, 이렇듯 인생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철학은 내면에 깃들어져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언젠가 다시 위기가 찾아와도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현실 자체보다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느끼고 거기서 의미를 찾아 살아가려고 한다. 현실만 마주하면 찌부러질 것처럼 구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현실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느끼는 것으로 살아갈 의미가 생긴다. 



철학이 존재하는 이유와 우리가 왜 철학에 대해 알아야 하고 어떻게 우리의 삶에 대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대단한 철학자들이 남긴 함축된 문장과 어려운 책들은 평범한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그릇이 넘칠 정도로 버겁고 방대하기 때문이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힘이들면 누군가 와서 이렇게 하라고 정답처럼 명쾌하게 이야기해 주길 바랄 수 밖에 없다. 분명 정해진 정답은 없음을 알지만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믿고 부딪히는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오래된 철학이 가진 틀 안에서 내게 주어진 상황에 맞는 것을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기에 우린 그저 참고 버티며 자연스럽게 잊혀지길 바랄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누군가가 직접 겪었던 현실의 이야기들이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으며 그 과정에서 그들을 결단하게 했던 실현성 있는 철학을 담고 있기에 비슷한 상황이나 경험으로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거나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이라면 훨씬 더 많은 공감과 그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겨운 삶에 지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들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준 철학 처방전과 같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다시 한번 자기 자신만을 위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큰 힘과 용기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손을 놓지 마, 놓지 않을게, 이렇게 서로 의사 표시를 하는 것 외에 달리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해도 그것이 삶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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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떻게 보이세요? -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의 빛을 따라서 아우름 30
엄정순 지음 / 샘터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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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익숙해진 많은 것들을 당연시 여기게 된다. 걷는 것, 먹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나에겐 큰 의미 없이 하루의 일부분을 채우는 일상적인 행위들이 누군가에겐 절실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우리가 항상 인지하고 산다면 우리는 인생을 훨씬 더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연시 되었던 것들을 잃어버리거나 빼앗겼을때에야 우린 비로소 후회하며 그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렇지 않고선 태어날 때부터 우리가 당연히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을 가지지 못한, 우리의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삶을 한번이라도 생각조차 해 볼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장애인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나 편견이 존재하고 그들을 위한 시설은 열악하기만 하다.  휠체어를 타고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지도 않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럭은 제구실을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얼마전 자신들의 동네에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며 시위하는 사람들과 그들 앞에 무릎 꿇고 비는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의 사진을 볼때면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장애인을 그저 약자로,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존재로 여기며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을 그들은 장애를 가졌으니 할 수 없다 단정짓고 선을 그어버렸기에 장애인들이 점점 더 고립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예술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의 세계이고, 장애는 일반적인 삶과는 다른 특별한 세계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두 세계를 자신과 상관없는 곳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이 두 세계에 있는 이들도 서로가 정반대의 대척점에 있는, 한쪽은 보는 세계이고 다른 한쪽은 보지 못하는 세계라고 여겨 왔다. 

 

 

 

살다 보면 익숙해진 많은 것들을 당연시 여기게 된다. 걷는 것, 먹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나에겐 큰 의미 없이 하루의 일부분을 채우는 일상적인 행위들이 누군가에겐 절실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우리가 항상 인지하고 산다면 우리는 인생을 훨씬 더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연시 되었던 것들을 잃어버리거나 빼앗겼을때에야 우린 비로소 후회하며 그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렇지 않고선 태어날 때부터 우리가 당연히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을 가지지 못한, 우리의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삶을 한번이라도 생각조차 해 볼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장애인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나 편견이 존재하고 그들을 위한 시설은 열악하기만 하다.  휠체어를 타고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지도 않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럭은 제구실을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얼마전 자신들의 동네에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며 시위하는 사람들과 그들 앞에 무릎 꿇고 비는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의 사진을 볼때면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장애인을 그저 약자로,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존재로 여기며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을 그들은 장애를 가졌으니 할 수 없다 단정짓고 선을 그어버렸기에 장애인들이 점점 더 고립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예술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의 세계이고, 장애는 일반적인 삶과는 다른 특별한 세계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두 세계를 자신과 상관없는 곳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이 두 세계에 있는 이들도 서로가 정반대의 대척점에 있는, 한쪽은 보는 세계이고 다른 한쪽은 보지 못하는 세계라고 여겨 왔다. 

 

 

 우리는 볼 수 있기에 우리가 보고 기억한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많다. 예술이란 단지 보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많은 감각과 정서가 어우러져 표혐되는 것임에도 눈으로 볼 수 있는 우리만이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미술이 무엇이고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미술에서 너무나 멀리 있었던 시각 장애인 아이들을 통해 보고 깨닫게 된다. 이렇듯 우리와 다르기에 배제하고 외면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고 그들이 바라보는 다른 방식과 그로인해 발휘되는 상상력의 산물을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는 것들을 나와는 다른 눈을 통해 접근해 본다면 아마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장애인들도 자신을 표현하고 또 그것이 인정을 받으며 느끼게 되는 내면의 충족감으로 인해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을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보고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으며 예술이라는 세계로 들어서기 위한 높은 경계선을 긋지 않는다면 우리의 예술이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어쩌면 감각의 결핍은 감각의 회복으로 가는 우회의 길일지도 모른다. 우리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몸을 가진, 그래서 다르게 세상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보는 방식과 관계를 맺는 것은 분명 우리의 뇌와 감각의 영역을 열어 주는 새로운 접근이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를 재빨리 근원으로 데리고 갈지도 모르겠다는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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