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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 - 힘겨운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한 철학 처방전
오카다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책세상 / 2018년 2월
평점 :
OECD 국가 중 13년째 자살률 1위라는 대단한 기록을 가진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힘들다고 끊임없이 느끼고 괴로워하고 있지만 13년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것을 보면 그간 나아진 것이 거의 없다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뉴스에는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살인사건이 보도되고 기득권들은 부패하기 짝이 없으며 여성들의 인권이 바닥을 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건지 의심스러울뿐, 더 행복해지자고 더 사람답게 살자고 악착같이 노력하고 아등바등하던 사람들이 좌절을 마주하는 순간, 박탈감을 느끼는 순간 너무나 쉽게 자살의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다. 이런 세상 살아서 무엇하리..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탄식이 귓가에 울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로도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가치는 흔들려서는 안됀다. 그렇기에 비관에 빠진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절대 외면해서는 안돼는 것이다. 음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양지로 올 수 있다는 기대를 주고 다시 살아갈 희망이라는 삶의 원동력을 심어줘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의 삶의 목표를 돈이나 권력으로 메우려고 하기에 그런것만을 쫓으며 살다보면 아무리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끼게 되고 삶에 대한 회의나 허무함을 느끼며 우울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삶에 지친 사람들에겐 본질적인 접근과 처방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이유가 필요한 것이다.
답을 찾을 수 없다고 답을 내지 않을 수는 없다. 그것이 인생이다.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름의 선택을 하고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도 자기 나름대로 내린 답을 믿고 부딪히는 수밖에 없다. 그 절실한 신념과 행동은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 것으로, 그것이 바로 본래의 철학이다.
저자가 삶에 필요한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된 것은 어쩌면 수많는 정신적 아픔을 가진 환자들을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 겸 작가로 일본에서 인격장애 임상 분야의 1인자로 평가받고 있다. 인격장애, 발달장애 치료와 현대인의 마음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기에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이르게 된 가혹한 위기를 겪은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쇼펜하우어,헤르만 헤세,비트겐슈타인등 위대한 업적을 이룬 역사속의 철학자와 문학자의 기구한 삶을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그래도 결국은 고통을 뛰어넘고 그들을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철학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철학은 도서관에서 먼지를 뒤집어쓴채 방치된, 흔히 말하는 철학이 아니다. 그런 전통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삶이라는 시련의 근처에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철학에 도전한다.
삶의 고통이 모두 다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부모로 인해, 주변 환경으로 인해, 또는 자기 자신으로 인해 고통스러울 수 있다. 부모로부터 받은 고통을 염세적인 철학으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 받는 것도 피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호소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며 속박으로부터 해방된 쇼펜하우어. 자신을 부정하고 비난하는 부모로 인해 아이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안전기지의 부재로 힘든 어린시절을 보내지만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부모를 부정하고 자신을 부정하며 이제까지 집착했던 것을 끊고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고자 했던 헤르만 헤세. 어린시절 부모와 헤어지고 마음에 깊은 애착의 상처를 가진채 끝없이 자유를 갈망한 조르주 상드. 부모에게 사랑 받지 못한 자식의 슬픔이라는 마음의 짐을 생산적인 에너지로 바꾸며 소설가가 된 서머싯 몸과 나쓰메 소세키. 죽음의 직전까지 내몰렸고 그로인해 새로운 관점으로 인간에 대한 많은 것을 깨닫게 된 도스토옙스키와 비트겐슈타인. 그외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각자 짊어진 삶의 고통과 시련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것을 초월하기 위한 궁극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철학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많은 사람들은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외면당하거나 부정당해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했을 어린시절을 희생당하며 반항을 하기도 하고 탈선을 하기도 하며 방황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어린시절 각인된 자신에 대한 평가는 오래도록 지속되며 스스로를 구속시키기도 한다. 그렇기에 끊어야 할 악연을 끊지 못하거나 그것을 극복하지 못해 진짜 자신은 질식 당하고 만다. 그러다 극단적인 죽음이라는 선택으로 치닫게 되고 그로인해 남겨진 사람들의 미래의 행복마저 빼앗아버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 모든 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해선 부모를 포함한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존재를 부정하고 한편으론 인정하며 이제까지 벗어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집착을 끊어내야 한다. 그것에 많은 희생이 따르더라도 그것은 의미없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고 주체가 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고 그것을 참고 견딘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살고 좋은 인연을 만들며 아무리 사소한 존재라도 자신과 이어진 소중한 의미를 가진 것을 찾아 의지할 수 있는 것, 이렇듯 인생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철학은 내면에 깃들어져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언젠가 다시 위기가 찾아와도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현실 자체보다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느끼고 거기서 의미를 찾아 살아가려고 한다. 현실만 마주하면 찌부러질 것처럼 구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현실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느끼는 것으로 살아갈 의미가 생긴다.
철학이 존재하는 이유와 우리가 왜 철학에 대해 알아야 하고 어떻게 우리의 삶에 대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대단한 철학자들이 남긴 함축된 문장과 어려운 책들은 평범한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그릇이 넘칠 정도로 버겁고 방대하기 때문이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힘이들면 누군가 와서 이렇게 하라고 정답처럼 명쾌하게 이야기해 주길 바랄 수 밖에 없다. 분명 정해진 정답은 없음을 알지만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믿고 부딪히는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오래된 철학이 가진 틀 안에서 내게 주어진 상황에 맞는 것을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기에 우린 그저 참고 버티며 자연스럽게 잊혀지길 바랄뿐이다. 하지만 이 책은 누군가가 직접 겪었던 현실의 이야기들이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으며 그 과정에서 그들을 결단하게 했던 실현성 있는 철학을 담고 있기에 비슷한 상황이나 경험으로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거나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이라면 훨씬 더 많은 공감과 그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겨운 삶에 지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들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준 철학 처방전과 같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다시 한번 자기 자신만을 위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큰 힘과 용기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손을 놓지 마, 놓지 않을게, 이렇게 서로 의사 표시를 하는 것 외에 달리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해도 그것이 삶을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