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만년 살 것 같지? - 멸종위기 동식물이 당신에게 터놓는 속마음 만화에세이
녹색연합 지음, 박문영 만화 / 홍익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두는 것이 무엇일까? 돈,명예,꿈,행복등등 각자에게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들로 인해 하루를 살아가게 되고 삶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생길 것이다. 어쨋든 대부분은 자기 자신이나 가족들을 위한 가치를 최우선으로 그것을 지키고 유지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부을 수 밖에 없다. 그로인해 그것에 방해가 되거나 불편한 것들은 무시하거나 없애버리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와 다를바 없는 한 생명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해주고 그로인해 절약된 시간만큼 우리는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소비하게 되지만 그것으로 인한 피해가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쓰는 일회용품이, 내가 버리는 플라스틱과 비닐이, 아무 생각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종이 한장이 생태계의 많은 동식물을 죽게 만들고 멸종하게 만들며 그로인해 오염된 세계는 우리 인간들 역시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 버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인지하며 사는 것은 무섭기도 하지만 귀찮고 번거롭기도 하다. 그렇기에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며 넘겨버렸던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 우리에게 절실한 신호를 보내는 많은 생명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알고보면 절대 어렵지 않은, 우리의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는 이들 모두가 우리의 삶과 너무나 깊게 맞닿아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들은 아마도 절실한 신호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라지는 세계에선 당신들도 살 수 없어”라고 말이다.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어렵게만 느껴진다. 나 한사람이 노력한다고 바뀌기는 할런지 회의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정작 생활에서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도 막막하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은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동물과 식물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귀여운 그림과 읽기 쉬운 만화의 형태를 빌어 이야기하지만 그 내용마저 재미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귀엽다는 이유로 자신이 살던 자연에서 강제로 우리에게 오는 야생동물들은 복잡한 과정과 때로는 알고 싶지 않은 잔인한 과정이 동반되기도 한다. 무분별한 도로 건설로 로드킬 당한 동물들이 그저 폐기물로 분류되어 버려지는 현실, 올림픽이라는 축제의 단 3일 스키경기를 위해 500년 보호림이 파괴되고 잘려나간 10만 그루의 주목들은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준 올림픽의 또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땅에서 뿐만 아니라 제주 바닷속의 연산호들은 강정 앞바다에 건설된 해군기지로 인해 바다의 흐름이 바뀌어 바닷속의 먼지들이 연산호 위에 눌러 앉아 그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4대강,하구둑,보등의 토목 사업으로 물고기들은 알을 낳을 장소를 잃고 헤매이며 인간의 탐욕으로 포획되는 고래잡이는 더이상 우리 바다에서 귀신고래를 볼 수 없게 만들었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우리나라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267종이다. 특별히 더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서다. 생물종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 생태계 자체가 위기에 놓였다는 뜻이고, 생물학적 특성을 가진 인간도 위기에 빠진다는 것을 말한다. 생물의 다양한 종을 보존해야 우리도 안전해진다. 생물다양성은 생물이 살아가는 다양한 서식처가 보호되어야 함을, 그래서 한반도의 다양한 하천이 청계천 같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분명 무언가 잘못 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지만 사실 그것을 정확히 알고자 했던 적극성을 가지진 못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그 피해를 오롯이 받고 있고 실질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동물과 식물들의 입장에서 사실적이고 신랄하게 알려주는 것들은 우리 인간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느꼈던 것들과는 다른 훨씬 큰 파장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무심히 쓰고 버리던 것들이 어떤식으로 그들에게 피해가 되고 그것이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7.2킬로그램으로 충격적이게도 미국(97.7킬로그램)보다 앞선, 세계 ‘1위’이다. 그 플라스틱은 분해되려면 500년 이상이 걸리고 바다로 흘러가 바다 생물들이 먹이인 줄 알고 삼켜 질식,기형을 일으키게 된다. 바다 뿐만이 아니라 산에서는 30년 동안 자라온 나무 한 그루로 A4용지를 얼마나 만들 수 있을까? 1만 장이다. A4용지 네 박스. 서른 살 나무 한그루로 겨우 네 박스의 종이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1만 장의 종이를 만들려면 물도 10만 리터나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낭비하고 있는 종이를 만들기 위해 보호가 필요하고 키우기 어려운 나무들은 없애고 불을 질러 공터를 만들고 그 자리에 빨리 자라는 종이 생산에 최적화된 가성비 좋은 나무들만을 심게 된다. 그렇게 인간들의 입맛에 맞게, 필요에 의해 파괴되고 교란되는 생태계와 그속에서 고통받는 동식물들의 현실을 알아가며 은연중에 언젠가는 이런 잘못들이 모두 너희들에게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나 한명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겠냐는 회의감에 채식이나 일회용품 안쓰기등의 조금은 귀찮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원칙들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피곤한 일이라 느껴진다. 분명 그것이 옳은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편리함의 유혹을 떨쳐내는 것은 쉽지 않다. 카페에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는 것, 장을 볼때 비닐봉지가 아닌 에코백이나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것, 되도록 재생용지를 사용하고 멀티탭과 LED등을 사용해 전기를 아끼는 것등 생활속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무수히 많다. 거기에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방법은 자신의 마음에 맞는 환경 단체에 후원을 하는 것이다. 환경 단체 활동가들은 개인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대신 수행하기 때문에 내가 후원한 돈이 훨씬 더 체계적으로 뜻 깊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완전 무결한 환경운동은 있을 수 없다. 너무 사소한 것이라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자기 합리화가 아닌 자신의 상황과 이념에 맞게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어렴풋이 알고 느끼던 일들을 직접 대면하고 수많은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는 지구이기에 그들이 고통을 겪는다면 우리 역시 언젠가는 그 고통을 겪게 되는 서로간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전혀 상관 없는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라는 경각심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작은 것이라도 올바르게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의 영향도 생각할 수 있는 것, 당장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 우리에겐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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