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 생계형 마르크스주의자의 유쾌한 자본주의 생존기
임승수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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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정해진 규격에서 벗어난 것은 불량으로 간주되어 폐기된다. 한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빡빡한 사회에서 불량품은 골칫덩이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도 물건을 만드는 공장과 다를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올바르다고 믿는 궤도를 벗어나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목표와는 상관없이 불량아로 낙인찍히니 말이다. 그래서 다들 규격에 맞는 인생을 살기 위해 그렇게 아등바등 힘들게 살아가나 보다. 

 

하지만 가끔 정말 행복한가?라는 물음이 들때가 있다. 회사와 집만을 오가고 눈 뜨면 일하고 눈 감으면 자는, 현대판 노예와 같은 삶을 살다보면 가끔씩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마저 사치라고 느껴지곤 한다. 행복이 무엇인지, 내가 바라는 행복의 구체적인 모습은 무엇인지조차 희미하다. 지금 잘 참아내면 언젠가 행복한 미래가 찾아올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품고 그렇게 지금의 행복은 한없이 미루게된다. 하지만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고 행복의 의미마저 잃어버려가고 있는데, 과연 미래에 불현듯 행복이 내 인생에 찾아올 수 있을까? 그렇기에 자신은 분명히 누가봐도 이 세상의 불량품이지만 그럼에도 행복하다 말하는 저자의 자신있는 한마디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많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성공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의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 사람들,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는데 현실의 무게로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알지 못해 하루하루를 목적 없이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그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봉착한 난제를 풀어낼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사실 저자의 젊은시절은 불량품이란 말이 무색할정도로 그 누구보다 모범적이고 부러워할만한 이력을 가졌었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반도체 소자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아 전공을 살려 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누구봐도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 하지만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는 인문.사회 분야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탄탄대로 직장을 뒤로하고 전업 작가로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 아닌지는 뒤로하고 그 무엇보다 저자 자신의 지금 현재가 어떤지 참으로 궁금해졌다. 자신을 생계형 마르크스주의자라 칭하는 그이기에 이 책은 <자본론>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에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자본론>이라면 너무나 어렵고 멀게 느껴지지만 이 책은 아주 쉽게 <자본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기에 진짜 <자본론>이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구나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다. 그 무엇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간이라는 것은 돈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적지않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요컨대,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해당 기간 인생의 1/3을 파는 것이다.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깨어 있는 시간 중 최소한 절반 이상을 판다는 얘기가 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파는 것, 그것이 바로 직업을 갖는 것이다. 또한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노동자들이 생산현장에서 빼앗기는 시간을 ‘잉여가치’라고 불렀고, 바로 이 잉여가치야말로 자본가가 벌어들이는 이윤의 원천이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역설적이게도 가장 물질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행위인 소비에서조차 물질보다는 시간을 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자본론>에서는, 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노동력의 대가’라고 분명하게 구분한다. ‘노동력의 대가’란 노동력이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의 인금을 받는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자신이 시간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저자는 탄탄대로의 길에서 작가로의 삶의 전환이 올바른 선택이었고 하루하루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통제하며 맞이하는 해방감을 맛보며 살아가기에 비록 많은 사람들이 불량품이라 칭할지언정 자신은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삶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직장에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바치고 그 나머지 시간마저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삶이 돈을 많이 벌어 넓은집, 좋은차를 탄타고 해서 정말 행복하다 이야기 할 순 없을 것이다. 영혼 없는 기계적인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는 나 자신을 불현듯 느낄때면 슬프고 안타깝지만 저자처럼 자신의 행복만을 바라보며 용기있게 불량품이 될 만한 베짱이 없기에 그저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자신에게 행복이란, 삶이란 어떤 모습이고 어떤 의미여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인생에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이런 꿈조차 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에 나는 항상 돈이 아닌 시간을 선택했다. 그것이 정답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선택은 언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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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학교를 나서다 - 구글에서 테슬라까지, 고등학생 3인의 미국 체험여행
김규빈, 김유진, 안홍균 지음 / 밥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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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자 가장 되돌아 가고 싶은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이라 말하지 않을까. 사실 학창시절이 항상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순수했고 친구들과 함께여서 행복했기에 다시 돌아갈 수 없음에도 힘든 삶을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생각날 때가 많다. 하지만 사실 고등학교 시절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고 해뜨기전에 등교해서 해지면 집으로 가능 공부와 입시준비를 했던 힘든 기억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진짜 하고 싶던 것들은 뒤로 미룬채 그저 공부하는 기계처럼 보냈던 시간들이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학생일때 해 볼 수 있는 더 많은 경험과 도전을 했다면 지금의 인생과는 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아쉬움말이다. 

 

 

 

하지만 여기 3명의 고등학생은 평생 기억하고 되새길 아주 특별한 학창시절의 기억 하나를 만들었다. 울산 현대청운고에 다니는 3명의 저자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GLS라는 특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으로 체험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책은 그 여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3명의 학생들이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힘들게 준비한 보고서와 떨리는 면접, 그리고 합격 소식을 받았을 때의 기쁨까지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고등학생들의 글은 읽는내내 흐뭇한 엄마 미소를 짓게 한다. 많은 준비를 하고 미국으로 갔음에도 맞닥뜨리게 되는 돌발상황과 그것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은 학교에서 공부만해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 당시엔 힘들고 두렵기도 했을 지언정 그들의 인생에 피와 살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국의 가장 유명한 기업인 구글과 테슬라를 비롯해 많은 기업을 방문하여 그 직원들과 나눈 인터뷰는 한국과 미국의 전혀 다른 기업문화나 세계적인 트렌드까지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너무나 생소한 이야기이고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전 세계에서 상용화되고 기본이 되어가는 구글의 서비스들이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장차 우리 아이들이 국내만이 아닌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창밖으로 나무가, 하늘이, 건물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GLS를 가기 위해 고생했던 그 시간들도 함께 스쳐 지나갔다. 인천으로 향하는 이 기차에 함께 오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고생을 해야 했던가. 답장조차 받지 못했던 메일들, 어쩌다 한 번씩 섭외에 성공했을 때 느꼈던 그 기쁨, 보고서로 지새웠던 밤들,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을 만큼 떨렸던 면접, 그리고 더없이 기뻤던 합격발표까지. 기차에 올라 첫 출발을 하는 이 순간을 그리며 버텨냈던 그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겐 입시를 위한 공부가 현재 삶의 전부이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공부하며 보내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모험과 다양한 경험은 사치일 것이다. 그렇게 획일화된 생각과 목표을 가진채 살아가던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을 가면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또다시 취업에,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좌절해야 하는 더 힘든 시간들이 펼쳐진다. 아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3명의 저자들도 수많은 과제와 시험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성취해내고 이루어낸 미국여행으로 인해 가지게 된 자신감과 그 경험을 중심으로 가지게 된 자신의 꿈을 위해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단지 대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이들이 성인이 되어 마주할 인생의 시작점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경험은 잊으려해도 잊혀지지 않겠지만 이렇게 책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힘든 시기마다 이 책을 들춰보며 그때의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많은 힘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누구나 할 수 있지도, 또 쉽지 않은 경험이겠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아이들이 학창시절 이런 여행과 경험을 많이 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입시가 분명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긴 삶의 여정에서 생각해보면 가장 빛나야 하는 시기의 아이들에겐 더 중요한 것이 있을 것이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길을 스스로 찾는것. 그것을 위해 학창시절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하고 접하며 자신이 재미있고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어떤 대학을 가느냐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비록 나의 학창시절은 이런 특별한 경험들로 채워져있지 않지만 그래도 나의 학창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또 내 딸들의 학창시절은 단지 공부만이 아닌 함께 여행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엄마가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 



이렇듯 사람이란 무언가를 해보기 전까지는 어떤 상자에 갇혀있는 존재다. 사람은 경험함으로써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다른 행동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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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 -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
불개미상회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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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회사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우리에게 속편한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 회사 안다니면 그만이지, 왜 참고 다녀? 그만둬!’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수많은 이해관계로 엮여있는 회사생활을 무 자르듯 단칼에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입사를 위해 힘들게 고생했던 취준생 시절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두려움과 이미 쌓일대로 쌓인 카드값은 사직서를 내려던 손을 다시금 살포시 집어넣게 만든다. 워라밸이니 저녁이 있는 삶이니 먼나라 이야기 같이 느껴지는, 오늘도 야근열차에 몸을 싣고 밤샘 작업의 현장으로 떠나가는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피로와 다크서클은 필수요, 야식과 회식으로 인한 뱃살은 옵션이다. 
 

그때는 몰랐다.
시야가 좁고, 정말 코앞에 있는 것도 보기 바빠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한 것이다.
직장생활이라는 게 산을 오를 때와 비슷하다. 
지금 당장 올라가는 길만 생각할 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지만,
산 정상에 올라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평지에 있을 땐, 올라오는 동안엔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지친 직장인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뭘까? 월급? 연차? 상사의 결근?(올레!) 내가 한창 회사생활을 할 땐 같은 동기나 동료와 만나 상사 험담도 하고 수다도 떨며 같은 처지임을 확인하고 서로 위로하며 회사의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아마 그런 동료와의 공감이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다시 출근하게끔 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었던 것 같다. 나만 힘든 것 같고 나만 괴로운 상황인 것 같아도 조금만 살펴보면 나와 다를바 없는 직장의 미생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된다. 그렇기에 내가 겪었던 상황을 똑같이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것이 그저 슬프고 힘든것 보다 가끔은 자학적이기도 하고 웃프기는해도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마주했을때의 유쾌함은 무더운 여름 얼음 띄운 탄산수를 마신 것처럼 통쾌하게 다가온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라 표방하는 이 책은 그래서 더 공감하게 되고 더 빵 터지게 된다. 지금 당장 그만둘 수 없는 직장인을 위해 우선은 나부터 챙기자고 이야기하는 이 책은 춘천의 소규모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인 일 외에 재밌는 일을 하고 싶어 짬이 날 때마다 ‘직장생활 툰’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개인이 아닌 한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그리게 되었다니 우선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사장과 상사와 직원이 함께 하며 상사와 회사에 대해 낱낱히 까발리는 이야기를 그리다니 재밌는 상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쨋든 책 속엔 직장생활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상황들이 재치넘치고 지랄발랄하게 담겨있다.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월급, 끝없이 반복되는 야근에 훈장처럼 늘어만 가는 뱃살, 일도 미루고 퇴근시간도 미루는 얄미운 상사. 지금 직장을 다니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너무나 현실적이기도 하고 또 가끔은 판타지같은 희망사항을 고루 잘 버무려놓은 직장인에 의한, 직장인을 위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회사생활에 필요한 작은 팁들은 상사 몰래 딴짓하는 스킬처럼 어디서도 볼 수 없지만 가장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어 소소한 재미를 더해준다. 



누구에게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판가름할 수 있는 기본적인 눈이라는 게 있다. 
그러니 지적하긴 어렵지 않다. 
다만, 깔 때 까더라도 그 타당한 이유와
대책 정도는 있아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만 정당하게 깔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저 빨간펜 선생님과 같을 뿐이다. 
누군가의 의견을 시험 문제 채점하듯
동그라미 치고 빗금을 긋는 빨간펜 선생님 말이다. 


 

 비록 나는 지금 풀타임 직장생활을 하고 있진 않지만 그럼에도 오랜시간 쌓였던 정신적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 지금 직장을 다니며 현재진행형으로 꼰대 상사와 스트레스 가득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얼마나 큰 공감과 통쾌함을 가져다 줄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씁쓸하고 서서히 쌓인 스트레스가 터지기 일보 직전의 우리에게 한번 크게 웃으며 넘기는 여유와 우선은 자기 자신부터 챙기라는 위로는 내 청춘의 시간을 바치며 일하는 회사로부터는 절대 들을 수 없는 말이기에, 가끔은 힘들게 일하는 자신을 위해 조금은 이기적이더라도 몰래 딴짓도 하고 모르는척 상사에게 빅엿(!) 한번씩은 먹여도 된다는 발칙한 생각을하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은 당신이 없으면 안 돌아갈 것 같고,
그래서 어쩐지 불안하고 초조하겠지만...
걱정 마시라. 내가 없어도 이상하게 잘 돌아간다. 
그러니 걱정 말고,
그렇게 모든 걸 짊어지려 하지 말고,
때가 되면 쿨하게 떠나라. 
돌지 말고, 뒤돌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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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5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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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5월호 <샘터>를 받았다. 표지에 예쁘게 자리 잡은 꽃과 나비들이 이제 정말 봄이 절정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고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로서는 설레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 좋아할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과 어버이날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만들어 오는 카네이션에 부모인 내 마음은 뭉클해지기도 한다. 그런 5월인지라 ‘동심으로 사는 세상’ 이라는 특집이 시기적절하게 느껴진다. 
 

 

 

 

평창 올림픽을 보며 썰매종목에서 처음 나온 두개의 메달에 이목이 집중되었었다. 자국에서 개최되는 어드밴티지를 감안하더라도 어쨋든 대단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 메달이 탄생할 수 있도록 뒤에서 많은 노력을 한 분이 바로 이번호에서 만난 강광배 감독이다. 예전 무한도전 봅슬레이편에서 빌린 썰매로 다른나라 경기장에서 연습하던 열악한 환경을 처음 접했었는데 그 고난을 딛고 드디어 메달을 딴 그와 선수들의 노력이 그의 인터뷰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느샌가 동심이란 것을 잃은채 현실적인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 가끔 두 딸들이 보여주는 엉뚱하지만 순수한 동심에 웃음 짓기도 한다. 동심이 가져다 주는 행복을 아이들을 키우며 더욱 여실히 느끼고 있기에 어린이날엔 아이들과 함께 나도 다시 동심의 세계로 잠시나마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이번호 많은 어른들의 잃지 않는 동심에 관련된 이야기들 역시 읽으며 내내 웃음짓게 만드는 행복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아마 미적 감긱과 창의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디자이너라고 아름다운 물건을 창조해내는데만 그쳐서는 안된다. 자신의 디자인이 사회와 더 나아가 자연환경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고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디자인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실행력 또한 중요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번호에 소개된 가구디자이너인 문승지씨는 디자이너로서의 면모를 두루 갖춘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버려지는 나무를 줄이고 디자인과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한 가구 디자인을 하는 그는 떠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과의 만남에 주저함이 없는 멋진 디자이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마다 버려지는 식재료가 무려 13억 톤이지만 또 한편에선 약 10억 명에 가까운 인구가 기아에 허덕인다니 너무나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단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진열했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멀쩡한 식재료를 굶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런 취지에서 운영되는 네덜란드의 ‘로빈 푸드’는 굉장히 훌륭한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슈퍼마켓으로부터 받은 식재료를 3가지 코스로 제공하고 계산은 본인이 상황에 맞게 하도록 한다니 실제 빈민층이 부담없이 한끼를 해결할 수도 있고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은 넉넉하게 돈을 내기도 하고 그 돈은 모두 기부된다니 이런 식당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강아지똥’은 우리집에도 있고 첫째가 자주 읽어달라는 책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그 작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었다. 저자인 권정생 선생은 경북 안동의 조탑마을에 흙집을 짓고 살았던, 너무나 검소한 사람이었고 티없이 맑고 순수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아마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평생을 가난과 병마로 모질고 힘든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그는 노인,장애인,어린이 등 힘없는 이들을 위해 노력했다. 그가 세상을 뜨자 수많은 조문객과 함께 그의 통장에 있던 10억원의 큰 돈에 마을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고 한다. 그 돈마저 어린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유언으로 남겼다니 참 아름다운 인생을 살다 간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호 <샘터>를 읽으며 역시 진심이 가지는 힘은 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이 주는 힘, 자신의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힘, 나만의 이익과 이기심이 아닌 이웃을 생각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힘. 이는 모두 진심이 우러나지 않는다면 마음 먹을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이 팍팍하고 삭막해졌다고 해도 아직 동심을 간직한 어른들이 있어 잠시나마 웃을 수 있고, 사회와 이웃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해진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따뜻해지는 5월호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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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그런 마음
김성구 지음, 이명애 그림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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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힘든 일이 찾아 왔을 때,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지려고만 한다면 버티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것을 공유하고 또 같은 처지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되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비롯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전해주는 사람은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에게 공감과 희망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행복했던 순간을 이야기 하는 것은 쉽지만 힘들었던 순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기에 괴롭고 흔들리는 마음을 진솔하게 담아낸 이야기가 가지는 힘은 크다. 그래서 이 세상 보통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만나며 살아가는 저자에겐 좀 더 남다른 자신만의 마음을 풀어주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걷고 듣고 보고 숨을 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이 순간, 그 자체가 완벽한 행복이 아닐까요. 평범이란 결국 어떤 조건이 아니라, 우리가 자꾸만 잊고 살게 되는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은 아닐까요. 


 

저자는 월간 <샘터>의 발행인이다. 1970년에 창간한 <샘터>는 지금껏 단 한 권의 결호 없이 발행된 국내 최장수 월간 교양지이다. 그는 1995년부터 <샘터> 발행인 칼럼을 통해 매달 수만 독자를 만나고 이 책은 그 칼럼을 간추려 엮은 산문집이다. 콧수염과 중절모, 반바지가 트레이드마크인 저자의 모습은 책 곳곳에서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자연성애자’라 불릴 정도로 숲, 바다, 설원, 사막등을 찾아다니고 동네 뒷산 산벚나무를 친구처럼 여기며 대화하기를 좋아한다니 좀 괴짜같기도 하지만 한참 어린 직원들의 술주정 전화를 자주 받고 20년간 추억을 실어 날라준 ‘애마’ 1998년산 베르나를 애지중지한다니 또 나름의 낭만을 간직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디를 가든 그곳에서 자연을 꽉 껴안아보시기 바랍니다. 그 속에서 진정한 휴식의 맛을 느끼고, 그 귀중함을 평소 자신의 생활 속으로 끌어와 습관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과 같이 칼날처럼 서 있는 날카로운 세상이 훨씬 더 부드러워지지 않을까요?



잡지를 발행하는 사람이라면 매달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과 새로운 글과 이야기를 접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내 주변의 단편적인 사람들만을 접하고 어찌보면 좁은 영역에서 지내며 한정된 이야기를 접할 수 밖에 없지만 아마도 저자는 정말 평범하디 평범한 시민에서부터 당대 최고의 문인이라 일컬어지는 작가들의 이야기까지 수많은 사연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그로인해 깨닫게 되는 것도, 또 느끼는 것도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한편의 글이 길지 않지만 각각의 이야기에 담겨 있는 그의 생각은 보통의 나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남편으로, 아빠로서의 경험과 부모를 떠나보낸 자식으로, 한 회사의 사장으로, 누군가의 친구로, 또 누군가의 제자로 다양한 자신의 모습에서 얻게 되는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들이 꾸밈없고 간결하지만 그 속엔 많은 것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더 큰 공감을 하게되고 마음을 흔드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행복의 문은 처음부터 열쇠가 없는지 모릅니다. 그냥 열고 들어가서 뒤돌아보지 말고, 후회도 말며, 남과 비교하지도 말고, 그저 어깨를 나란히 하고서 한 발 한 발 ‘함께’ 걸어가나는 게 아닐까요? 

 

 

 

 

가끔은 생각지도 못했던 곳이나 사람에게서 큰 위안을 얻을때가 있다. 안면도 없는 모르는 이에게서 수호천사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찌들고 힘든 마음을 아이들의 동심을 통해 씻어내기도 한다. 그렇게 누군가 위로해주고 치유해 주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비워질때가 있다. 하지만 또 예상하지 못했던 이별과 아픔은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모든 것을 철저히 준비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항상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겠지만 인생이 어찌 마음먹은대로만 흘러갈까. 그래서 그런 수많은 인생의 변곡점에서 크게 휘청이지 않고 잘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하게 포장된 말이 아닌 자연스럽고 간결한 그의 글엔 그가 가진 긍정적인 기운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길지 않은 글에서도 큰 위로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는, 마치 가족이 내게 건네는 애정어린 따뜻한 한마디의 위로를 받은 느낌이 든다. 



이 세상 모든 것, 훨훨 다 떨쳐버리고 떠날 때,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버릴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공수래공수거 인생이라지만 저는 무소유의 삶을 살아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제 인생에 저장된 추억들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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