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 생계형 마르크스주의자의 유쾌한 자본주의 생존기
임승수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해진 규격에서 벗어난 것은 불량으로 간주되어 폐기된다. 한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빡빡한 사회에서 불량품은 골칫덩이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도 물건을 만드는 공장과 다를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올바르다고 믿는 궤도를 벗어나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목표와는 상관없이 불량아로 낙인찍히니 말이다. 그래서 다들 규격에 맞는 인생을 살기 위해 그렇게 아등바등 힘들게 살아가나 보다. 

 

하지만 가끔 정말 행복한가?라는 물음이 들때가 있다. 회사와 집만을 오가고 눈 뜨면 일하고 눈 감으면 자는, 현대판 노예와 같은 삶을 살다보면 가끔씩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마저 사치라고 느껴지곤 한다. 행복이 무엇인지, 내가 바라는 행복의 구체적인 모습은 무엇인지조차 희미하다. 지금 잘 참아내면 언젠가 행복한 미래가 찾아올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품고 그렇게 지금의 행복은 한없이 미루게된다. 하지만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고 행복의 의미마저 잃어버려가고 있는데, 과연 미래에 불현듯 행복이 내 인생에 찾아올 수 있을까? 그렇기에 자신은 분명히 누가봐도 이 세상의 불량품이지만 그럼에도 행복하다 말하는 저자의 자신있는 한마디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많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성공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의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 사람들,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는데 현실의 무게로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알지 못해 하루하루를 목적 없이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그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봉착한 난제를 풀어낼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사실 저자의 젊은시절은 불량품이란 말이 무색할정도로 그 누구보다 모범적이고 부러워할만한 이력을 가졌었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반도체 소자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아 전공을 살려 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누구봐도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 하지만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는 인문.사회 분야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탄탄대로 직장을 뒤로하고 전업 작가로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 아닌지는 뒤로하고 그 무엇보다 저자 자신의 지금 현재가 어떤지 참으로 궁금해졌다. 자신을 생계형 마르크스주의자라 칭하는 그이기에 이 책은 <자본론>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에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자본론>이라면 너무나 어렵고 멀게 느껴지지만 이 책은 아주 쉽게 <자본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기에 진짜 <자본론>이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구나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다. 그 무엇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간이라는 것은 돈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적지않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요컨대,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해당 기간 인생의 1/3을 파는 것이다.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깨어 있는 시간 중 최소한 절반 이상을 판다는 얘기가 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파는 것, 그것이 바로 직업을 갖는 것이다. 또한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노동자들이 생산현장에서 빼앗기는 시간을 ‘잉여가치’라고 불렀고, 바로 이 잉여가치야말로 자본가가 벌어들이는 이윤의 원천이라고 보았다. 그렇기에 역설적이게도 가장 물질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행위인 소비에서조차 물질보다는 시간을 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자본론>에서는, 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노동력의 대가’라고 분명하게 구분한다. ‘노동력의 대가’란 노동력이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의 인금을 받는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자신이 시간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저자는 탄탄대로의 길에서 작가로의 삶의 전환이 올바른 선택이었고 하루하루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통제하며 맞이하는 해방감을 맛보며 살아가기에 비록 많은 사람들이 불량품이라 칭할지언정 자신은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삶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직장에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바치고 그 나머지 시간마저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삶이 돈을 많이 벌어 넓은집, 좋은차를 탄타고 해서 정말 행복하다 이야기 할 순 없을 것이다. 영혼 없는 기계적인 모습으로 하루를 보내는 나 자신을 불현듯 느낄때면 슬프고 안타깝지만 저자처럼 자신의 행복만을 바라보며 용기있게 불량품이 될 만한 베짱이 없기에 그저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자신에게 행복이란, 삶이란 어떤 모습이고 어떤 의미여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인생에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이런 꿈조차 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에 나는 항상 돈이 아닌 시간을 선택했다. 그것이 정답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선택은 언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