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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학교를 나서다 - 구글에서 테슬라까지, 고등학생 3인의 미국 체험여행
김규빈, 김유진, 안홍균 지음 / 밥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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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자 가장 되돌아 가고 싶은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이라 말하지 않을까. 사실 학창시절이 항상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순수했고 친구들과 함께여서 행복했기에 다시 돌아갈 수 없음에도 힘든 삶을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생각날 때가 많다. 하지만 사실 고등학교 시절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냈고 해뜨기전에 등교해서 해지면 집으로 가능 공부와 입시준비를 했던 힘든 기억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진짜 하고 싶던 것들은 뒤로 미룬채 그저 공부하는 기계처럼 보냈던 시간들이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학생일때 해 볼 수 있는 더 많은 경험과 도전을 했다면 지금의 인생과는 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아쉬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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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 3명의 고등학생은 평생 기억하고 되새길 아주 특별한 학창시절의 기억 하나를 만들었다. 울산 현대청운고에 다니는 3명의 저자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GLS라는 특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으로 체험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책은 그 여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3명의 학생들이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힘들게 준비한 보고서와 떨리는 면접, 그리고 합격 소식을 받았을 때의 기쁨까지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고등학생들의 글은 읽는내내 흐뭇한 엄마 미소를 짓게 한다. 많은 준비를 하고 미국으로 갔음에도 맞닥뜨리게 되는 돌발상황과 그것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은 학교에서 공부만해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 당시엔 힘들고 두렵기도 했을 지언정 그들의 인생에 피와 살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국의 가장 유명한 기업인 구글과 테슬라를 비롯해 많은 기업을 방문하여 그 직원들과 나눈 인터뷰는 한국과 미국의 전혀 다른 기업문화나 세계적인 트렌드까지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너무나 생소한 이야기이고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전 세계에서 상용화되고 기본이 되어가는 구글의 서비스들이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장차 우리 아이들이 국내만이 아닌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창밖으로 나무가, 하늘이, 건물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GLS를 가기 위해 고생했던 그 시간들도 함께 스쳐 지나갔다. 인천으로 향하는 이 기차에 함께 오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고생을 해야 했던가. 답장조차 받지 못했던 메일들, 어쩌다 한 번씩 섭외에 성공했을 때 느꼈던 그 기쁨, 보고서로 지새웠던 밤들,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을 만큼 떨렸던 면접, 그리고 더없이 기뻤던 합격발표까지. 기차에 올라 첫 출발을 하는 이 순간을 그리며 버텨냈던 그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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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겐 입시를 위한 공부가 현재 삶의 전부이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공부하며 보내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모험과 다양한 경험은 사치일 것이다. 그렇게 획일화된 생각과 목표을 가진채 살아가던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을 가면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또다시 취업에,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좌절해야 하는 더 힘든 시간들이 펼쳐진다. 아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3명의 저자들도 수많은 과제와 시험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성취해내고 이루어낸 미국여행으로 인해 가지게 된 자신감과 그 경험을 중심으로 가지게 된 자신의 꿈을 위해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단지 대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이들이 성인이 되어 마주할 인생의 시작점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경험은 잊으려해도 잊혀지지 않겠지만 이렇게 책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힘든 시기마다 이 책을 들춰보며 그때의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많은 힘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누구나 할 수 있지도, 또 쉽지 않은 경험이겠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아이들이 학창시절 이런 여행과 경험을 많이 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입시가 분명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긴 삶의 여정에서 생각해보면 가장 빛나야 하는 시기의 아이들에겐 더 중요한 것이 있을 것이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길을 스스로 찾는것. 그것을 위해 학창시절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하고 접하며 자신이 재미있고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어떤 대학을 가느냐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비록 나의 학창시절은 이런 특별한 경험들로 채워져있지 않지만 그래도 나의 학창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또 내 딸들의 학창시절은 단지 공부만이 아닌 함께 여행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엄마가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
이렇듯 사람이란 무언가를 해보기 전까지는 어떤 상자에 갇혀있는 존재다. 사람은 경험함으로써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다른 행동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