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숨 쉴 틈 - 인생의 길을 잃은 여자, 인생의 끝에 선 노인을 만나다
박소연(하늘샘) 지음, 양수리 할아버지 그림 / 베프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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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 나서는 하루하루가 버티는, 견뎌내는 삶이었다. 누구도 엄마의 삶이 이렇다고 얘기해 주지 않았기에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 엄마로서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하루의 시간을 나의 의지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온전히 쏟아 붓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 수 밖에 없다. 모두가 잠든 밤 혼자 숨죽여 울기도 하고 가끔은 남편에게 하소연도 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지금은 아이들이 크고 나의 시간을 확보하게 되고 일도 하며 어느정도 나의 인생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 아무리 숨 쉴 틈을 찾으려해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수많은 엄마들이,여자들이 있을 것이다. 



나만 이런 것일까? 언제부터 잘못된 것일까? 다른 엄마들에겐 쉬운 일이 내게만 어려워 보인다. 난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난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갑자기 사는 게 무서워졌다. 

 

 

 

대부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거나 겪었던 이야기를 듣는다면 공감과 함께 위로가 되곤 한다. 누군가의 배우자로, 아이들의 엄마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저자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책은 처음부터 폭풍공감하며 나와 너무나도 같은 상황에 울컥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힘들기만 한 상황에서 한사람의 인생이 사라져 버린 듯한 허무함과 비참함을 느끼며 도와달라 외치는 저자에게 양수리 할아버지의 글과 그림은 큰 힘이 된다. 엄마, 아내인 나도 분명 가족의 일원이고 한사람의 몫을 하고 있음에도 아이들이 남긴 반찬에 밥을 비벼 한끼를 떼우고 내 몸과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듣지 못한채 돈에 쫓기고 어느새 변해버린 외모를 보며 스스로에게 미안해지는, 주위만 신경쓰고 챙기느라 바빴던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다시 찾기 위해 마주하는 많은 물음과 고민들이 나를 비롯한 많은 여자들에겐 일상이고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이기에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꼭 나의 이야기 같아 더욱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무덤덤한 것 같으면서 툭툭 던져진 양수리 할아버지의 삶의 경험과 지혜가 담긴 이야기는 저자의 힘든 상황에 한줄기 빛처럼 그녀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글을 쓰며 쉬어갈 수 있는 틈을 준다. 서로 다른 인생의 지점에 서 있는 두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읽는 것 만으로도 나역시 함께 공감하고 진심어린 위로를 받는 것 같기도 하고 엄마로서, 여자로서의 지금 내 삶의 모습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지나야 할 시기 중 유독 힘들 때가 있더라. 
그런데 꼭 지나보면 별거 아니기도 해. 
그때 너희들은 성장하거든. 
힘들 때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네가 가진 큰 복이다. 


 

힘든 상황이 오면 스스로를 자책할 수 밖에 없다. 매번 자신을 희생하고 자신의 삶을 뒤로한채 살아가고 있음에도 누군가와 고통을 나누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보단 그저 참아내고 오롯이 혼자 감당하며 자신을 더욱 힘들게 만들곤 하는 것이 엄마이자 여자이다. 스스로가 보내는 위험 신호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모르는척 넘기다보면 어느샌가 그 한계점에 다다라 끝없이 추락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나만 잘 이겨내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살아가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절대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할 것이 아니라 끝없이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되돌아 보고 챙길 수 있는 틈을 가지라 이야기한다. 양수리 할아버지의 짧고 간결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과 구구절절 내 얘기인것만 같은 저자의 솔직하고 투명한 글에서 각기 다른 의미로서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살다보니 보통의 존재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절실히 느끼지만요. 그래도 순리대로 살아보렵니다. 전 엄마니까요. 돌아갈 수 없으니 서둘러 떠나겠습니다. 내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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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 가게 - 제39회 샘터 동화상 당선작
김윤화 지음, 혜경 그림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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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첫째는 냄새에 참 예민하다. 집에 오면 집에서 나는 냄새로 저녁 반찬이 뭔지 단번에 맞춰내고 또 공중화장실에서 조금만 냄새가 나도 들어가길 거부하는, 게다가 동물원에 가서도 동물 냄새가 지독하다며 나가자고 떼를 써 결국 10분만에 다시 나오게 하는, 그만큼이나 냄새에 민감해 비위 맞춰주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예민한만큼 나의 베개에서 엄마 냄새가 난다고 좋아하며 폭 누워버리기도 하고 내가 벗어둔 옷에서 나는 느끼지 못하는 나의 냄새를 기억하고 좋아하며 꼭 안곤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이렇듯 아이들은 단지 보고 듣는 것 뿐만 아니라 후각적으로 각인되고 기억되는 것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킁킁가게>라는 제목과 냄새를 파는 가게라는 설정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인공인 찬이는 매일 오백원을 들고 킁킁가게를 찾는다. 찬이는 엄마냄새를 맡고 싶지만 킁킁가게 주인 아저씨는 엄마냄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찬이의 엄마는 아빠의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나가버렸고 그래서 찬이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킁킁가게를 매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중 킁킁가게를 찾아와 아기냄새를 맡는 긴 생머리의 아줌마와 만나게 되고, 엄마가 그리운 찬이와 아기가 그리운 아줌마는 그렇게 친해져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놀러가기도 하며 점점 가까워진다. 온갖 냄새로 가득한 킁킁가게에 그리운 마음을 담아 매일 찾아오는 두사람은 과연 서로에게 어떤 위로를 받게 될까?

 

 
귀여운 그림체와 독특한 제목으로 행복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을 것 같았던 그림책이지만 읽는내내 마음 한켠이 아릿하기도 하고 읽고나서는 더욱 여운이 남는 그림책이었다. 부모의 불화로 인해 남겨진 아이들의 아픔과 슬픔이 찬이를 통해 고스란히 느껴지고 또 아이를 잃은 부모의 그리움 또한 아줌마를 통해 느껴져 가족이라는 큰 틀에 균열이 생기고 상실이라는 감정의 고통이 남겨진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가져다 주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에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가족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분명 냄새 만으로는 메워질 수 없는 마음의 빈자리지만 비슷한 아픔을 간직한 누군가로인해 그 자리를 조금씩 메워가며 이겨낼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찬이와 아줌마에겐 서로가 그런 존재로 서로를 치유해 줄 수 있는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이별을 겪은 많은 아이들이 그 시간을 잘 이겨내고 잘 자라날 수 있기를,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라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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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에 빠진 고동구 샘터어린이문고 52
신채연 지음, 이윤희 그림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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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엔 별 것 아닌일에 자신의 인생이 달린 것처럼 심각하게 여기며 혼자 끙끙 앓았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어른이 된 지금은 훨씬 더 심각하고 큰 문제들이 줄지어 생기곤 하기에 그 시절 너무나 크게 느껴졌던 일들이 지금 생각하면 참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것 아닐까. 그렇지만 그땐 누구와 짝이 되는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예쁘고 작은 지우개나 샤프가 어떤 값비싼 물건보다도 소중한 그런 순수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또 작은 것 하나에도 기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었던 시기였을 것이다. 

 

 

여기 이 책의 주인공인 고동구의 9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채린이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축구 시합에서 이기는 것이다. 쌍둥이 동생인 동이의 단짝 친구이기도 한 채린이가 멋지다고 얘기해 주는 상상만으로도 동구는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동구는 자신과 생일이 똑같은 동이가 읽은 동화책에서 자신의 생일인 9월의 친구에게 행운의 색은 핑크색이고 불운의 색은 초록색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온통 핑크색인 동이에겐 계속 좋은일이, 온통 초록색인 자신에겐 좋지 않은 일이 생기자 중요한 축구 시합을 앞두고 핑크색 물건을 구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과연 핑크색은 정말 행운을 가져다 주는 색일까? 핑크색 물건을 구하지 못하는 동구는 혹시라도 지게될까 점점 걱정이 쌓여가고, 동구에겐 핑크색의 행운이 찾아오게 될까?



동구는 망설일 수 없었어요. 채린이가 동구 거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동구는 오대영 손에 있던 초록색 멜론 우유를 다시 뺏어 들었어요. 선택의 순간이 온 거예요. 마법사 루루 공주를 믿을지, 동구 스스로를 믿을지!

 

 

 

 

읽는내내 동구의 순수함에 계속 미소 짓게 되었다. 9살의 귀엽지만 어른 못지 않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마음이 이것저것 재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마음이 다인 진짜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 나의 초등학교 시절 풋풋했던 첫사랑의 아이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라면 공감할 법한 장면 장면들과 아이들만의 갈등 상황, 그리고 그 나이대에 가장 심각하게 고민할 법한 이야기들을 통해 상황을 풀어가고 마지막엔 유익한 교훈을 주기도 하는 어린이 동화이기에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읽는다면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많은 종류의 책을 읽다 이런 어린이 동화를 읽으면 잠시 쉬어갈 수 있고 또 아이들의 순수함이 그대로 담겨있는 이야기에 나름 힐링이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에 이제 곧 초등학생이 될 첫째가 진짜 학교에 간다면 다시 한번 아이와 함께 읽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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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
디제이 아오이 지음, 김윤경 옮김 / 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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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설레인다. 그리고 그 사랑이 영원할 것이란 착각속에 둘만의 핑크빛 미래를 그리며 행복만을 그리게 된다. 하지만 그 끝이 어떨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평생을 함께하는 사람이 될 수도, 또는 하루아침에 남남이 될 수도 있는 그런 것이 남녀관계다. 이별을 항상 준비하며 만나는 것도 말이 안돼지만 불현듯 찾아온 이별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통보 받은 이별이든, 서로 합의 된 이별이든 그 이별을 감당해내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 걸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난 이별을 견뎌내고 또다른 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헤어진 사람을 단념하지 못하는 것보다 행복했던 자신을 포기하지 못할 때 집착은 더욱 깊어집니다. 자신에게서는 도망칠 수 없는 법이니까요. 오래도록 과거의 연애에 연연하는 사람은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라 행복했던 자신의 모습을 잊지 못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미련의 밑바탕에는 얕은 기대가 도사리고 있으니까요. 

 

 

 

 

이별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로 가득한 이 책의 저자인 디제이 아오이는 SNS에서 폭발적인 지지를 얻은 상담자이다. 때로는 따뜻한 위로를, 때로는 따끔하지만 진심 어린 조언을 담은 말로 이별로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사실 이별후엔 모든 것이 슬프고, 힘들고, 귀찮아 매일매일의 일상생활마저도 버겁기만 하고 그저 괜찮다는, 잊으라는 주변사람들의 말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또 헤어짐을 반복하며 살아가지만 나의 이별은 유독 더 아프게만 느껴진다. 더욱이 상대방에게 차인 상황이라면 그 아픔에 미련까지 더해져 더 깊은 슬픔으로 빠져들기 마련이다. 그런 많은 사람들에게 단지 따뜻한 위로만이 아닌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일깨워주며 지금의 자신을 챙기라는 저자의 말은 그저 그런 위로의 말들과는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실제 많은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때로 행복이란 헤어짐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고 자신을 굽히고 낮춰야만 지속할 수 있는 연애 따위 과감히 버리는 게 낫다며 당신이 지금 잊지 못하는 것은 헤어진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과 함께했던 행복했던 자신의 모습이라는 말은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아픔의 근원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사람은 아픈 기억을 겪으면서 변해가고 사랑에 진심이 담길수록 이별은 더욱 아픈 법이기에 그것을 인정하고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아가는 나 자신이 되라는 이야기는 아마 이별후 상대를 잊지 못한채 끝없이 과거를 들추고 미련을 가지며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약하게 무너지지 않고 외로운 쪽을 선택했다는 건 강하기 때문이라 말하며 나 자신을 추스를 수 있는 기운을 전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을 살지 않으면 현재는 보이지 않아요. 과거에 살기를 멈춰야 드디어 현재에 눈뜰 수 있습니다.


 

어떤 형태의 이별이든 이별후에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고 깨끗하게 잊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함께했던 시간을, 추억을 지우개로 지우듯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다면 이별의 아픔 또한 겪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런 아픔을 겪으며 잘 견뎌내고 홀로서기를 해낸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엇보다 사랑이 끝나면 아픈것이 당연하기에 애써 눈물을 참거나 따지지 말고 마음 편히 아파하라는 말은 애써 슬픔을 억눌러왔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별을 잘 하는 방법이란게 존재할 것 같지 않지만 상대방에게 미련의 여지를 주지 않고 무책임한 이별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 지켜야 할 마음의 지침이 있다는 것을 많은 연인들이 알고 또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면 이별이 무조건 괴롭거나 아프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별은 언제나 잔혹하게 다가온다. 그 끝을 미리 예감하고 준비했다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통보를 받았다 하더라도 어쨋든 함께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홀로 남게 되는건 외로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디제이 아오이의 말처럼 이별 따위에 지지 말고 굳건히 홀로 일어서 오늘을 살아가라는 말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에겐 큰 용기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 이별을 택하는 사람은 없어요. 이별이란 가슴 시릴 정도로 냉정한 거예요. 이별이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건 훨씬 더 나중의 일입니다. 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마음껏 우세요. 그래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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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일하는 사회 - 삶을 갉아먹는 장시간 노동에 관하여
모리오카 고지 지음, 김경원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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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길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회사에 다닌 적이 있다면, 또는 다니고 있다면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거나 또는 일하기 위한 준비 시간으로 하루를 보낼 수 밖에 없다. 분명 돈을 벌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일하면서도 정작 현재의 행복을 담보로 맡긴채 불투명한 미래의 행복을 쫓고 있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미래의 행복이 언제까지나 현재의 불행을 참아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진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현재의 삶에 충실하자며 욜로족으로 살아가기엔 발목을 잡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에 그저 언젠가 다가올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지만 멀지 않은 가까운 일본만해도 우리 못지않게 긴시간 일을 하며 힘든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들 역시 서서히 삶을 갉아먹는 장시간 노동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과로사로 인해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렇게 긴 시간 일할 수 밖에 없으며 과연 그것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저자는 노동과 경제에 대한 많은 책을 집필한 일본의 경제학자이자 대학교수였다. 이 책은 비록 꽤 오래전인 2005년에 발간 된 책이라 지금의 현실과는 너무 달라서 공감과 이해를 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때와 지금의 노동환경이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지금 현재 상황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법으로 명시된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의 노동시간이 지켜지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잔업과 야근에 대한 수당을 일한 그대로 챙겨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것이다. 야근을 하지 않아도 눈치가 보이지만 야근을 해도 수당을 올리기엔 눈치 보이기는 마찬가지인, 어떻게해도 노동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책이 쓰인 시점엔 휴대전화의 보급이 급격히 늘어나고 인터넷과 정보통신 영역이 점점 보편화 되어가는 시기였기에 노동환경 역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던 시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통신의 발달이 노동시간을 단축해 줄 것이란 기대를 했지만 실상은 업무량이 더 늘어나고 노동시간은 더욱 길어지게 만들었다. 업무의 표준화와 단순화는 정규직을 줄이고 파견직이나 개인 도급 노동자 같은 비정규직의 증가로 고용의 불안을 가져오게 되었고, 그로인해 개인 작업의 시간인 단축되었을지 모르나 전체적인 작업량은 더 늘어나게 만들며 야근과 주말에도 출근을 하거나 집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노동구조를 만들게 되었다. 그런 살인적인 노동시간으로 인해 노동자의 삶은 피폐해지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로사라는 끔찍한 결과에 다다르게 된다. 게다가 소비지본주의로 인해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구매력이 향상되며 소비를 자기 목적으로 삼는 낭비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대중적 현상으로 부상하고 인생에서 돈의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보다 훨씬 커진다. 이로써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해지고 장시간 노동에 박차를 가한다. 금전적인 풍요로움을 얻으려면 더욱 많이 벌어야 하고, 더욱 많은 돈을 벌려면 더욱 오래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많은 요인으로 우린 점점 스스로를 벼랑끝으로 내몰게 되는 것이다. 

 

13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 보아도 과연 이 책이 쓰였던 2005년의 그때보다 우리의 환경이 획기적으로 나아졌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스마트폰의 발달로 직장뿐만이 아닌 어느곳에서도 업무연락을 받고 처리해야 하는등 메신저나 메일로 인해 직장도 집도 일터가 되어버리며 그 경계가 희미해져 버렸다. 법적으로 강력하게 규제를 한다고 하지만 이미 뿌리깊게 박혀버린 인식을 한순간에 바꿀 순 없다. 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수많은 직종에선 야근과 철야가 당연시되며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이 끊임없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또 노동자 스스로도 어떤 인식의 변화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역시 과거 직장에 다니며 했던 수많은 야근으로 인해 급격히 건강이 나빠지고 만성피로에 시달리며 보냈던 시절이 생각나며 그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자신이 참 안타깝게 느껴졌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스스로를 챙기지 않으면 직장에선 그 누구도 나를 챙겨줄 수 없다.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고 스스로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요즘은 그래도 정시퇴근이나 연차사용이 많이 유연해지고 자리잡혀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모든 분야에서 그렇게 인식되고 있진 않기에 법적으로도 또 고용주나 회사차원에서의 강력한 제재와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과노동 시대로 접어들게 된 배경과 현재의 상황을 자세히 분석하고 또 앞으로 우리사회가 변화하고 나아가야 할 길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차원의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고도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공간과 더불어 시간을 철저하게 이용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라는 말을 이해하리라. 아울러 교양, 오락, 스포츠, 사회활동 시간은 물론 식사, 수면, 가정생활 시간까지 줄이면서 모든 활동 시간을 업무에 충당하는 노동방식은 더욱 커다란 죄악이라는 것도 이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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