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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 이제 시작합니다 - 7세까지 영어 노출 제로, 16세에 해외 대학 입학한 비밀
누리보듬(한진희) 지음 / 청림Life / 2018년 2월
평점 :

학창시절 입시의 압박에 지치며 나는 부모가 되면 절대 아이의 공부나 교육에 집착하지 않겠다 다짐을 하곤 했었다. 아이는 아이답게, 그저 본인이 하고 싶다는 것을 적극 후원해주며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길 원했다. 첫째가 6살이 되었고 이제 초등학생이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주변을 보면 진작부터 사교육을 시작한 집들이 많다. 간단하게는 학습지부터 학원이며 공부방이며 아이들은 벌써부터 교육이라는 틀에 맞춰진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아직은 그런 상황을 접해도 큰 위기감을 느끼진 않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면 아무래도 훨씬 더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영어는 아이의 교육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것도 너무나 험난하고 높은 산. 나역시 오랜 시간동안 영어를 공부했음에도 영어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항상 허우적거리만 하고 있으니, 우리 아이만은 영어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누굴 만나더라도 언어의 장벽 없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기를 바랐다. 그럼에도 아직 영어를 가르치거나 의도적으로 영어에 노출 시키진 않았기에 6살이 되니 슬슬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과연 아이를 방치(?)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이 순간을 후회하진 않을지, 언제 시작해야 할지, 그렇다면 지금 어떤 준비를 해두어야 할지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였다. 그런 고민의 시점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게 자유로운 영어를 통해 아이가 언어의 한계에 갇히지 않는다면, 드넓게 펼쳐진 세계를 무대로 살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공교육에서 해결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똑같은 목표만 지향하는 영어 사교육 현장을 기웃거릴 수는 없었다. 사교육을 피하고 싶은 절실함과 우리만의 영어 목표를 성공시키고 싶은 간절함으로 ‘엄마표 영어’의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생생한 엄마표 영어의 기록이다. 6세까지 한번도 영어에 노출시키지 않았지만 초등학교부터 하루 3시간의 영어 노출로 16세에 호주의 대학에 아이를 입학하게 한 저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부분 영어는 빨리 시작할수록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조기교육으로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이 영어인 상황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시작하는 영어는 많은 엄마들의 우려를 살 수밖에 없다. 나역시 책을 읽기 전부터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곤 했으니..하지만 저자는 하루 3시간 집중듣기와 흘려듣기를 꾸준히 6년간 하는 것, 즉 우리가 중요시하는 말하기나 쓰기가 아닌 듣기를 먼저 탄탄하게 해 두는것을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집중듣기란 글자와 소리를 맞추며 듣는 것이고 흘려듣기란 영화나 만화와 같은 영상을 영어로 자막없이 보고 듣는 것을 말한다. 집중듣기 1시간과 흘려듣기 2시간, 총 3시간의 듣기를 초등 6년동안 하며 차고 넘칠만큼 인풋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웃풋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꾸준히 실천하여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고 습관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습관이 되면 꾸준함은 뒤따라 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부모의 욕심으로 벅찬 요구를 하게 되면 그것은 오히려 독이 될수 있다. 아이들의 성향은 모두 다르기에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과 속도가 필요한 것인데 누군가가 성공했다고해서 그 방법을 내 아이에게 똑같이 반영하며 압박하는 것은 아이가 포기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가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에 따라 모든 과정을 똑같이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노선을 수정해 나가며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 아이에게 맞는 레벨의 책들을 선정해 읽고 들으며 다진 듣기는 훗날 쓰기, 말하기로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그에 맞는 적절한 외부 교육이 병합된다면 아이는 어느새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단계가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선택할 권리는 이미 없어진 것이 아닐까? 어른들이 학벌에 목매듯이 아이들은 영어 레벨에 목매고 있다. 하지만 내신이나 수능, 또는 각종 영어 공인시험에서 점수가 잘 나오는 것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궁극적인 목표인지 묻고 싶다. 만약 아이가 영어에서 자유로워져 세상에 널려 있는 지식을 원문으로 습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학부모의 불안을 먹고 자란 영어 사교육 시장에서 과감히 벗어나라 권하고 싶다.


그외에도 책에는 시기별로 읽기 적당한 원서들과 유용할 사이트들이 함께 소개되어 있어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 엄마라면 아이를 위한 원서 책 한권을 정하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먼저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인 내공과 저자만의 확고한 기준이 충분히 내비치는 글에서 의심하고 걱정하는 엄마들이 마음을 다잡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저자만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기에 많은 고민을 하던 나에게 지금 이 시점에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준비해 둬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저자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목적과 영어로부터 왜 자유로워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크게 와닿았다. 분명 대부분 세상의 지식들은 영어로 되어있고 번역을 거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번역가의 의견이나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다. 그 지식을 원문 그대로 습득하며 아이가 언어의 한계에 갇히지 않는다면 드넓게 펼쳐진 세계를 무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를 무대로 맞서야 하는 아이에게 영어로부터의 자유는 가장 분명한 해결책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엄마표 영어를 시작한 것이다. 영어를 ‘학문’을 위한 ‘학습’으로 접근하지 말고, 지식을 습득하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도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공교육만으로 가능하다면 아마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지금 우리의 상황은 공교육에만 맡길수도, 그렇다고 사교육에만 의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에 엄마가 직접 정보를 찾아 올바른 교육을 시킬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런 사실이 안타깝지만 어쨋든 우리 아이도 영어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하기 위해 나역시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혹시나 늦은건 아닐까 걱정했던 내게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하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준 것이 고맙고 또 언젠가 본격적으로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게 될때 다시금 이 책을 펼쳐보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든든한 마음이 들기도 했기에 지금 내게 가장 필요했던 책을 만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엄마들이 학원 레벨에 목매지 않아도, 형편상 해주지 못하는 조기 유학에 맘 아파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과제에 치이고 단어 암기에 스트레스 받고 경쟁에 주눅 들지 않아도, 중등교육 이전까지는 늦게 시작해도 다른 길을 선택해도 제대로 시간을 채워나가면 나란히 설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믿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