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 -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
불개미상회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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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회사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우리에게 속편한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 회사 안다니면 그만이지, 왜 참고 다녀? 그만둬!’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수많은 이해관계로 엮여있는 회사생활을 무 자르듯 단칼에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입사를 위해 힘들게 고생했던 취준생 시절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두려움과 이미 쌓일대로 쌓인 카드값은 사직서를 내려던 손을 다시금 살포시 집어넣게 만든다. 워라밸이니 저녁이 있는 삶이니 먼나라 이야기 같이 느껴지는, 오늘도 야근열차에 몸을 싣고 밤샘 작업의 현장으로 떠나가는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피로와 다크서클은 필수요, 야식과 회식으로 인한 뱃살은 옵션이다. 
 

그때는 몰랐다.
시야가 좁고, 정말 코앞에 있는 것도 보기 바빠
더 많은 것을 보지 못한 것이다.
직장생활이라는 게 산을 오를 때와 비슷하다. 
지금 당장 올라가는 길만 생각할 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지만,
산 정상에 올라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평지에 있을 땐, 올라오는 동안엔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지친 직장인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뭘까? 월급? 연차? 상사의 결근?(올레!) 내가 한창 회사생활을 할 땐 같은 동기나 동료와 만나 상사 험담도 하고 수다도 떨며 같은 처지임을 확인하고 서로 위로하며 회사의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아마 그런 동료와의 공감이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다시 출근하게끔 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었던 것 같다. 나만 힘든 것 같고 나만 괴로운 상황인 것 같아도 조금만 살펴보면 나와 다를바 없는 직장의 미생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된다. 그렇기에 내가 겪었던 상황을 똑같이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것이 그저 슬프고 힘든것 보다 가끔은 자학적이기도 하고 웃프기는해도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마주했을때의 유쾌함은 무더운 여름 얼음 띄운 탄산수를 마신 것처럼 통쾌하게 다가온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라 표방하는 이 책은 그래서 더 공감하게 되고 더 빵 터지게 된다. 지금 당장 그만둘 수 없는 직장인을 위해 우선은 나부터 챙기자고 이야기하는 이 책은 춘천의 소규모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인 일 외에 재밌는 일을 하고 싶어 짬이 날 때마다 ‘직장생활 툰’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개인이 아닌 한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그리게 되었다니 우선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사장과 상사와 직원이 함께 하며 상사와 회사에 대해 낱낱히 까발리는 이야기를 그리다니 재밌는 상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쨋든 책 속엔 직장생활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상황들이 재치넘치고 지랄발랄하게 담겨있다.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월급, 끝없이 반복되는 야근에 훈장처럼 늘어만 가는 뱃살, 일도 미루고 퇴근시간도 미루는 얄미운 상사. 지금 직장을 다니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너무나 현실적이기도 하고 또 가끔은 판타지같은 희망사항을 고루 잘 버무려놓은 직장인에 의한, 직장인을 위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회사생활에 필요한 작은 팁들은 상사 몰래 딴짓하는 스킬처럼 어디서도 볼 수 없지만 가장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어 소소한 재미를 더해준다. 



누구에게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판가름할 수 있는 기본적인 눈이라는 게 있다. 
그러니 지적하긴 어렵지 않다. 
다만, 깔 때 까더라도 그 타당한 이유와
대책 정도는 있아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만 정당하게 깔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저 빨간펜 선생님과 같을 뿐이다. 
누군가의 의견을 시험 문제 채점하듯
동그라미 치고 빗금을 긋는 빨간펜 선생님 말이다. 


 

 비록 나는 지금 풀타임 직장생활을 하고 있진 않지만 그럼에도 오랜시간 쌓였던 정신적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 지금 직장을 다니며 현재진행형으로 꼰대 상사와 스트레스 가득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얼마나 큰 공감과 통쾌함을 가져다 줄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씁쓸하고 서서히 쌓인 스트레스가 터지기 일보 직전의 우리에게 한번 크게 웃으며 넘기는 여유와 우선은 자기 자신부터 챙기라는 위로는 내 청춘의 시간을 바치며 일하는 회사로부터는 절대 들을 수 없는 말이기에, 가끔은 힘들게 일하는 자신을 위해 조금은 이기적이더라도 몰래 딴짓도 하고 모르는척 상사에게 빅엿(!) 한번씩은 먹여도 된다는 발칙한 생각을하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은 당신이 없으면 안 돌아갈 것 같고,
그래서 어쩐지 불안하고 초조하겠지만...
걱정 마시라. 내가 없어도 이상하게 잘 돌아간다. 
그러니 걱정 말고,
그렇게 모든 걸 짊어지려 하지 말고,
때가 되면 쿨하게 떠나라. 
돌지 말고, 뒤돌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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